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이현령 기자] 가족 여행 당일 쓰러져 뇌사 판정을 받은 여성이 장기기증으로 5명의 생명을 살리고 떠난 사연이 공개됐다.

8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성빈센트병원에서 지난달 28일 원인애(36) 씨가 뇌사 장기기증으로 5명을 살렸다고 밝혔다.

원 씨는 10년 전 서서히 양쪽 뇌혈관이 막혀가는 질환인 모야모야병으로 수술을 받았다. 이후 회복된 원 씨는 지난달 16일 가족 여행을 떠나기로 계획했다.

그러나 당일 비가 와 여행은 취소됐다. 원 씨의 남편은 두 자녀를 데리고 키즈카페에 갔으며, 집에 남은 원 씨는 집안일을 하다 쓰러졌다. 돌아온 남편이 쓰러진 원 씨를 발견해 급히 병원으로 이송했으나 원 씨는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다.

원 씨의 가족들은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는 의료진의 말에 누워서 마지막을 맞이하는 것보다 다른 사람들에게 새 삶을 선물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원 씨의 심장, 폐장, 간장, 신장(좌·우) 등이 5명에게 기증됐다.

가족 등에 따르면 원 씨는 경북 구미에서 2남매 중 첫째로 태어나 내향적이고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을 좋아했다고 한다.

원 씨의 남편은 기증 동의에 대해 “아이를 사랑했던 평범한 어머니의 특별한 생명 나눔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다”며 “아픔으로 평범한 생활을 하지 못한 이식 대기자에게 평범한 일상을 보내게 해드리고 가족분들에게 위로를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또 그는 “함께 해줘서 고맙고 우리 애들 너무 걱정하지 말고 편히 쉬었으면 좋겠다”며 “애들을 남부럽지 않게 잘 키울 테니 하늘에게 잘 지켜봐 줬으면 좋겠다”고 아내에게 전했다.

한편 현행법상 장기이식희망자가 뇌사 장기기증에 동의하더라도 보호자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지난해 보건복지부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에 따르면 뇌사자 장기기증은 최근 5년간 400명대로 정체한 모습을 보인다. 이에 전문가들은 뇌사 장기기증에 대한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현령 기자 box0916@sporbiz.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