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보험 및 철강·기계업 7월 이전 공시율 100% 달성
발간사 77.1%가 이중 중대성 평가...제3자 검증은 97%
연구소 "'중요성 정보' 공표에 중점 둬야"
국내 시총 200대 기업들의 지난해 지속가능경영보고서 공시율이 83%로 확인됐다. 
국내 시총 200대 기업들의 지난해 지속가능경영보고서 공시율이 83%로 확인됐다. 

[한스경제=정라진 기자] 국내 ESG 공시도입이 2026년 이후로 연기된 가운데 국내 시총 200대 기업들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ESG 보고서) 공시율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ESG행복경제연구소(소장 이치한)가 국내 시총 200대(2022년 12월 말 기준) 기업들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2022년 실적분)를 조사·분석한 결과 2023년 보고서 발간기업은 전체 83%인 166개사로 집계됐다. 2022년 154개사 대비 기업수 12개사, 공시율 6%p가 각각 증가했했고 이중 한국거래소에 공시한 기업은 90개사(2022년 )에서 106개사(2023년)로 늘었다. 

전체 코스피 상장사 중 거래소에 보고서를 공시한 기업은 131개사(2022년)에서 162개사(2023년)로 증가했다. 현재 보고서는 의무공시대상이 아닌 상황에서 자율적으로 공개하는 가운데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다만 지난해 10월 금융위원회는 국제 ESG 공시동향과 국내기업 실정을 고려해, 국내 ESG 공시도입 시기를 2026년 이후로 연기했다. 

현재 국내의 경우 기업보고 및 공시대상인 사업보고서(재무제표 포함)는 3월말, 기업지배구조보고서는 5월말로 제출기한이 정해져 있다. 그러나 지속가능경영보고서 공표는 환경부의 탄소배출량 인증(5~7월) 등으로 대부분 6~7월에 집중됐다. 지난 2022년 보고서 발간 시기는 7월 이전 153개사(92%), 8월 이후 13개사(8%)로 집계됐다. 향후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의 공시기준이 도입돼 ESG 공시가 사업보고서에 통합될 경우, 공시시기에 대한 이슈가 존재할 것으로 보인다. 

◆ '이중 중대성' 평가의 주류화...제3자 보고서 검증으로 '객관성' 높여 

업종별로 살펴보면 △건설·조선 △물류·무역 △보험 △철강·기계업 등이 100% 공시율로, ESG 정보공개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특히 보험과 철강·기계업종은 지난해 7월말 기준으로 이미 공시율 100%를 달성했다. 반면 금융지주(77.8%), 전기·전자(75.0%), 제약·바이오(72.2%), 전문기술(61.5%)은 평균 공시율(83%)을 크게 하회, 정보공개가 저조한 업종으로 분류됐다.

각 기업들은 이해관계자들의 주요 관심사항과 사업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이슈를 선정하는 중대성 평가(Materiality Assessment)를 통해 전략화한 과제를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싣고 있다. 중대성 평가는 기업이 ESG 보고서를 작성하고 다양한 이해관계자에게 지속가능성 경영정보를 전달하는데 있어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보고서를 발간한 166개 기업 중 163개사(98%)가 중대성 평가를 실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특징적인 것은 단일 중대성(Financial Materiality) 채택사는 35곳, 이중 중대성(Impact Materiality) 채택사는 128곳으로, 이중 중대성 선택이 대세인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중 중대성평가는 유럽연합(EU) 기업지속가능성 보고지침 (CSRD)에서 제시한 중대성 평가방법으로, GRI를 비롯한 지속가능경영분야 글로벌 스탠더드들도 해당개념을 적용해 보고기준을 강화하고 있다. 이에 맞춰 기업들은 이중 중대성평가를 통해 지속가능경영 이슈 풀을 구성하고 사회·환경적 영향과 재무적 영향 측정결과를 종합한 이슈의 우선순위 결정을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아울러 지속가능경영보고서의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외부기관을 통한 제3자 보고서 검증(161개사, 97%) 및 환경 검증(111개사, 67%) 절차를 밟았다. 보고서가 정해진 규정을 제대로 담고 있는지, '중요성 정보'를 명확하고 확실하게 전달하고 있는지 등이 검증대상이다. 다만 현재 보고서 검증이 의무화되지 않아 대부분 '제한적 검증(Limited Assurance)' 위주로 실시돼, 앞으로 검증의 신뢰성을 충분히 확보하기 위해 '합리적 검증(Reasonable Assurance)'으로 검증 수준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국내기업들은 지난 1년간의 ESG경영활동과 성과를 글로벌 대표적 ESG 정보공개 프레임워크인 UN SDGs·GRI·SASB·TCFD 등을 혼용해 보고서 작성기준에 적용하고 있다. 각각의 기준마다 공시목적에 차이가 있어 다수기업들은 4가지 기준을 산업별특성에 따라 적용하고 있으나, GRI만큼은 범용적(활용도 96.4%)으로 활용했다.  

