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기후변화, 위기 아닌 기회…기후테크 기업이 뛴다
글로벌 기후대응 1.6조달러 투자…2030년 기후테크시장 9조달러 전망
한국도 탄소중립 실현·신성장 동력으로 K-기후테크 생태계 주목
가톨릭기후행동 회원 및 시민들이 23일 서울시 광화문광장 인근에서 제 202차 금요기후행동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2020년 4월 10일 시작된 금요기후행동은 '지구를 살리자'는 구호 아래 매주 금요일마다 열리고 있다. 가톨릭 수녀, 수사, 신도는 물론 취지에 공감하는 다른 종교인, 외국인, 일반 시민들까지 집회에 참가해 피켓을 들고 있다. /최대성 기자 dpdaesung@sporbiz.co.kr 2024.02.23.
가톨릭기후행동 회원 및 시민들이 23일 서울시 광화문광장 인근에서 제 202차 금요기후행동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2020년 4월 10일 시작된 금요기후행동은 '지구를 살리자'는 구호 아래 매주 금요일마다 열리고 있다. 가톨릭 수녀, 수사, 신도는 물론 취지에 공감하는 다른 종교인, 외국인, 일반 시민들까지 집회에 참가해 피켓을 들고 있다. /최대성 기자 dpdaesung@sporbiz.co.kr 2024.02.23.

[한스경제=정주호 기자] 인공지능(AI) 열풍으로 미국 빅테크들이 사상 최대의 호황기를 구가하고 있지만 이들에게는 전력 외에도 남모를 고민이 하나 있다. 바로 물이다. 
챗GPT 개발사 오픈AI의 지분을 49% 보유한 마이크로소프트(MS)가 2022년 소비한 물 양은 올림픽 규격의 수영장을 8800번 채울 수 있는 2200만㎥에 달했다.  

미국 리버사이드대학 연구진은 최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올린 기고문을 통해 MS의 2022년 물 사용량이 2020년보다 34% 늘었다는 수치를 제시했다. 또다른 AI 강자 구글의 물 소비량은 그 사이 22% 증가했고 메타는 3% 늘어났다. 

AI 운영을 위한 데이터센터 냉각용 물 사용이 그만큼 늘어난 것이다. 챗GPT-3가 10∼50개 질문에 답하려면 500㎖가량의 물이 필요하고, 성능이 향상된 GPT-4에는 물도 더 많이 들어간다. 연구진은 ”AI 열풍에 소비되는 물은 가뭄 등 기후위기로 이미 줄어들고 있는 수자원을 위협하며 장래 위기가 찾아올 수 있는 가능성을 높인다”고 지적했다. 

이런 빅테크들의 고민에 답한 기업이 이스라엘에서 등장했다. 

◆기후변화 해결과 수익성 추구, 기후테크 시장 급성장  

2022년 설립된 이스라엘 테크기업 필로(Filo) 시스템즈는 데이터센터의 에너지 소비와 냉각 비용을 크게 낮출 수 있는 데이터 압축 엔진을 개발했다. 이들의 스토리지 최적화와 네트워킹 절감 기술은 급증하던 에너지와 물 소비로 고민 중이던 빅테크들의 관심을 단숨에 받았다. 필로의 기술은 전세계의 탄소 배출량을 연간 최대 1%까지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필로는 그 공로로 올해 국제 기후혁신 이니셔티브인 기후솔루션상(CSP)과 함께 100만달러의 상금을 수상하기도 했다. 

기후변화가 전방위적으로 지구의 모든 생명체를 옭아매고 있는 지금 이를 해결할 대안으로 주목받는 것은 다름아닌 기후테크다. 기후위기 대응을 경제 영역으로 진입시켜 지속가능한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낼 핵심 주체로서 각광받고 있다. 

신생 스타트업 기업의 도전에서부터 유니콘(기업가치가 10억달러 이상이고 창업한지 10년 이하인 비상장 스타트업 기업)으로의 성장, 그리고 기존 대기업들의 투자와 협력·지원에 이르기까지 기후테크 산업은 점차 거대한 글로벌 생태계를 형성해가고  있다. 

세계 각국이 기후변화 대응 규모를 획기적으로 늘리고 있는 것이 이들 기후테크 산업 성장의 무대가 된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탄소중립시대의 새로운 성장동력, 기후테크’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연합(EU)은 탄소중립산업법(NZIA)을 통해 핵심 청정기술의 40% 이상을 유럽 내에서 생산할 계획이다. 

미국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라 2030년까지 3690억달러(약 492조원)의 자금을 에너지 안보 및 기후테크에 투자하고 미국내 청정기술 스타트업에 2130억달러(약 284조원)를 투입하기로 했다. 

