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영국 최대 규모 발전소, 캐나다 천연림 벌채해 연료용 목재펠릿 제조 의혹 
가디언 "영국 내 수입 목재 태워 전기 생산하는 지속가능성에 대한 회의론 깊어져"
캐나다 브리티쉬 콜롬비아주 프린스 조지에서 바이오매스 생산을 위해 천연림을 벌목한 현장 사진. 해당 산림은 생태적으로 매우 중요하고 멸종위기종이 서식하고 있는 내륙 온대성 우림(inland temperate rainforest)이다. / 기후솔루션 제공 
캐나다 브리티쉬 콜롬비아주 프린스 조지에서 바이오매스 생산을 위해 천연림을 벌목한 현장 사진. 해당 산림은 생태적으로 매우 중요하고 멸종위기종이 서식하고 있는 내륙 온대성 우림(inland temperate rainforest)이다. / 기후솔루션 제공 

[한스경제=김동용 기자] 영국 내 목재펠릿 소싱(sourcing)에 대한 비판 여론이 심상치 않다. 수입 목재를 태워 전기를 생산하는 지속가능성에 대한 회의론이 점점 커지고 있다. 

31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은 영국의 에너지 규제기관인 오프젬(Ofgem)이 드랙스(Drax) 발전소의 목재펠릿 소싱 관련 지속가능보고서가 재생에너지 보조금 기준을 충족하는지 여부를 조사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영국의 발전 회사인 드랙스 그룹이 운영하는 해당 발전소는 북요크셔에 위치하고 있으며 영국에서 규모가 가장 크다. 대부분 화력 발전인 탓에 '온실가스 주범'이라는 비판이 적지 않다. 이러한 부정적 여론은 지난해 10월 드랙스 그룹이 캐나다의 천연림을 벌채해 연료용 목재펠릿을 만든다는 내용을 BBC가 탐사보도 하면서 더 늘어났다. 

목재펠릿은 숲가꾸기 산물 등을 파쇄·건조·압축해 만든 목재연료다. 기후변화협약(UNFCCC)에서 온실가스 배출이 없는 재생 가능한 청정에너지로 인정받았다. 다른 목재연료보다 안정성·친환경성·운송 및 보관이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주택·학교·병원·원예단지·열병합발전시설 등에 사용된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IPCC)는 나무가 대기 중에 탄소를 흡수해 성장하고 베어지는 과정에서 발생된 탄소를 온실가스 통계로 산정하고 있으며, 연료를 태울 때는 탄소가 배출되는 것으로 보지 않는다. 때문에 목재를 탄소중립 연료로 인정하고 화석연료 대체에너지로 권고한다. 

다만, 학계에선 나무가 화석연료만큼 에너지 집약적이지 않아 연소 효율이 낮고, 재조림(造林)된 나무가 자라서 탄소흡수를 하게 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온실가스 배출효과가 화석연료 발전보다 더 크다는 견해도 있다. 

최근 영국 내 친환경 인증에 대한 회의론이 커지는 가운데, 규제당국이 드랙스의 발전소를 조사하고 있다는 소식까지 전해지자 31일(현지시간)에는 드랙스의 주가가 6.2% 하락하기도 했다. 

가디언은 "드랙스가 바이오매스 전기로 수십억 달러의 재생에너지 보조금을 받아 왔지만, (목재펠릿을 활용한) 탄소중립에 대한 비판이 커지면서 수입 목재를 태워 전기를 생산하는 지속가능성에 대한 회의론도 깊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드랙스는 자사의 바이오매스가 재생에너지 보조금에 관한 기준을 준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드랙스는 성명을 통해 "작년에 바이오매스 지속가능성 및 프로파일링 데이터의 정확성을 독립적으로 검증하기 위해 3자 검증을 했다"며 "모든 에너지 발전업체와 마찬가지로 드랙스도 규제당국으로부터 정기적인 확인 요청을 받고 있으며, 이 과정에 전적으로 협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도네시아 파푸아주에서 팜유 생산을 위해 생물다양성의 보고이자 토착민들의 삶의 터진인 우림이 파괴되고 플랜테이션이 들어선 모습. 좌측에는 보전된 우림, 우측에는 단일식생이 들어선 플랜테이션. / 기후솔루션 제공
인도네시아 파푸아주에서 팜유 생산을 위해 생물다양성의 보고이자 토착민들의 삶의 터진인 우림이 파괴되고 플랜테이션이 들어선 모습. 좌측에는 보전된 우림, 우측에는 단일식생이 들어선 플랜테이션. / 기후솔루션 제공

세계 석학들 중 일부는 산림바이오매스 에너지를 생물다양성 손실과 기후변화의 원인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제15차 유엔(UN)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CBD COP15)를 계기로 미국 터프츠대학교 윌리엄 무마우 명예교수 등 750명의 세계 과학자들은 한국을 포함해 미국·일본·중국·유럽연합(EU)·영국 등 주요국 정상들에게 산림바이오매스 사용을 중단할 것을 촉구하는 성명을 냈다. 

과학자들은 "많은 국가가 산림바이오매스가 탄소중립적이라고 잘못 여기는 바람에 넷제로(Net Zero) 목표를 달성하고자 산림바이오매스에 의존하고 있지만, 이는 숲을 가장 필요로 하는 지금, 오히려 숲을 파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바이오매스를 목적으로 발전소에서 태워지는 목재펠릿 대부분은 벌채 부산물과 잔여물이 아닌 통나무에서 나온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과학자들은 "숲은 화석연료 연소로 인한 모든 배출량의 3분의 1 가량을 흡수하는 능력이 있어 '지구의 허파'라고 불린다"며 "주요국들이 산림 바이오에너지에 대한 의존을 끝내고 풍력과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원으로 완전히 전환하기를 요청한다"고 말했다. 

실제 2011~2015년 대비 2016~2018년 유럽 전역의 벌채된 산림 면적은 49%, 바이오매스 손실은 60% 증가했다. 특히 미국과 캐나다로부터 목재펠릿 수입이 증가하고 있으며, 이 중 몇 곳은 멸종위기종 서식지라는 조사 결과가 밝혀지기도 했다. 

국내 발전업계도 드랙스의 목재펠릿을 수입하고 있다. 기후·환경단체 기후솔루션에 따르면 국내에서 사용되는 목재펠릿의 83%는 수입산으로 캐나다와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생산된다.

 

김동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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