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전체 46.3%, 주총 집중일 개최
SBS, 2018년부터 7년 연속 집중일 개최 
"규제는 한계 있어...주주들의 적극적 행동 필요"
국내 한 기업의 주주총회 회의장. / 연합뉴스. 
국내 한 기업의 주주총회 회의장. / 연합뉴스. 

[한스경제=정라진 기자] 정부가 주주들의 의결권 행사 보장을 위해 주주총회 개최를 같은 날 하지 않도록 권고하지만, 올해도 절반가량 기업들이 특정 날짜에 집중되는 쏠림 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른바 슈퍼 주총 데이(특정일에 주주총회가 몰리는 날)가 여전한 것이다. 주주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행동이 있어야만 슈퍼주총데이를 막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기업공시채널 카인드(KIND)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이날 오전까지 주주총회 소집 공고를 낸 유가증권시장·코스닥시장 상장사는 270곳이다. 현재까지 소집 공고를 낸 기업들 중 46.3%가량인 125곳이 주총 집중일 개최 사유 신고서를 개최했다. LG와 HD현대, HD한국조선해양 등이 포함됐다. 올해 한국상장회사협의회와 코스닥협회가 지정한 주주총회 집중(예상)일은 3월 22·27·29일이다. 

주총 소집 공고는 총회 최소 2주 전까지 공시해야 한다. 이에 3월 초중순이 되면 집중일에 개최하는 기업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주총은 소액 주주들에게는 의결권 행사를 통해 기업의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다. 그러나 상장사들이 같은 날 주총을 개최하면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기회마저 침해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정부는 주총 쏠림 현상을 막기 위해 지난 2018년 2월부터 '주총 분산 자율준수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이후 기업들은 주총 집중일에 개최하기 위해서는 사유서를 공시해야 하는 의무가 생겼다. 

그러나 형식적인 신고일뿐이라는 지적이 있다. 현재 금융위는 집중일 개최 여부에 따라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인센티브는 △불성실 공시 벌점 감경(4점 이내) △공시우수법인 평가 가점(60점 중 5점) 등이다. 그밖에 지배구조요건 미달에 따른 관리종목 지정 예외 또는 전자투표 및 전자위임장 수수료 감경 등이 있다. 주총 집중일에 개최했지만 신고의무를 미이행한 경우 벌점 가중이 가능하다.

인센티브가 자발적 참여를 유도할만큼 크지 않다는 것이 기업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사실 가점, 감점이 있다고는 하지만 미미한 수준"이라며 "집중일을 피하다보면 또 다른 집중일에 주총이 몰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우종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는 "정부 입장에서 인센티브 제도 자체가 애매한 부분이었을 것"이라며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제도에 참여하기에는 인센티브가 충분치는 않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소집공고를 낸 기업들 가운데 동국제약과 농심, SBS 등 56개사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주총 집중일에 개최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SBS는 2018년부터 7년 연속 집중일에 주총을 개최했다. 집중일 개최 사유는 매년 비슷했다. 이사회 일정 및 주총 준비 등을 고려했지만 불가피하게 집중일에 개최한다는 것이다.

이우종 교수는 "집중일을 피해 개최하기 위해 전자투표제 등 다른 제도들을 도입하고는 있다. 그럼에도 실효성에는 의문이 든다"면서도 "규제를 통해 집중일을 피해 개최하라는 해결 방법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규제가 궁극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집중일에 개최해 받아야 하는 비판이라면 그 또한 기업들이 판단하고 결정해야 할 사안"이라며 "유기적인 분산을 위해서는 규제보다 주주들의 적극적 참여와 행동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정라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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