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치한 ESG행복경제연구소 소장
 이치한 ESG행복경제연구소 소장

[한스경제=이치한 ESG행복경제연구소 소장] 칸트 이전의 모든 서양철학은 칸트 철학으로 흘러 들어왔고, 그 이후 모든 현대철학은 칸트로 부터 흘러나왔다는 유명한 말이 있다. 그만큼 칸트는 근대철학의 패러다임을 바꾸며 신기원을 이룬 대철학자로서 상징적인 존재다. 
 
그는 18세기 첨예하게 대립된 유럽대륙 합리론과 영국 경험론의 접근방식이 모두 학문적 인식의 성립조건을 고찰하지 못한 데에서 기인한다고 지적한다. 이런 문제해결에 칸트는 합리주의와 경험주의를 종합한 '이성능력비판'을 탐구한 인식론(관념론)을 제시해 계몽주의 철학에 새로운 이정표를 남겼다.
 
그가 인간이 신에게서 벗어나는 근대시민사회를 살면서 궁극적으로 품었던 질문은 '인간이란 무엇인가'였다. 이런 인간의 본성에 대한 문제의식을 전제로 칸트는 자신이 기획한 비판철학인 '순수이성비판(眞), 실천이성비판(善), 판단력비판(美)'을 통해 인간의 특성을 분석하는 자신만의 체계를 구축했다.
 
그는 인간의 본성으로 규정한 진·선·미 추구가 삼위일체를 이룬 인간의 완성된 모습에서 삶의 행복을 찾았다. '순수이성비판'에서 보편적이고 필연적인 지식을 한계를 밝히고자 했으며, '실천이성비판'을 통해서는 인간의 '선의지 (의무적 윤리)'를 실천하는 당위의 세계를 탐구했다.  
 
특히, '실천이성비판'에서 '선의지'가 지배하는 인간의지의 자유를 확증하고, 의지의 자유는 도덕법칙(보편성, 존엄성, 공정성)의 존재근거라고 주장했다. 인간이 도덕적 원리를 받아들여 기능을 수행하는 이성의 행위결과를 통해 행복을 희망하고 보상받을 수 있다는 점을 논증하려 했다. 
 
이처럼 인간의 이성에서 발현되는 '선의지'와 오늘날 기업이 ESG를 통해 구현하려는 '공공선(公共善)'은 가치측면에서 맥을 같이한다. 주체만 다를 뿐 목적의 본질은 같다. ESG는 기후위기, 사회적 불평등, 지배구조 이슈의 시대상을 마주한 세계에서 "Who Cares Wins(배려하는 자가 이긴다)"라는 동기를 끌어내는 기업만이 지속가능경영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아우르는 '선의지'가 작동하는 기업 본성에 기반 한 접근이 ESG경영이다.
 
칸트는 도덕적 원칙에 바탕을 둔 '선의지'는 결과의 올바름이 아니라 동기의 올바름까지 양립되어야 한다고 했다. 이러한 올바른 삶이 아니면 '진정한 행복은 없다'는 것이다. 기업도 역시 ESG 원칙의 올바른 실천 없이는 지속가능한 계속기업(Going Concerns)으로 성장·발전하기가 어렵다.  
 
이제 ESG 철학이 새로운 기업경영의 표준으로 제시되면서 기업은 규모와 형태를 막론하고 ESG에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ESG가 기업의 이윤창출 저하와 비용부담에 원인이 된다는 일부의 시각과 ESG 용어남용(Washing)이 제기됨에 따라 ESG의 본질을 다시 따져봐야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특히, 전통적으로 석유기업 등에 친기업 성향이 짙은 美공화당이 민주당 정부의 ESG확산 움직임에 제동을 걸고 있다. 기업이 사회적 책무를 다하길 바라는 높아진 요구가 'Woke Capitalism(깨어있는 척하는 자본주의)'로 치부되고 있다. ESG 전도사 래리 핑크 블랙록 회장마저 ESG가 너무 정치화됐다며 용어 사용중단을 선언했다. 순항하던 ESG행로에 제동이 걸리는 모습이다. 
 
그렇다고 글로벌 ESG 움직임이 시들해지는 건 아니다. 이미 ESG와 관련된 각종 글로벌 이니셔티브 등장, EU·미국중심의 제도화 및 법제화, 정보·공시기준 강화 등이 예정된 수순을 밟고 있다. 기후위기에 대한 인식확산도 ESG 입지를 더 탄탄히 다지는 요인이다. 또한 ESG에 대한 찬반논란은 정반합 과정을 통해 오히려 그 정당성과 당위성을 명확히 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점에 비추어볼 때 ESG 변화와 흐름의 불가역성은 결코 부정할 수 없다.
 
'ESG 파이코노믹스' 저자이자 ESG경영의 권위자인 알렉스 에드먼스 英 LBS 교수는 "ESG는 매주 중요하지만 특별하게 다룰 필요는 없다"고 한다. 이는 기업가치 제고에 원동력이 되는 ESG의 보편성과 필연성을 강조한 대목으로 해석된다. 결국 각각의 E·S·G가 조직에 삼위일체적 형성을 통해 내재화된 ESG경영은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보장하고 미래 성장가치를 높일 수 있다.
 
칸트는 도덕성을 확보하는 일은 우리가 "행복해도 좋을 자격"을 갖추는 일이라고 했다. 따라서 우리가 충분히 도덕적 행위원리를 받아들여 행복해도 좋을 자격을 가지게 된다면, 비로소 우리는 우리의 도덕성에 상응하는 정도만큼 행복해지기를 희망할 수 있게 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논증은 기업의 경우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진정성 있게 ESG활동을 실천하는 기업만이 지속가능성을 희망할 자격이 있다는 경영논리로 치환된다. 결국 ESG의 경영적 의미는 기업이 주체성을 갖고 자신의 존재 이유인 목적을 제대로 실현하는 '자기다움'의 표출이다. ESG원칙을 외부규제로만 받아들여 수동적·방어적으로 대응한다면 ESG 경영구조는 형해화(形骸化) 되고 말 것이다.
 
ESG 철학의 근간을 이룬 "Who Cares Wins"는 모든 기업 활동에 적용되는 보편적 원칙이며, 이 시대 기업에게 주어진 정언명령(定言命令)인 것이다. 

 

이치한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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