지난해 보고서를 발간한 기업 중 정보공개 글로벌기준인 UN SDGs, GRI, SASB, TCFD 중 4개를 모두 채택한 기업수는 111곳이다. 그밖에 3개 활용은 29곳, 2개 활용은 15곳, 1개 활용은 6곳이다. 반면 5개사는 보고서 작성에 별도의 기준을 채택하지 않았다. 

글로벌 ESG 정보공개기준 전체 활용도는 지난해와 동일하게 △GRI(96.4%) △SASB(84.9%) △UN SDGs(82.5%) △TCFD(77.7%) 순이다. 다만 업종별 특성에 따른 활용도 차이와 기업규모에 따라 적용수준 차이가 있으나, ISSB 공시기준이 TCFD 권장안을 핵심기반으로 하고 SASB 기준과의 통합을 감안할 때 TCFD와 SASB 기준을 활용한 보고서 작성이 늘어날 전망이다.

올해 도입되는 글로벌 ESG 공시기준 의무화로 인해 대외의존도가 높은 수출기업과 미국 상장기업의 경우에는 정보공개가 임박했다. 이에 국내 공시의무화 일정이 미뤄졌음에도 실제 준비기간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다. 

다만 앞으로 국제적으로 통용될 ESG 공시기준이 기존 기준과 '빌딩블록접근(building block approach)' 방식 적용과 다양한 공시기준 간에 같은 항목의 정보에 대해 동일하게 공개하도록 하는 '상호 운용성(interoperability)' 채택을 고려하면, 공시기준 추이를 예의주시하며 산업별·기업별 정합성과 타당성을 찾아 보다 적극적인 수준에서의 대응이 필요하다. 

기업들은 대응을 위해 △위원회 설치 △여성임원 선임 △스코프3(간접배출) 시스템 구축 △RE100(재생에너지 100%) 및 UNGC 가입 등으로 ESG 경영체제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 

그중 국내 시총 200대 기업 중 155개사가 이사회 내에 ESG 위원회를 설치·운영하고 있다. 2022년 대비 9개사가 늘어났다. ESG 위원회를 통해 회사의 지속가능경영을 뒷받침하기 위한 전략적 방향성을 점검하고, 사업 및 주요과제의 성과와 문제점을 관리·감독하는 책임과 권한을 규정하고 있다.  

아울러 151개사는 여성 등기임원을 선임, 2022년 대비 47개사가 늘어났다. 여성 임원의 확대는 ESG 가운데 거버넌스의 다양성과 창의성, 건강함의 일환이다. 이는 이사회의 편향적인 의사결정을 지양하고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시각을 반영하는 만큼 지배구조의 투명성과 경쟁력 강화에 필수요건이다. 

반면 기업의 온실가스배출 감축이 공급망 차원에서 강조됨에도, 보고서 발간업체 중 107개 기업(2022년 대비 36개사 증가)만이 스코프3 배출량을 카테고리별로 산출, 추정해 공시했다. 스코프3는 기업의 가치사슬 전체에 걸쳐 발생되는 온실가스 배출량이다. 일부 기업의 경우 스코프3가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70~80%를 차지해 환경공시의 핵심으로 부상하는 지표이다.  

이에 글로벌 공급망에 편입된 국내기업들은 EU와 IFRS의 스코프3 공시요구에 서둘러 대비해야한다는 지적이다. 공급망 실사는 대기업이 공급망에 포함된 모든 협력사에 ESG 관련위험을 조사 및 시정토록하고 이를 공시하는 제도로, 파급력이 큰 편이다.

또한 자발적 기업시민 이니셔티브 가입 및 다양한 ESG관련 인증획득 등으로 ESG 경영전략수립과 실행기반을 탄탄히 다지고 있다.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2050년까지 태양광, 풍력, 수력 등 재생에너지로만 충당하는 RE100을 30개사가 가입했다.

기업 활동에서 친인권, 친환경, 노동차별반대, 반부패 등의 10대원칙 준수를 핵심으로 하는 UNGC에 가입한 기업은 79개사로 조사됐다.

업종별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발간 현황. / ESG행복경제연구소. 
업종별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발간 현황. / ESG행복경제연구소. 

