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우승 상금 200만 달러 잭팟
은퇴 배수진까지 쳤던 간절함
양희영이 우승 트로피를 든 채 포즈를 취하고 있다. /LPGA 페이스북
양희영이 우승 트로피를 든 채 포즈를 취하고 있다. /LPGA 페이스북

[한스경제=박종민 기자] 양희영(34)은 실력에 비해 유독 후원 운이 따르지 않았던 선수다. 지난 2013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하나·외환 챔피언십에서 첫 우승을 거둔 후 오히려 기존 후원사와 결별했다. 후원사 KB금융그룹이 비용 절감 등을 위해 재계약을 포기한 탓이다. 이후 새로운 후원사를 만나기까지 2년 여의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메인 후원사가 없는 상황에서도 2015년 3월 혼다 LPGA 타일랜드에서 우승을 거머쥐었다.

로고 없는 흰색 모자를 쓰던 양희영은 약 6개월이 지난 후 창호업체 PNS로부터 메인 후원을 받게 됐다. 이후 2019년엔 우리금융그룹과 메인 후원 계약을 체결했다. 우리금융그룹 제1호 후원 선수였다. 하지만 최근 우리금융그룹과 계약이 끝나면서 다시 후원 로고 없이 대회에 나서야 했다.

◆우승 상금 200만 달러 잭팟

양희영은 8년 전처럼 메인 후원사가 없는 상황에서도 힘을 냈다. 그는 20일(이하 한국 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네이플스의 티부론 골프클럽 골드코스(파72)에서 열린 LPGA 투어 시즌 최종전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 4라운드에서 이글 1개와 버디 5개, 보기 1개를 엮어 6언더파 66타를 기록했다. 최종합계 27언더파 261타를 친 양희영은 2019년 2월 혼다 LPGA 타일랜드 우승 이후 4년 9개월 만에 투어 통산 5승째를 달성했다. 공동 2위(24언더파 264타) 하타오카 나사(24·일본)와 앨리슨 리(28·미국)를 3타 차로 따돌렸다.

13번 홀(파4) 샷 이글이 결정적이었다. 2번째 샷이 백 스핀을 먹더니 마법같이 홀에 들어갔다. 반면 선두 경쟁을 이어가던 하타오카는 16번 홀(파3)에서 보기를 내며 기세가 꺾였다. 양희영은 이 틈을 타 17번 홀(파5)에서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며 승리를 예감했다. 이어진 18번 홀(파4)에서도 2번째 샷을 홀 3m 부근에 떨어뜨리며 1타를 더 줄이고 우승의 기쁨을 만끽했다. 양희영은 이날 페어웨이 안착률 100%(14/14)를 기록하는 등 훌륭한 경기력을 선보였다.

양희영은 미국 본토에서 열린 LPGA 대회에서 첫 우승을 거뒀다. 앞서 태국에서 열린 대회에서 3승, 한국에서 열린 대회에서 1승을 올린 바 있다. 특히 우승 상금 200만 달러(약 25억9300만 원) 잭폿을 터뜨려 기쁨은 배가 됐다. 아울러 시즌 최종전 투어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3번째 한국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앞서 2019년엔 김세영(30)이, 2020년과 2021년엔 고진영(28)이 우승을 달성한 바 있다.

양희영(왼쪽)이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LPGA 페이스북
양희영(왼쪽)이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LPGA 페이스북

◆은퇴 배수진까지 쳤던 간절함

양희영은 우승 후 인터뷰에서 “골프를 해오면서 기복도 있었지만 올 시즌처럼 은퇴까지 생각한 시간은 없었다”며 “최근에 팔꿈치 부상으로 고통을 겪었다. ‘선수 생활을 할 날도 많이 남지 않았구나’라는 생각도 했다”고 그간의 고충을 털어놨다.

메인 후원사는 없지만 그의 모자 중앙엔 미소 모양이 새겨져 있다. 이유에 대해선 “올해는 메인 스폰서를 구하지 못했는데 모자를 공백으로 두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미소 모양을 수로 놓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절대 포기하지 말고 꿈을 갖고 열심히 노력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LPGA 투어에서 뛰는 태극낭자들은 올해 총 5승을 합작했다. 고진영이 2승을 올렸고 양희영, 유해란(22), 김효주(28)가 1승씩을 보탰다. 2015년과 2019년 기록했던 15승에는 크게 못 미쳤지만, 유해란이 신인왕 타이틀을 거머쥐며 간신히 체면을 지켰다. 한국 선수의 신인상 수상은 2019년 ‘핫식스’ 이정은(27) 이후 4년 만이다. 릴리안 부(26·미국)는 올해 4승(메이저 2승 포함)을 올리며 올해의 선수상과 상금왕을 차지했다.

한편 같은 날 현지 조지아주 세인트 시먼스 아일랜드의 시아일랜드 리조트 시사이드 코스(파70)에서 끝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RSM 클래식(총상금 840만 달러) 최종 4라운드에서는 ‘특급 신인’ 루드비그 아베리(24·스웨덴)가 합계 29언더파 253타로 생애 첫 정상에 섰다. 우승 상금은 151만2000달러(약 19억6000만 원). 이경훈(32)은 공동 58위(9언더파 273타), 김시우(28)는 공동 71위(6언더파 276타)에 머물렀다.

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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