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2022년 말 1조 5622억원 흑자...1년 새 2조1181억원 순익 증발
'지난해 말 연체율·NPL비율 올랐지만 이는 현저히 낮은 수준''
충당금적립률 113.9%·BIS기준 자기자본비율 14.35%...손실흡수능력 충분

[한스경제=김정환 기자] 저축은행 업권은 지난해 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쇼크의 여파로 자산건전성 지표 악화를 보였다. 이에 일각에선 제2의 저축은행 사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최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3년 저축은행 및 상호금융조합 영업실적(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저축은행 79곳의 당기순손실 합계는 5559억원으로 집계됐다. 저축은행 업권은 2022년 말 1조 5622억원의 흑자를 기록한 바 있다. 하지만 1년 만에 2조1181억원의 순익이 증발한 것이다. 이처럼 저축은행 업권이 대규모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것은 지난 2013 회계연도(2013년 7월~2014년 6월)에 5089억원의 적자를 낸 이후 9년 만의 일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제2의 저축은행 사태 발발 등의 위기설을 제기하고 있다. 이는 부동산PF 부실로 인한 대규모 손실과 연체율 및 고정이하여신(NPL)비율 등의 건전성 지표가 악화된다는 점에서 유사한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다만 저축은행 업계의 입장은 다르다. 건전성 지표인 연체율과 NPL비율이 모두 오르긴 했지만, 앞선 위기 때보다 현저히 낮고 손실흡수능력 또한 충분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저축은행들은 위기설이 '지나친 우려'로 보고 있다.

지난해 말 저축은행 영업실적(잠정) 집계 결과 연체율은 6.55%로 2022년 말(3.14%) 대비 3.41%포인트(p)가 상승했지만, 저축은행 사태 당시 연체율 20.3%에 비하면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게다가 이 수치는 지난해 저축은행 자체 위험자산 축소 움직임에 따라 전체 여신잔액이 감소해 연체율 상승에 영향을 준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NPL비율이 오르긴 했지만 충당금적립률이 함께 늘어난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지난해 말 NPL비율은 7.72%로 2022년 말(4.08%) 대비 3.64%p가 증가했으나, 감독규정상 요적립액 대비 충당금적립률은 113.9%로 같은 기간 0.5%p 상승하는 등, 모든 저축은행이 규제비율(100%)을 초과해 적립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자본적정성을 나타내는 BIS기준 자기자본비율도 14.35%로 2022년 말(13.15%) 대비 1.20%p가 증가해 손실흡수능력이 양호하다는 저축은행의 주장에 힘을 보탠다. BIS기준 자기자본비율이 상승한 이유는 대출 감소에 따라 위험가중자산이 직전 년 말 대비 9조 4154억원 줄었고, 자본확충 등으로 자기자본이 727억원 늘었기 때문이다. 저축은행 업권은 규제비율(7%, 자산 1조원 이상은 8%)보다 2배가량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저축은행중앙회는 자기자본 및 대손충당금 적립규모 등을 감안해 손실흡수능력이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수신 추이와 금리변동 상황 등도 안정적으로 유지·관리되고 있다고 본다.

혹여나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이 발생한다 해도 충분히 대응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저축은행중앙회 측은 "예상치 못한 대규모 예금인출 발생 시 저축은행 자체 유동성, 중앙회의 유동성 공급, 시중은행 등 외부 크레딧라인 활용, 한국은행 유동성 지원 등으로 충분히 대응 가능하다"라고 밝혔다. 실제로 한국은행은 유사시 저축은행중앙회를 통해 개별 저축은행에 대한 유동성 지원방안을 마련했으며 최근에는 환매조건부채권(RP)를 통한 유동성 공급도 추진 중이다. 

2011년 저축은행 사태와 궤도를 달리하고 있다는 말이다. 저축은행중앙회는 부동산 PF 부실 사업장을 털어내는 데도 속도를 낸다. 금융권에 따르면, 저축은행중앙회는 경·공매 활성화를 위해 직접 부실채권 매각을 주기적으로 지도할 예정이다. 부실사업장 정리에 가장 큰 걸림돌로 꼽히는 매각가격 관련 조항도 표준규정에 담는 등 개정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금감원은 사업성 평가를 현행 3단계에서 4단계로 개편해 충당금 적립률을 높임으로써 저축은행들이 경·공매에 적극적으로 나서도록 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김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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