◆ ESG경영 주요지표 비롯 지속가능성 관련 다양한 '중요성 정보' 공개

기업들은 최소 100쪽에서 최대 200쪽이 넘는 방대한 분량의 보고서를 발간해 ESG 분야별 주요지표 실적 및 지속가능성관련 목표와 전략, 로드맵, 성과 등의 다양한 '중요성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ESG 각 분야별 주요지표 중 환경지표로는 △온실가스 배출량 △에너지 사용량 △용수 재활용률 △폐기물 재활용률 등이 대표적이다. 이는 산업분류, 사업특성, 생산규모, 지역별 등에 따라 영향을 받는다. 전체 기업평균으로 매출액 1억원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Scope3 및 해외사업장 제외)은 2022년 대비 8.1tCO2(이산화탄소상당량)이 저감됐고, 총에너지 사용량(해외 사업장 제외)도 2022년 대비 2.1TOE(석유환산톤)이 감축된 것으로 파악됐다. 

또한 순환경제와 관련해 용수재활용률은 24.8%, 폐기물재활용률은 71.5%를 기록해, 2022년 대비 1.0%p과 2.7%p가 각각 개선되는 자원절감 효과를 나타냈다. 그러나 일부 기업들은 환경정보 공개에 미온적이다. 상당수 기업들은 탄소중립 및 에너지 절감, 자원의 재사용과 재활용 등의 목표를 달성하기위한 구체적인 실천 및 자가진단 (업종 및 타사 비교) 등에 대한 가시적 성과가 높지 않았다. 

사회적 책임경영의 일환으로 중요시되는 '다양성, 형평성, 포용성(DEI)' 가치의 실현을 위한 기업들의 관심과 노력이 커지는 추세다. 그러나 정량적으로 나타난 지표별 개선효과는 부진하다. 

2022년과 비교하면 직원평균 근속연수 0.3년, 여성 직원구성비율 2.2%p, 기부금(매출액 대비) 0.1%p가 각각 줄어들었다. 비정규직 비율(7.0%)과 장애인 고용률(1.9%) 역시 개선되지 않았다. 특히 장애인 고용은 법정 의무 고용률인 3.1%수준에 크게 못 미치는 실정이다.  

반면 지배구조 분야의 이사회 운영 적정성과 관련해 2022년 대비 여성등기 임원수 0.3명이, 사외이사 비율은 1.6%p가 각각 증가한 반면 임원 보수적정성은 0.8배로 감소해 개선된 모습이다. 이는 기업지배구조보고서 의무공시 대상의 단계적 확대와 ESG 친화적인 경영이 긍정적 영향을 미친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최대주주 지분률은 2022년 대비 0.2%p 증가했고 지배구조 핵심지표 미준수 건수는 0.2건 늘어났다. 이는 경영의 투명성을 위해 이사회 독립성과 전문성 강화가 더욱 필요한 것으로 지적된다. 

◆ ESG경영 시작, 보고서 발간이지만..."보고서 자체가 목적이면 안돼"

ESG경영의 본격화는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발간에서부터 비롯된다. ESG 정보공시는 기업에 부가되는 추가적 기능이 아니라 경영의 핵심부문이다. 특히 ESG 투자나 평가가 보고서를 기반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이를 염두에 두고 보고서가 작성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번 조사에서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행한 대부분의 기업들은 구조화된 ESG 경영체계 및 지배구조를 구축하고 이를 체계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한 상당수 기업들은 목적의식적 백캐스팅(Backcasting)에 기반 한 단계별 목표를 설정하고 단기적 성과와 중장기적 추진과정을 충실히 설명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를 뒷받침하는 ESG위원회의 실질적 기능이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위원회에 상정되는 대부분 안건이 의결·심의보다는 보고사항 중심의 경향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경영의 산출적 차원의 사회적 책임성과 홍보성에 머물러, 다양한 투입자본의 사회적 영향(Impact)에 대한 측정과 설명은 취약한 것으로 분석됐다. 

ESG행복경제연구소 측은 "보고서 자체가 목적이 되면 ESG 워싱 제어와 자율규제기능이 약화돼 공시의 진정성이 훼손된다"며 "ESG 경영을 위한 조직구성부터 도출한 중대성과제의 내용과 실천과정 및 사회에 미친 영향 등의 결과가 기업위험과 기회 관점에서 투명하고 명확한 정보와 데이터로 공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기업 내외부에서 발생한 표면적 정보보다는 외부효과의 내부화 과정과 비재무성과를 기업가치에 포커싱하는 '중요성 정보' 공표에 중점을 둬야한다"고 제언했다.  

ESG행복경제연구소는 기업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사업보고서, 지배구조보고서 중심의 다양한 기업정보 수집과 미디어 동향 등을 면밀히 조사·분석한 국내 시총 200대 기업의 '2023년 ESG경영평가 결과'를 오는 2월 중에 발표할 예정이다. 

한편 연구소는 현재 ESG전문인력 및 미래리더 양성을 위해 서울대 환경대학원이 주관하는 '제3기 ESG전문가 과정'에 참여(홍보·협력), 교육생을 모집 중이다.

 

정라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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