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희망봉 우회시 EU ETS 5200개 필요…수에즈운하 통과시 1800개
해운사 “부담은 사실…용선료 연료비 운하통행비 인건비도 늘어”
벨기에 브뤼셀 유럽연합(EU) 본부 앞 EU 깃발 / 연합뉴스 제공
벨기에 브뤼셀 유럽연합(EU) 본부 앞 EU 깃발 / 연합뉴스 제공

[한스경제=김우정 기자] 홍해를 운항하는 선박 대상으로 예멘 후티 반군의 공격이 지속되자 유럽행 선박들은 남아프리카 희망봉으로 우회하고 있다. 선박 운항거리와 속도의 증가로 유럽연합(EU) 탄소배출권거래제(ETS) 비용도 3배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EU는 올해 1월 1일부터 해운업을 ETS에 포함했다. 이에 선박의 기국과 무관하게 유럽 관할구역 내 항만에 기항하는 총톤수 5000t 초과 선박은 연간 기준으로 각 항차 온실가스(GHG) 배출량에 해당하는 배출권을 구매하고 관리 당국에 제출해야 한다.

EU 권역 내에서는 GHG 배출량의 100%, 권역 외에서는 배출량 50%의 배출권을 구매하면 된다. EU는 현재 GHG 규제대상을 이산화탄소(CO²)로 제한했지만, 2026년부터는 메탄과 아산화질소도 포함할 예정이다. 또한 배출권 제출범위를 단계적으로 적용해 올해는 전체 CO² 배출량의 40%를, 2025년에는 70%, 2026년은 100%로 확대한다.

만약 선박이 배출권을 제출하지 못했거나 배출량이 배출권 제출량을 초과한 경우 초과 배출량에 대해 t당 100유로(약 14만4000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연속 2회 이상 배출권 제출 요건을 위반할 시 관할 당국에 의해 추방될 수 있다.

독일의 해양기술기업 오션스코어(OceanScore)는 컨테이너선이 희망봉으로 우회하며 운항거리가 9000해리 늘어나고 운항속도도 빨라져 EU ETS 비용이 3배 증가할 것으로 추산했다.

영국의 조선·해운시황 전문기관인 클락슨리서치(Clarksons Research)에 따르면 수에즈운하를 통과하는 컨테이너선은 지난해 12월 상반기보다 91% 감소했으며, 벙커선과 원유 유조선은 각각 37%, 31% 줄었다. 이에 반해 희망봉 도착 톤수는 81% 증가했다.

또한 오션스코어가 컨테이너선에 부착된 선박자동식별장치(AIS)를 분석한 결과 남아공 케이프타운을 통과할 당시 선박 운항속도는 20노트로 측정됐다. 수에즈운하 제한속도인 16노트보다 25% 증가한 속력이다.

오션스코어는 “장거리 항해와 함께 운항속도가 높아지자 벙커C유 소비량도 3배 증가했다”며 “이는 선사들의 EU ETS 노출을 증가시키며 비용상승에 부채질하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션스코어는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향하는 1만4000TEU 컨테이너선이 우회항로를 선택한다면 5200개의 탄소배출권이 필요하다고 추산했다. 수에즈운하 통항 시 필요한 탄소배출권 수는 1800개이다. 

이와 함께 현재 CO² 톤당 탄소가격인 55유로(약 7만9580원)를 기준으로 탄소배출권 가격은 9만8000유로(약 1억4180만원)에서 28만5000유로(약 4억1237만)으로 3배가 증가한다.

오션스코어는 “홍해 위협은 여전히 높으며 후티 반군 공격이 줄어들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할 때 현재 상황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는 불확실하다"며 "선사들은 가까운 미래에 더 높은 배출가스 비용을 준비하고 고려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지난해 오션스코어는 유럽향 선박을 보유한 아시아 선주들이 EU ETS가 100%로 시행되면 10억유로(약 1조4469억원)가 넘는 부채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국내 해운업계 관계자는 “EU ETS 비용이 증가할 것이라는 부담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용선료, 연료비, 운하통행비, 인건비 등 다른 영역의 비용까지 고려한다면 홍해 사태로 인한 결과는 예측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한편 클락슨은 수에즈운하가 중단되면서 운임은 2~3배 증가했으며 용선료도 지난해 12월보다 28% 상승했다고 밝힌 바 있다.

김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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