내용요약 지구온난화 영향 받은 산불이 지구온난화 가속화시키는 악순환 
국내 산불 발생 건수 꾸준히 증가…최근에는 계절도 가리지 않아
작년 에너지 생산과 관계된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사상 최다치 기록
2일 충남 홍성군 서부면에서 발생한 산불을 산불진화헬기가 물을 뿌리며 진화하고 있다. / 산림청 제공 
2일 충남 홍성군 서부면에서 발생한 산불을 산불진화헬기가 물을 뿌리며 진화하고 있다. / 산림청 제공 

[한스경제=김동용 기자] 최근 서울 인왕산과 대전·충남 홍성·보령·당진 등 전국 곳곳에서 동시다발로 산불이 발생하자 산불 방지·대응뿐만 아니라, 탄소배출량 감축에 더욱 힘써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구온난화로 산불 발생 빈도가 더 잦아지고 이렇게 발생한 산불이 지구온난화를 더욱 가속화시키는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다. 

산림청에 따르면 산불 발생 건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12년 197건이었던 산불 발생 건수는 2021년 349건으로 늘어났다. 2019년과 2020년에는 600건이 넘었다. 그간 산불의 60%가 봄철에 발생했지만, 최근에는 여름·겨울을 가리지 않고 발생해 더욱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2일부터 4일까지 전국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산불은 53건으로 4일 오후 5시 15분경 모두 진화됐다. 

특히, 이 중 100ha(헥타르) 이상의 대형 산불은 2일 충남 홍성과 금산·대전 등 2곳에서, 3일 전남 함평과 전남 순천, 경북 영주 등 3곳에서 발생해 1986년 산불 통계 작성 이후 가장 짧은 기간에 가장 많이 산불이 발생했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시설 피해가 컸다. 주택 42동·공장 4동·창고 36동·비닐하우스 6동·기타 7동 등 총 95개소가 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정된다. 또, 3일 동안 산불로 인한 산림피해 영향구역은 3091ha(축구장 4400개 면적)로 잠정 집계됐다. 

산림청은 올해 1~3월 강수량이 전국 평균 85.2mm로 예년의 120.6mm에 훨씬 못미치는 건조한 날씨가 이어진데다 전국적으로 강한 바람이 불어 산불이 급속히 확산해 진화에 매우 불리한 여건이었다고 설명했다. 실제 충남 홍성 산불은 순간 초속 15m 이상의 강한 돌풍이 불어 산불 발생 2시간 20분 만에 대형산불로 확산됐다.

산불의 원인은 '사람'이다. 등산객이나 성묘객들이 담뱃불을 제대로 끄지 않고 버리거나, 영농 부산물·쓰레기를 태우다가 실수로 불이 옮겨 붙는 경우가 많다. 4일 진화된 전남 함평·순천 지역 산불도 주변 공사장에서 산불이 시작된 것으로 산림 당국은 판단하고 있다. 

과거에도 대형 산불이 발생한 사례가 적지 않았지만, 이번 산불에 우려섞인 시각이 많아진 이유는 발생 건수가 급격히 늘어난데다 위력이 더욱 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발생 지역도 과거에는 강원도 등 일부 지역에 집중됐지만 이제는 전국이 산불 위험 지역이 됐다. 실제 지난 20년간 통계를 봐도 양양·강릉·삼척 등 주로 강원도에 집중됐으나, 지난 일주일 동안은 서울·충남·경북·전남 등 전국적으로 크고 작은 산불이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심화되는 산불 위기의 배경에 기후변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높은 기온과 낮은 습도가 산림을 건조하게 만들어 작은 불씨에도 대형 산불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이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현상이다. 

2일 충남 홍성군 서부면에서 발생한 산불을 산림청 소속 공중진화대원들이 밤새워 진화작업을 하고 있다. / 산림청 제공 
2일 충남 홍성군 서부면에서 발생한 산불을 산림청 소속 공중진화대원들이 밤새워 진화작업을 하고 있다. / 산림청 제공 

해외에서도 기후변화로 인해 북극·이탄지·체르노빌 등 원래 산불이 잘 나지 않는 지역에서 산불 발생 사례가 꾸준히 늘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도 이 같은 사례를 들어 기후변화로 산불 발생 빈도가 더 잦아지고 대형화하는 것을 넘어 지역·계절을 가리지 않게 됐다며 상시 대응 체계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전 세계 산림 벌채 모니터링 기관인 '더트리맵'은 1982년부터 2020년까지 매년 여름에 화재 지역을 조사한 결과, 2019년부터 2020년까지 2년동안 약 930억㎡ 이상을 태운 시베리아 산불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며 이로 인한 환경 피해가 막심할 것이라는 분석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시베리아 북극은 화재 취약 한계값에 다다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40년간 불에 탄 북극 지역은 총 930억7769만㎡로, 그 중 절반가량은 지난 2019~2020년 발생한 화재가 원인이다. 산불이 북극의 유기물질을 태워 이산화탄소를 방출하면서 지구온난화도 가중시키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지난달 2일(현지시간) 발표한 '2022년 이산화탄소 배출량' 보고서는 지난해 전 세계 에너지 생산과 관련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사상 최다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총 368억톤(t)으로 전년보다 0.9%(3억2100만톤) 늘어난 수치다. 

보고서는 지구온난화가 탄소 배출량 증가를 거드는 악순환도 언급했다. 탄소 저장고로 방어막 역할을 하던 북방 침엽수림이 시베리아·알래스카·캐나다 북부 등 숲 지대에 잇따르고 있는 대규모 화재로 인해 기후변화를 심화시키는 역할로 변화할 가능성도 있다는 우려다. 

실제 산불은 숲의 토양층이 잡아 뒀던 탄소를 대기 중으로 다량 배출하는 계기가 된다. 대형 산불이 지구 온난화를 가속화시키고 지구 온난화가 다시 산불 발생의 원인이 되는 악순환이다. 

미국 매사추세츠 공대(MIT)에서는 산불 속에서 나오는 연기가 성층권까지 도달해 오존층을 침식하는 화학반응을 촉발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산불로 발생한 화학 물질이 대기 중에 지속되면 오존을 일시적으로 고갈시킬 수 있는 반응을 촉발시킬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편, 산림청 진천산림항공관리소는 4월 5일과 6일 청명·한식에 따른 성묘객과 입산자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산불방지를 위한 주요 시기별 특별대책에 돌입했다. 최근 10년간 청명·한식 시간에 연평균 14건의 산불이 발생했다. 

임선혁 진천산림항공관리소장은 "기후변화로 인한 건조한 날씨로 산불발생 위험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며 "청명·한식을 전후로 크고 작은 산불이 동시다발 발생했던 만큼, 산불예방을 위한 국민 모두의 경각심과 참여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김동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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