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신주발행 가처분 신청 기각
국민연금, 母女 측 손 들어
소액주주 선택만 남아
한미약품 사옥 전경. /한미약품 제공
한미약품 사옥 전경. /한미약품 제공

[한스경제=이소영 기자] 한미사이언스 정기 주주총회가 다가온 가운데, 경영권을 둘러싼 오너일가 간 분쟁이 마지막까지 치열하다. 서로가 준비한 카드는 모두 오픈했고, 이제 소액주주의 최종 결정만 기다리고 있다.

한미약품그룹 오너일가의 상속세 재원 마련이 계기가 된 OCI그룹과의 통합은 '찬성하는 측(송영숙 한미그룹 회장,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부회장)'과 반대하는 '형제 측(임종윤·종훈 전 한미약품 사장)'으로 갈라진 상황이다.

법원 "한미그룹-OCI그룹 통합 결정 적법"

형제 측은 통합에 반발, 법원에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가처분 신청이 인용될 경우 OCI그룹과의 통합이 어려워 회사의 경영 비전이 바뀔 수도 있었다.

하지만 사법부는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 사실상 회사 측 손을 들어줬다. 형제 측이 주장한 '상속세 재원 마련을 위한 통합'에 대해서는 일부 인정했지만, 이사회를 통한 결정을 근거로 경영상 적법하다는 취지다. 

특히 재판부는 통합 여부의 궁극적 선택은 주주들이 해야 한다고 했다.

송영숙 회장·임주현 부회장 , 캐스팅보트 '국민연금' 지분 7% 확보

회사 측과 형제 측의 지분은 거의 비슷하다. 이 때문에 한미사이언스 주총 표 대결은 한치도 예상하기 힘든 상황이다.

당초 형제 측이 보유한 지분율은 28.42%로 회사 측 지분율 35%에 비하면 표 대결에서 밀리는 상태였다.

그러나 고(故) 임성기 한미그룹 회장의 고향 후배이자 개인 대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화학 회장(12.15%)이 형제 측에 서면서 이들의 지분율은 40.57%로 뛰어올랐다.

회사 측 역시 또다른 캐스팅보트를 쥔 2대 주주 '국민연금'의 지분 7%를 확보하면서  우호지분을 약 43%까지 끌어올렸다.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왼쪽)과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부회장.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왼쪽)과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부회장.

국민연금, 형제 측 '시총 200조' 황당 주장에 철퇴 

국민연금은 회사 측 손을 들어준 이유에 대해 "장기적인 주주가치 제고에 더 부합한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업계 일각에서는 국민연금이 이 같은 선택한 까닭에 대해 형제 측의 '시총 200조 달성' '바이오의약품 100개 생산' 주장이 신빙성이 없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또한 형제 측이 경영권 확보 후 해외 자본에 '프리미엄을 받고 지분을 매각'할 우려가 커 회사 측에 힘을 실어줬을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송영숙 회장은 26일 "지난 3년간 나는 아들 둘에게 상속세 재원 마련을 위한 조언과 협력을 요청했다. 그러나 매번 그들로부터 거절당했다"면서 "그들에게는 ‘한미를 지키는 일’ 보다, ‘프리미엄을 받고 자기 지분을 매각하는 것’이 더 중요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두 아들의 심성과 성격, 그리고 둘의 자금 사정은 그 누구보다도 내가 잘 안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어 "장남과 차남은 OCI와의 통합을 저지한 후, 일정 기간 경영권을 보장해 준다는 해외 자본에 지분을 매각하는 선택을 할 것이라 생각한다. 해외 자본의 속성상 그들은 한미의 철학보다는 자신들의 수익에 혈안이 돼 한미그룹 가족(임직원)들을 지켜주지 못하고, 일부 사업부를 매각할 것이며, 1%의 가능성에 도전하는 신약개발도 더 이상 추진하지 않을 것이라 본다. 지금도 아들 둘은 나의 이러한 질문과 우려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 임성기의 꿈을 지켜낼 수 있는 자녀는 오직 임주현 뿐이라고 확신하게 됐다"며 "한미그룹을 지키고자 하는 많은 주주들께 나의 이 입장과 결정을 지지해 줄 것을 간곡히 호소한다"고 강조했다.

'진짜 주인' 소액 주주, 어떤 결정할까

최종 결정은 소액 주주의 몫이 됐다. 모녀를 믿고 '글로벌 한미'로 나아갈지, 형제의 경영권을 회복시킬지 '진짜 회사의 주인'으로서 선택하는 것이다.

소액주주 A 씨는 "주주들이 모두 이익만을 위한 결정을 하는 것은 아니다"며 "그 회사가 걸어온 역사와 회사가 제시하는 비전에 대한 믿음이 바탕이 돼야 투자도 하는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면서 "성실하게 성장해 온 한미그룹의 미래를 위한 선택을 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미사이언스는 28일 오전 경기 화성시 라비돌호텔에서 주주총회를 개최한다.

이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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