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지배구조 15개 지표 준수율 83%...전년比 4%p 상승
집중투표제 채택은 16%...경영권 방어 차원
SK텔레콤, 15가지 항목 모두 준수 '유일'
기업 지배구조 핵심지표 준수율이 개선된 모습이다. / 연합뉴스. 
기업 지배구조 핵심지표 준수율이 개선된 모습이다. / 연합뉴스. 

[한스경제=정라진 기자] 국내 시가총액 30대 기업(2023년 말 기준)의 지배구조 핵심지표 준수율이 개선된 모습을 보였다. 최근 글로벌 ESG(환경·사회·거버넌스) 공시기준이 강화되면서 준수율이 좋아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집중투표제 채택률은 여전히 낮았다. 

13일 <한스경제>가 국내 시총 30대 기업 지배구조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보고서를 공시한 25개사(금융권 5개사 제외)의 핵심지표 준수율은 평균 83%를 기록했다. 이는 2022년 준수율(79%)보다 소폭 상승한 수치다.   

지배구조 보고서는 의무공시, 기업의 경영 투명성을 개선하도록 유도하는 제도다. 지난해부터 코스피 상장사 중 자산 총액 2조원 이상에서 1조원 이상으로 확대됐다. 보고서에는 기업지배구조 확립에 필요한 핵심 지표 15가지 항목으로 구성된 '기업 지배구조 핵심지표 준수 현황'을 필수적으로 첨부해야 한다. 

핵심지표는 △주주 △이사회 △감사기구 등 3가지 분야로 나뉜다. 이사회 분야 준수율이 74%로 가장 낮았다. 반면 감사기구 분야는 93%로 가장 높았다. 

시총 30위권 기업들이다보니 항목들을 대체적으로 잘 준수하고 있었다. 다만 '집중투표제 채택' 준수율은 16%로 현저히 낮았다. 5개사(포스코홀딩스·한국전력·KT&G·SK텔레콤) 만이 집중투표제를 도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부분 기업은 집중투표제를 정관상 배제했다.

집중투표제는 소액주주권을 보호하고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제도로, 2명 이상의 이사를 선임할 때 주당 이사수와 동일한 수의 의결권을 부여한다. 예를 들어 3명의 이사를 선임할 경우 주당 3개의 의결권이 부여되는 것이다. 

단순투표제와 달리 집중투표제는 이사 후보 추천이나 선임 과정에서 공정성과 독립성을 갖출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기업 입장에서는 경영권 공격 수단으로 사용될 우려가 있어 도입을 꺼리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제9조에 따라 지정된 국가핵심기술을 보유한 기간 산업체로서 해외 투기 자본으로부터의 적대적 M&A 위협 등에 대응할 필요성을 가지고 있다"며 "본래 취지인 소액주주권의 강화 수단으로 활용되기보다 경영권 분쟁 등의 위협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해 집중투표제를 배제했다"고 설명했다. 

LG 역시 "장기적 관점에서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이사회 운영을 고려해 현재 집중투표제 도입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단순투표제 보안을 위해 삼성전자와 LG에너지솔루션 등 미도입 기업들은 이사 후보 선정과 선임 과정에서 소액 주주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주주제안 절차 등을 안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외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 분리'는 전체 60%가 준수하지 않았다. 이사회 독립성과 감독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다. 그러나 기업들은 책임경영을 위해 겸직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2021년 10월까지는 분리해 운영했지만, 대내외 경영환경을 고려해 겸직 체제로 변경했다고 밝혔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원인 가운데 하나로 지적되는 배당과 관련된 항목인 '배당정책 및 실시계획 연1회 이상 주주 통지'의 경우 LG에너지솔루션·셀트리온·한국전력·HD현대중공업 등 4개사가 준수하지 않았다. 

기업별로 보면 SK텔레콤이 유일하게 15개 항목을 모두 준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준수하지 못했던 '주총 집중일 이외 개최'를 지키면서 준수율 100%를 자랑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핵심지표 준수율이 기업의 지배구조를 평가하는 데 전부가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의무화됐기 때문에 형식적인 지표만 지키려고 노력하는 부분들이 있다고 분석했다. 

황영기 초록우산어린이재단 회장(전 KB·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최근 ESG행복경제연구소 자문위원회에 참석해 "거버넌스 부문은 평가가 잘 나올 수밖에 없다. 그러나 현재 기업들이 거버넌스를 잘 하고 있지는 않다"며 "형식적으로 여성 사외이사 비율이나 장기재직 이사 등 강제적으로 준수하게끔 한 부분들만 형식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정라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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