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벚꽃 등 봄꽃 개화시기 뒤죽박죽…생태계 영향 미쳐 식량안보까지 우려 
봄꽃 개화시기 변화에 벌꿀 등 폐사하면 과일·채소 생산량 감소 
기후테크 주목하는 주요국들 대규모 투자…韓정부도 지원방안 마련 중
전국적으로 비가 내린 5일 서울 여의도 윤중로, 잎이 떨어진 벚꽃 수술에 빗방울이 맺혀 있다. / 연합뉴스
전국적으로 비가 내린 5일 서울 여의도 윤중로, 잎이 떨어진 벚꽃 수술에 빗방울이 맺혀 있다. / 연합뉴스

[한스경제=김동용 기자] 올해 벚꽃이 예년보다 이른 시기에 개화하자 기후위기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전국 곳곳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과 봄꽃의 이른 개화는 지구온난화가 원인으로 꼽힌다. 특히 봄꽃의 개화 시기·순서는 생태계에 영향을 미쳐 식량안보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올해 벚꽃은 3월25일 개화했다. 지난 2021년 3월24일 개화 이후 관측 이래 두 번째로 빠른 개화다.

2021년은 일본에서도 벚꽃이 1200년 만에 가장 이른 시기에 절정을 이룬 해였다. 당시 미국 CNN 방송은 "과학자들이 (벚꽃이 이른 시기에 개화하는) 이 현상이 전 세계 생태계를 위협하는 기후위기의 거대한 증상이라고 경고한다"고 보도했다. 단순히 벚꽃이 만발한 장관을 예년보다 더 빨리 볼 수 있다고 여길 정도로 단순한 상황은 아니라는 얘기다. 

식물과 곤충은 서로의 생존을 돕는다. 식물의 개화가 빨라지면 곤충이 적응하기 어려워 관계가 망가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식물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곤충이 꽃가루를 옮겨줘야 하지만, 꽃이 빨리 피면 벌이나 나비 등이 나오기 전에 꽃이 지기 때문에 꿀벌 등의 폐사로 이어진다. 기온상승으로 해충들의 활동이 활발해져 병충해 피해가 잦아지는 것도 문제다. 

실제 지난해 1월과 2월에는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꿀벌들이 실종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국양봉협회가 월동 봉군 소멸피해 전국 현황을 조사한 결과, 2만3697농가 중 17.6%인 4173농가에서 피해가 발생했다. 227만6593개 사육 봉군 중 17.15%인 39만517군에서 벌이 사라졌다. 봉군 1개당 약 2만마리 벌꿀이 사는 것을 감안하면 78억마리가 월동기간 사라진 것이다. 

당시 농업당국은 직전 해인 2021년 11월부터 12월까지 이상고온 현상이 나타나 제주도를 포함한 남부지방에서 벚꽃과 홍매화 등 봄꽃이 피었고, 이른 시기에 꽃이 피니 월동해야 할 벌들이 꿀을 따러 나갔다가 체력이 바닥나 돌아오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된 것으로 추정했다. 

이런 상황은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유엔(UN)은 2017년부터 매년 5월20일을 '세계 꿀벌의 날'로 지정했을 정도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보고서를 통해 세계 100대 작물 중 71%가 꿀벌을 매개로 수분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특히, 양파·당근·사과 등의 재배는 꿀벌의 기여도가 90%에 육박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식물이 수정하지 못하면 작물과 목초의 재배면적이 감소해 식량과 가축 생산이 줄어 결국 인류의 식량 수급에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농촌진흥청 제공 
농촌진흥청 제공 

온난화는 미래 과일 재배 지도까지 바꿨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앞으로 50년 뒤인 2070년대에는 주요 과일의 재배 지역이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연구 결과, 사과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배·복숭아·포도는 2050년까지 소폭 상승한 후 감소했다.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과일은 겨울철 최저기온이 비교적 높아야 생육이 가능한 단감과 감귤뿐이다. 

기후위기가 심화되면서 전 세계 정부는 '2050 넷제로(Net-Zero) 정책 추진과 함께 기후테크(climate tech) 기업도 주목하고 있다. 

기후테크는 기후(Climate)와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적응에 기여하면서 수익을 창출하는 모든 혁신기술을 의미한다. 클린·카본·에코·푸드·지오테크 5개 분야로 구분되며 △에너지 △탄소포집·산업·물류 △환경 △농식품 △관측·기후적응 등 기후산업의 전반적 분야를 포괄한다. 

시장조사기관 홀론아이큐(HolonIQ) 조사에 따르면 2022년 기후테크 기업에 대한 벤처캐피탈 투자 규모는 700억 달러(약 86조4800억원)에 달했다. 국내 벤처 투자 총액(7조원)의 12배를 넘는 규모다. 유럽연합(EU)과 미국·중국 등 주요국들이 기후테크 분야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육성한다는 목표로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어, 만약 우리나라가 뒤처질 경우 산업의 주도권을 상실할 수 있다. 

이에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달 22일 기후테크 기업인들과 간담회를 주재하고 정부 지원을 약속한 바 있다. 당시 한 총리는 "기후테크는 우주‧AI‧빅데이터‧드론 같은 4차산업혁명의 핵심기술과 우리가 강점을 가진 제조업 기술이 만나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적응의 해답을 제시하는 창의적인 접근법"이라며 "기후테크 분야에 다양한 신기술이 적용될 수 있도록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기후테크 육성 전략을 마련해 향후 대통령직속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보고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기후테크 육성의 비전과 전략을 설정한다는 방침이다. 

 

김동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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