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특별법 지원대상 ‘다수의 피해자’, ‘보증금의 상당한’ 등 모호한 범위
대책위원회 “피해자 요구안 반영되지 않아…지원요건도 협소하다”
원희룡 “세부적인 사항은 피해지원 위원회가 심의‧결정할 수 있도록”
전세사기ㆍ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와 시민사회대책위가 지난 26일 국회 앞에서 특별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세사기ㆍ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와 시민사회대책위가 지난 26일 국회 앞에서 특별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스경제=박수연 기자] 정부와 국회가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 방안 관련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피해인정 절차가 과도하게 엄격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28일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와 전세사기‧깡통전세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대책위원회는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세사기 특별법에 피해자의 요구가 반영되지 않았다며 반발했다.

정부의 대책에 그간 피해자들이 요구해온 ‘선 보상 후 구상’ 방안이 빠졌으며 또 특별법이 지원하는 피해자 범위 역시 너무 협소하다는 것이다.

대책위는 “피해자로 인정되기 위한 6가지 조건 중에서 2~3가지 조건만 충족해도 피해자로 인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별법 시한이 2년인 것과 관련해서는 “피해자들이 다양한 변수로 기한 내 피해 요건을 인정받지 못할 수 있다”고 했다.

앞서 27일 국회 본회의에서는 전세사기 대책의 일환으로 지방세기본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해당 개정안은 세입자가 거주하는 집이 경매 또는 공매로 넘어가더라도 해당 주택에 부과된 지방세보다 세입자 전세금을 먼저 변제해주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을 위한 특별법 등은 이번 회의에서 발의됐지만 처리하지는 못했다. 여야는 특별법 내용을 두고 협의를 거친 후 5월 첫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특별법은 전세사기 피해자에게 경매로 넘어간 주택의 우선매수권을 부여하고 임차인이 원치 않을 경우 LH 등 공공이 대신 우선매수권을 행사하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우선매수권은 세입자가 살고 있는 주택이 경매에 넘어가 제3자에게 낙찰되더라도 세입자가 해당 낙찰 금액을 법원에 낼 경우 우선 매수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질 수 있다. 만약 세입자가 우선 매입 의지가 없거나 매수 자금을 확보하기 힘든 경우에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우선매수권을 넘겨받아 주택을 매입한 후 피해자에게 임대한다.

정부는 이러한 내용을 담은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 방안’을 지난 27일 발표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27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전세 사기 피해자 지원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27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전세 사기 피해자 지원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정부는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요구해온 ‘선 보상, 후 구상권 청구’에 대해서는 국가가 개입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선을 그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주가조작이나 보이스피싱 같은 사기 피해도 국가가 세금으로 피해금을 대납, 반환해주고 나중에 채무자나 경매 절차에서 물건 가격을 환수해오는 경우는 현재 있지도 않다”고 말했다.

특별법 시한을 2년으로 한정한 배경과 관련해서는 “대부분 임대차 계약이 현행 임대차법에 의해 2년이라는 점을 고려했다”며 “지난해부터 전세사기 예방 대책을 내놓고 있어 이러한 피해는 이미 맺어진 계약이 만기가 도래하거나 경매 개시된 주택이 주요 대상이지 지금부터 체결되는 계약은 전세사기가 대량 발생할 가능성은 적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다만 피해자 대책위 등은 정부가 내놓은 ‘전세사기 피해 지원을 받기 위한 요건’ 등이 모호한 점이 있으며 지원 대상이 협소하다고 지적한다.

정부가 발표한 특별법 지원 대상은 △확정일자를 받은 임차인 △해당 주택에 대한 경‧공매가 진행 경우 △서민 임차주택 △수사개시 등 전세사기 의도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다수의 피해자 우려되는 경우 △보증금의 상당액을 떼일 우려가 있는 세입자 여야 한다.

즉 해당 요건을 충족해 ‘피해자’로 인정받은 경우에만 특별법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원 장관은 ‘다수의 피해자’, ‘보증금의 상당액’ 등 모호한 범위와 관련해서는 “일일이 법에 규정하고 피해 구제를 진행하려 하면 혼란스러울 뿐 아니라 긴 시간이 걸리고 행정력이 낭비될 수 있다”며 “큰 원칙만 정하고 세부적인 사항에 대해서는 피해지원 위원회가 판단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전세사기 피해지원위원회는 6가지 요건을 충족하는지 조사 후 최대 30일간 심의를 거쳐 지원대상을 결정할 예정이다.

박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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