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시절 이승엽 현 두산 감독(왼쪽)과 박흥식 코치. /연합뉴스
삼성 시절 이승엽 현 두산 감독(왼쪽)과 박흥식 코치. /연합뉴스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박흥식(61) 두산 베어스 코치는 프로야구에서 잔뼈가 굵은 지도자다. 1996년 삼성 라이온즈 1군 타격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이후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 롯데 자이언츠, KIA 타이거즈 등을 거치며 명성을 떨쳤다.

타격 전문가로 잘 알려진 박흥식 코치는 유명 타자들을 여럿 길러냈다. 이승엽(47) 두산 감독이 박 코치의 대표적인 제자다. 1996년 삼성 코치 시절 처음으로 만난 박 코치와 이승엽 감독은 2003년까지 7년 동안 함께했다. 박 코치는 이 감독이 국민 타자로 성장하는 데 적지 않은 도움을 줬다. 이 감독은 박 코치에게 "내 야구 인생의 스승님"이라고 말하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스승과 애제자는 돌고 돌아 다시 같은 유니폼을 입게 됐다. 박 코치와 이 감독은 이제 감독과 코치로 호흡을 맞춘다.

두산은 12일 “박흥식 코치 등 코치 4명을 추가로 영입했다”면서 "박 코치는 삼성, KIA, 넥센, 롯데 등 다양한 구단에서 능력을 증명한 베테랑 지도자다"라고 밝혔다.

이날 구단의 발표 직후 연락이 닿은 박 코치는 “지도자 생활을 30년 가까이 했는데 두산은 예전부터 꼭 가보고 싶은 팀이었다. 야구 인생이 끝나기 전에 한 번쯤은 두산에서 지도자 생활을 하고 싶다는 열망이 있었는데 실제로 이렇게 기회가 와서 기쁘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KIA 감독 대행 시절 박흥식 코치. /연합뉴스
KIA 감독 대행 시절 박흥식 코치. /연합뉴스

박 코치는 그동안 이 감독에게 일부러 개인적인 연락을 하지 않았다. 괜한 오해를 사기 싫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박 코치는 이 감독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이 감독은 박 코치에게 “코치님이 꼭 필요하다. 두산에서 함께했으면 좋겠다”며 영입 제의를 했다. 박 코치는 “이 감독이 직접 제안을 해줘서 고마웠다.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고 전했다.

이 감독은 개인적 인연이 아닌 지도력을 보고 두산 구단에 박 코치 영입을 제안했다. 두산도 이미 다른 팀에서 지도력을 입증한 박 코치가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박 코치는 “제가 두산으로 가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는 이들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결국 프로는 성적으로 말해야 한다. 그런 시선을 없애려면 실력으로 증명할 수밖에 없다”며 “구단과 이 감독이 내게 준 역할을 충실하게 소화할 자신 있다. 베테랑 지도자가 여전히 필요하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다”고 강조했다.

박 코치는 다른 팀 코치로 있을 때 눈여겨본 두산 젊은 야수로 외야수 홍성호(26)를 꼽았다. 선린인터넷고를 졸업하고 2016년 두산에 입단한 홍성호는 올해 퓨처스리그(2군) 북부리그 타율(0.364), 홈런(15개), 타점(59) 1위에 오른 두산의 대표 유망주다. 박 코치는 “다른 팀에 있을 때 홍성호를 봤는데 잘 치고 못 치고를 떠나서 자세가 좋더라. 조금만 기회를 주고 지도하면 좋은 타자로 성장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산엔 홍성호 외에도 재능있는 어린 선수들이 많다”고 말했다. 

박 코치는 예순이 넘은 나이에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다. ‘미러클 두산’의 부활과 이승엽 감독의 성공을 위해 모든 것을 쏟아부을 참이다. 박 코치는 “두산을 다시 정상에 올려놓는 게 목표다. 두산이 마지막 팀이라 생각하고 죽기 살기로 해보겠다”라고 힘줬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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