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플랑크톤 개체 수 변화·해양 플라스틱 오염 등 원인 추정 
인간이 유발한 지구온난화 제외한 시뮬레이션은 바다 색 변화 적어 
산호초도 플라스틱 쓰레기가 '새로운 위협'…"해양보호구역 확대 필요" 
12일(현지시간) 그리스 펠로폰네소스 지역 해안 도시 나플리오의 기온이 상승하는 가운데 드론으로 촬영한 카라토나 해변의 전경. / 연합뉴스 
12일(현지시간) 그리스 펠로폰네소스 지역 해안 도시 나플리오의 기온이 상승하는 가운데 드론으로 촬영한 카라토나 해변의 전경. / 연합뉴스 

[한스경제=김동용 기자] 기후위기로 바다 색이 변하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원인은 플랑크톤의 개체수 변화로 추정되며, 바다가 더 푸르게 혹은 붉게 변하는 현상도 관찰됐다. 이번 연구는 과학전문 주간지 네이처(Nature)에 실렸으며, 가디언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연구를 주도한 영국 사우샘프턴 대학교 국립해양센터의 과학자인 BB 카엘(BB Cael)은 "우리가 이 문제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색깔 변화 자체에 대한 관심이 아닌 바다의 색깔이 생태계 상태의 변화를 반영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에 따르면 적도 근처 저위도 지역의 바다가 상대적으로 영향을 더 많이 받고 있다. 또, 바다 색이 변하는 원인은 플랑크톤 개체수의 변화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 위성이 촬영한 이미지를 분석한 결과다.

크기가 다른 플랑크톤은 빛을 다르게 산란시키고, 색소가 다른 플랑크톤은 빛을 다르게 흡수한다. 과학자들은 바다 색의 변화를 조사하면 전 세계 플랑크톤 개체군의 변화를 더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식물성 플랑크톤은 해양생태계 먹이사슬에서 가장 밑바닥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 

관련 선행 연구는 기후변화의 추세를 알아보기 위해 플랑크톤의 초록색 엽록소 등 바다의 녹색 변화에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이번 연구팀은 방대한 데이터 저장소인 나사의 아쿠아(Aqua) 위성에 장착된 모디스(Modis) 센서를 통해 20년 이상 관측한 데이터를 분석, 빨간색과 파란색을 포함한 전체 색상 스펙트럼을 통해 바다의 색조 변화 패턴을 찾아냈다. 

나사는 오는 2024년 1월에는 해양-대기 관측 위성인 '페이스'(Pace)를 발사할 예정이다. 이 위성은 이번 연구에서 참고한 이미지 분석 결과보다 더 많은 색을 측정해 관련 연구를 더욱 진전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팀은 인간이 초래한 지구 온난화가 발생하지 않았을 경우를 가정해 시뮬레이션한 결과도 공개했다. 그 결과 이번 연구에서 드러난 바다의 색깔 변화와는 분명한 차이가 있었다. 

카엘은 "(이번 연구 결과) 열대 또는 아열대 지방의 거의 모든 바다에서 색의 변화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며 "이러한 변화는 전 세계 바다의 56% 이상에서 감지됐으며, 이는 지구상의 모든 육지보다 더 넓은 면적"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대부분의 지역에서 분명한 '녹색화 효과'가 나타나고 있지만, 붉은 색이나 푸른 색이 증가 혹은 감소하는 곳도 있다"고 덧붙였다. 

카엘은 "물론, 바다의 색이 변하는 것이 생태계를 파괴하는 엄청난 변화라고 할 수는 없다"며 "하지만 인간들의 활동이 기존의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방향으로 지구생태계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추가적인 증거는 제공한다"고 말했다. 

플랑크톤의 개체 수 변화에 더해 해양의 미세 플라스틱이 증가하는 것도 바다 색이 변화하는 원인으로 추정된다. 

미국 오레곤 주립대학 연구원인 마이클 J 베렌 펠드( Michael J Behrenfeld)는 "바다 색이 변화하는 추세는 다양한 요인이 동시에 적용된 결과일 가능성이 높다"며 "예를 들어 빛의 산란을 증가시키는 해양의 미세 플라스틱이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5일(현지시간) 인도 뭄바이의 주후 해변에서 시민 노동자들이 해변으로 밀려온 플라스틱 쓰레기와 쓰레기를 치우고 있다. / 연합뉴스 
5일(현지시간) 인도 뭄바이의 주후 해변에서 시민 노동자들이 해변으로 밀려온 플라스틱 쓰레기와 쓰레기를 치우고 있다. / 연합뉴스 

최근 네이처(Nature)에 발표된 한 연구(세계 산호초의 플라스틱 오염)에 따르면 모든 산호초가 플라스틱으로 뒤덮여 있을 뿐만 아니라, 큰 쓰레기의 4분의 3가량은 밧줄이나 그물 등 낚시 도구에서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 중에는 식품 포장지와 플라스틱 병도 상당 수 포함돼 있었다. 

과학자들은 이미 기후위기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산호초에 플라스틱 해양 쓰레기가 "새로운 위협"이 됐다며 우려하고 있다. 심각한 부분은 바다 깊은 곳에 위치한 산호초일수록 플라스틱 쓰레기에 더 많이 노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연구는 인도, 태평양, 대서양에 걸쳐 24개 이상 지역에서 85개의 산호초 집단을 조사했다. 연구진은 캘리포니아 과학 아카데미, 영국의 넥톤(Nekton) 연구소, 옥스퍼드 대학, 상파울루 대학 등의 과학자들로 구성됐다. 

연구진은 특수 잠수 장비를 사용해 수면 아래 30~150m 구간까지 조사했으며, 깊은 곳일수록 얕은 곳보다 플라스틱 쓰레기가 더 많다는 것을 발견했다. 

또, 인구 밀도가 높은 도시와 시장, 어부들이 자주 찾는 해양보호구역에 가까운 산호초가 플라스틱 오염에 더 많이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보고서의 주 저자인 상파울루 대학의 연구원 허드슨 피네이로(Hudson Pinheiro)는 "이번 연구 결과는 플라스틱 오염을 다룰 때 우리가 직면하는 복잡한 집단적 과제를 드러낸다"며 "전 세계 해양 자원이 감소함에 따라 해양 자원에 의존하는 인류는 더 깊은 서식지와 어류가 풍부한 해양보호구역에 가까운 서식지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우려했다. 

아프리카 사하라 이남에 위치한 섬나라 코모로는 플라스틱 오염으로 인해 최악의 영향을 받은 지역으로 꼽힌다. 평방 킬로미터(㎢)당 약 8만 4500개의 플라스틱이 발견됐다. 반면, 가장 오염이 적은 곳은 하와이와 필리핀 사이에 위치한 섬나라 마셜 제도로 평방 킬로미터당 약 580개였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 결과가 해양보호구역의 깊이를 확장하고, 플라스틱 오염을 원천적으로 방지할 수 있도록 국제 협약을 수정해야 할 필요성을 나타낸다고 강조했다. 

 

김동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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