주요국이 기후대응 산업 정책을 적극 강화하면서 이에 따른 시장도 확대하고 있다.  
블룸버그 산하 에너지조사기관 BNEF은 2022년 전세계 기후변화 대응 투자금은 1조6000억달러(2135조원)로 이중 에너지 전환 1조1000억달러(1467조원), 전력망 2740억달러(365조원), 기후테크 기업 펀딩이 1190억달러(158조원)를 차지한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글로벌 기후테크 투자는 일시적으로 주춤했던 것으로 평가된다. 금리인상과 인플레이션, 공급망 차질 등의 영향으로 기후테크 스타트업이 비용절감과 긴축경영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금리인하 등으로 경기가 안정되면 주요 선진국을 중심으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게 되면서 기후테크에서 그 답을 찾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제 시장조사기관인 퓨처마켓인사이트(FMI)는 글로벌 경기 불투명성 등으로 투자시장이 대체로 침체 국면에 있지만 기후테크 투자는 오히려 확대되는 추세에 있다면서 기후테크 산업의 향후 10년 간 연평균 성장률을 24% 이상으로 예측했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맥킨지도 2030년까지 기후테크 시장이 9조달러(1경205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더 나아가 2050년까지 기후테크 글로벌 시장규모가 최대 60조달러(약 7경원)에 이를 것으로 분석했다. 

기후테크 시장의 지속적인 성장 예측에 따라 한국도 탄소중립 기여와 신성장동력화 측면에서 기후테크 기업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북극곰의 굶는 기간이 40년 동안 11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북극곰의 굶는 기간이 40년 동안 11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기후위기 해결 선순환 구축 위해 기후테크 유니콘 등장 지원해야

한국도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오래전부터 국제사회에 목소리를 내왔다.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에 맞춰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국가목표로 선언한 한국 정부는 지난해 4월 ‘탄소중립·녹색성장 국가전략 및 제1차 국가기본계획’을 통해 전략을 구체화했다. 원전 문제 등에서 논란의 여지를 남겼지만 2030년 배출량 목표를 2018년보다 40% 줄인 436.6백만t으로 유지해 국제사회에 약속한 목표를 준수했다. 

전력 분야에 이어 산업 부문에서도 무탄소 달성을 실현하자는 ‘무탄소 에너지(CFE) 이니셔티브'도 국제사회의 폭넓은 공감과 동의를 얻어가는 중이다. CFE 이니셔티브는 지난해 9월 윤석열 대통령이 유엔 총회 기조연설을 통해 국제사회에 제안한 안이다. 

정부는 앞서 지난해 6월 기후테크 산업 육성계획도 밝혔다. 2030년까지 민관 합동으로 145조원 규모의 투자와 연구개발(R&D) 지원을 통해 이 분야 유니콘 기업 10개를 육성하고 신규 일자리 10만개를 창출하는 한편 2030년까지 수출 100조원을 달성하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드러냈다. 

정부는 또 아시아개발은행(ADB)과 협약을 맺고 올해 안으로 서울에 기후테크 허브를 설립하기로 한 상태다. 서울 허브를 중심으로 기후테크 분야 기업, 전문가를 아시아 지역내 개발도상국과 연계시켜 기후변화 솔루션을 지원하겠다는 구상이다. 

기후테크 산업은 특히 한국 경제의 저성장 기조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새로운 성장동력으로서, 블루오션으로서 진작부터 주목받아왔다. 

이미 선진국들이 앞서 가고 있지만 한국 기업이 특유의 도전 정신과 추격자 정신을 발휘해 글로벌 기후테크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지 말라는 법도 없다. 다만 기후테크는 초기 단계에 상당한 자본을 필요로 하고 손익분기점을 맞추는데까지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경영 불확실성도 다른 사업보다 큰 편이어서 정부의 지원과 관심이 절실하다. 

정수종 서울대 기후테크센터장은 대한상의가 개최한 기후테크 포럼에서 “연구실에 잠들어 있는 기후테크들을 시장에 내보낼 수 있는 K-기후테크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역설하며  “반도체 플라즈마 기술을 활용한 CCUS, 조선 해양 기술을 활용한 부유식 해상풍력 등 한국이 선도할 수 있는 분야가 있다”고 했다.

‘1.5℃ HOW’ 캠페인을 지속해온 한스경제는 창간 9주년 특집 기획의 일환으로 인류 생존의 마지노선 1.5℃을 어떻게 지킬 것인지 물음에 답하기 위해 3월 한달간 매일 기후위기 대응에 뛰어든 국내 기업들을 취재해 그 활동상과 혁신 현장을 생생히 전할 예정이다. 

 

정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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