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2월 평균 기온 13.54도, 해수면 온도는 21.06도
12개월 세계 평균 기온도 1.56도로 '마지노선' 넘어
“화석연료 계속 사용하면 기상이변으로 인한 생계 파괴 지속될 것”
코페르니쿠스기후변화서비스(C3S)가 2월 세계 평균 기온이 기록적으로 높았다고 발표했다. / 코페르니쿠스기후변화서비스 보고서 발췌
코페르니쿠스기후변화서비스(C3S)가 2월 세계 평균 기온이 기록적으로 높았다고 발표했다. / 코페르니쿠스기후변화서비스 보고서 발췌

[한스경제=신연수 기자] 전 세계 2월 평균 기온이 다시 최고치를 기록했다. 엘니뇨 현상으로 평균 해수면 온도가 20도를 넘었고, 대기 온도도 9개월 연속으로 월별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이뿐만 아니라 지난 1년간 세계 평균 기온도 마지노선인 1.5도를 넘겼다.

유럽연합(EU) 산하 코페르니쿠스기후변화서비스(C3S)에 따르면 전 세계 2월 평균 기온이 13.54도로 9개월 연속 연중 최고 기온을 기록했다. 이는 산업화 이전 평균보다 1.77도 높고 1991~2020년 평균 기온보다 0.81도 높은 수준이다. C3S는 “2월 첫 보름 동안 세계 일일 평균 기온이 예외적으로 높았다”며 “산업화 이전 시기(1850~1900)보다 2도 높은 날이 4일 연속 계속됐다”고 설명했다.

대륙별로 보면 아프리카에서는 2월 낮과 밤 기온 모두 최고 기록을 경신하면서 이례적인 폭염을 겪었다. 남부 아프리카는 이전 평년보다 4~5도 높았고, 사헬과 서아프리카 일부 지역에서도 월간 기온이 높아졌다.

인도네시아, 미얀마, 태국 등의 동남아시아 지역도 극심한 폭염으로 몸살을 앓았다. 기온이 계절 평균을 훨씬 상회하는 30도대까지 치솟았다. 한 예로 평균 최고 기온이 31~32도인 라오스 남부 사라반은 2월 21일 38.2도를 기록했고, 최저 기온도 종전 기온을 훨씬 웃돌았다. 중국과 일본 등 동아시아 지역도 예년 2월 평균 기온을 넘었다.

이상 기온은 호주에도 영향을 미쳤다. 호주 서부 퍼스시는 무려 7번이나 기온이 40도를 넘겼다. 이는 월별 기록 중 가장 높은 수치다. 카나번의 지난달 18일 기온은 49.9도를 가리켰는데, 이 역시 관측소 신기록이자 호주에서 두 번째로 높은 온도다. 이에 따라 호주 서부와 중부 일부 지역에는 폭염 경보가 발령되기도 했다.

유럽의 겨울은 관측 사상 두 번째로 따뜻했다. 2월 평균 기온은 1991~2020년 평균보다 3.3도 높았다. 중부와 남동부 일부 지역의 기온 편차는 4~6도로 예년 수준을 웃돌았고, 평균 기온은 2~3도가량 상승했다. 중부 유럽과 동부 지역 역시 최고 기온은 20도 이상 상승해 평년 기온을 10도 이상 웃돌았다.

미국은 고기압의 영향으로 건조하고 따뜻한 날씨가 계속됐다. 2월 26일과 27일에 발생한 기록적인 고온현상이 미국 대부분 지역에 영향을 미쳤다. 미국 기상청의 잠정 데이터에 따르면, 26일에는 약 78개 지역이, 27일에는 69개 지역이 최고 기온은 기록했다.

남아메리카 국가도 고온과 장기간 가뭄으로 인해 2월 화재가 급증했다. 특히 브라질 북부 아마존 열대우림이 있는 로라이마주에서 잦은 산불과 높은 탄소 배출량이 관찰됐으며, 브라질 전역의 2월 탄소 배출량이 2003년 이후 가장 많았다고 C3S는 밝혔다. 베네수엘라, 볼리비아 등 남미 다른 국가들도 같은 기간 탄소 배출량이 늘었다.

카를로 부온템포 C3S 부국장은 “놀라울 수 있지만 기후 시스템의 지속적인 온난화 현상은 필연적으로 새로운 기온 극값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놀랍지 않은 일”이라며 “기후가 대기 중 높은 온실가스 농도에 반응하고 있다. 이를 안정화하지 못하면 앞으로 우리는 기온이 높아진 세상과 그 여파 속에서 살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대기 온도가 증가하면서 해수면 온도도 상승했다. C3S는 2월 평균 해수면 온도가 21.06도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종전 최고 기록은 20.98도다.

해수면 온도 상승은 해양 생물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바다는 지구에서 이산화탄소를 가장 많이 흡수하지만, 수온이 높아지면 흡수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결국 산호초가 하얗게 변해 죽는 백화현상이 일어나고 생태계 교란까지 발생해 지구 전체를 혼란에 빠뜨린다. 또한 태양열을 반사해 극지방의 낮은 온도를 유지하는 빙하가 녹아 해수면이 상승으로 이어진다.

리처드 앨런 영국 리딩 대학교 기후과학 교수는 로이터에 “대서양과 인도양 같이 엘니뇨 영향이 거의 없는 지역에서도 수온이 상승한 점이 놀랍다”며 “갈수록 높아지는 온실가스 농도 영향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뿐만 아니라 지난 1년간 지구 평균 기온이 1.56도를 기록해 ‘기후변화 마지노선’으로 불리는 1.5도를 또 한 번 넘었다. 지난달 발표된 12개월 지구 평균 기온이 1.52도였는데, 불과 한 달 사이에 0.04도 높아진 것이다. 이는 ‘지구 평균 온도 상승폭을 1.5도로 제한한다’는 2015년 파리 기후협정의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하지만 세계가 임계점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클레어 눌리스 세계기상기구(WMO) 대변인은 최근 브리핑에서 “엘니뇨가 약화하고 있지만 지속해서 기후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번 엘니뇨가 화석연료 사용 등 인간 활동으로 발생했기 때문에 앞으로도 평년보다 높은 기온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했다.

기후 과학자들은 월 평균 기온 상승을 막기 위해서는 화석연료 사용을 중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프리데리케 오토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기후과학 수석 박사는 가디언에 “우리가 할 일은 화석연료 사용을 중단하고 이를 지속가능한 재생에너지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친환경 에너지로 전환할 때까지 기상이변으로 인한 일상생활과 생계 파괴는 계속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신연수 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