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가족 경영권 분쟁, 주주·임직원 송구…표 모아 달라”
한미그룹 올바른 길 위해 총력…글로벌 파마 성장 집중
신동국 회장 “모녀 측 재단 개인 활용, 매우 부적절”
임종윤 전 한미약품 사장(왼쪽)과 동생 임종훈 전 사장. /임종윤·종훈 전 한미약품 사장 제공
임종윤 전 한미약품 사장(왼쪽)과 동생 임종훈 전 사장. /임종윤·종훈 전 한미약품 사장 제공

[한스경제=변동진 기자] “가족 불화가 이런 식으로 표출된 것에 대해 송구하다.”

임종윤·종훈 전 한미약품 사장이 ‘사장직 해임’에 대해 주주와 임직원들에게 이 같이 사과했다.

형제 측은 26일 입장문을 통해 “한미사이언스 정기 주주총회(28일)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저희를 사장직에서 해임한 것은 사적인 감정을 경영에 반영시킨 것으로 매우 부당한 경영행위”라면서 “해임의 사유가 회사 명예 실추라고 하는데, 완전 적반하장”이라고 일갈했다.

형제 측은 “오히려 현 경영진은 선대회장님이 일궈 놓으신 100년 가업 기업을 다른 기업의 밑에 종속시키는 것이 회사 명예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 명백히 설명하고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한미약품그룹은 지난 25일자로 임종윤·종훈 사장을 해임한다고 알렸다. 이들이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중요 결의 사항에 대해 분쟁을 초래하고, 회사에 돌이킬 수 없는 손해를 야기했다는 이유에서다.

임종윤·종훈 “父 유지 받들어 글로벌 파마로 성장시킬 것”

형제 측은 사장직 해임과 상관없이 경영권을 확보해 회사를 글로벌 빅파마로 성장시키고, 창업주이자 아버지 고(故) 임성기 한미그룹 회장의 DNA를 지키는데 총력을 다 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임종윤·종훈 형제는 “회사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누구와라도 손을 잡는 것이 아니라, 모든 주주와 임직원을 위해 회사를 올바를 방향으로 끌어 나갈 적임자가 누구인지를 판단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면서 “가족과의 갈등이 매우 가슴 아프지만 우리는 진정으로 한미그룹과 전체 주주들에게 도움이 되고, 선대회장의 유지를 받들어 한미약품을 글로벌 파마로 성장시키며, DNA를 잃지 않기 위한 방안을 고민하는 데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미사우회 투표는 현 경영진의 부당한 영향력 아래서 이뤄진 행위”이라며 “지주회사인 한미사이언스 경영진의 지휘 감독을 받는 계열사 대표들, 그리고 불확실한 미래에 고통받고 있는 임직원의 고충이 얼마나 클지 헤아려져 매우 가슴아프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경영권을 다시 잡더라도 이들에게 개인적인 불이익이 돌아가는 일은 절대 없도록 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종 간 결합, 합리성 정당성 결여

이와 함께 현재까지 발표된 의결권 자문사들의 결정에 대해서는 “IR팀을 통해 전방위적으로 대응을 할 수 있는 회사 측과 달리, (임종윤·종훈 형제는) 정당성을 설명할 기회가 충분히 주어지지 않았다”면서 “특히 해외 의결권 자문사의 경우 접촉을 거의 하지 못했거나, 접촉하더라도 매우 늦거나 제한된 범위 내에서 할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최근까지 집계된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 5곳 가운데 3곳이 회사 측 손을 들어줬고, 한 곳만이 형제 측 제안에 찬성했다. 나머지 한 곳은 중립 의견을 제시했다.

형제 측은 “그럼에도 중립적이거나 옹호해 주시는 의견이 있었던 것은 회사가 추진하고 있는 이종 결합이 주주가치 제고에 도움이 될 수 없다는 판단에 의한 것”이라며 “이를 고려해 더 많은 주주들께서 우리의 정당성을 평가하고 인정해 주시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속내를 밝혔다.

또한 한울회계법인을 통해 보도된 중간지주회사의 낮은 가치평가에 대해 “회사 측은 ‘본 결합거래는 전례가 없는 것으로 형제 측의 자료에 사용된 샘플들은 본 건에 적용될 수 없다’는 반박 논리를 내세웠다”면서 “하지만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이 같은 거래(이종 결합)’가 합리성과 정당성이 결여됐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형제 측은 “어떤 대주주가 성과가 좋은 최상위 지주회사를 중간지주회사로 전락시키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또한 국민연금 측의 향후 결정과 관련해 “저희(형제 측)의 정당성을 설명할 기회가 제한적인 상황”이라며 “다만 개인거래와 회사거래가 패키지로 이루어지는 상황에서 이해관계가 있는 이사가 이사회에 참여하는 등 현 경영진의 컴플라이언스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점을 제고해야 한다. 이번 신주발행이 국민연금 보유 지분 가치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 대해서도 충분히 고려해 주실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신동국 회장 “임성기 회장 설립 재단, 모녀 개인 활용 매우 부적절”

한편 대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12.15%)이 형제 측과 손을 잡았다는 소식에 대해서 “대부분의 주주 채팅방에서는 환영 일색이었다”고 주장했다.

당초 임종윤·종훈 형제 측 지분은 20.47%, 송영숙 회장·임주현 사장 측 지분은 21.86%로 비슷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신동국 회장이 지난 25일 형제 측을 지지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경영권 분쟁의 무게추가 크게 기울었다. 남은 주요 지분은 국민연금(7.66%), 소액주주(20.5%)이다.

신 회장은 오랜 지인이자 주주로서의 입장을 상세히 설명했다. 그는 “임성기 회장 뜻에 동감해 주주로서 참여한 이래, 오랜 세월 회사의 발전과 기업가치 제고의 과정을 곁에서 보아 왔고, 선대 회장님 작고 후에도 후대 가족들이 합심해 회사를 더욱 발전시켜 나갈 것으로 기대했다”면서도 “상속세와 주식담보대출 등 대주주들이 개인적인 사유를 해결하는 데 집중하는 동안, 회사 경영에 대한 적시 투자활동이 지체되고 기업과 주주가치는 심각하게 훼손됐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 기간 회사의 연구개발이 지연되고 핵심 인력들이 회사를 떠났으며 그 결과 주가도 상당한 하락을 경험했다"며 "기업가치가 더 이상 훼손되기 전에 이제라도 주요 주주로서 명확한 의사 표현을 통해 회사의 발전과 주주가치 회복 및 제고에 기여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신동국 회장은 한미그룹와 OCI그룹 간 통합 추진과정에 대해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그는 “그룹 비즈니스와 연관성이 낮은 기업과의 경영권 거래”라며 “회사의 장기적 발전을 위해서라기보다 해당 대주주들의 개인적인 이슈를 해결하고자 하는 방안”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임성기 회장의 뜻에 따라 설립된 재단들이 일부 대주주들에 의해 개인 회사처럼 의사결정에 활용되는 것 또한 매우 부적절한 행위”라고 힐난했다. 송영숙 회장·임주현 사장 측이 가현문화재단(지분 4.9%)과 임성기재단(지분 3%)을 통합 찬성 의결 과정에 활용하는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임주현 기자회견, 회사 아닌 상속세 해결 자인한 꼴

임주현 사장은 25일 개최한 기자회견을 통해 “주총 직전까지 주주들을 설득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며 “신동국 회장을 남은 이틀 동안 설득할 수 있는 제안이 무엇인지 계속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와 관련한 질문에 대해 임 사장은 “국민연금도 큰 주주로서 소임을 다하고 있고, 그룹도 정당한 루트를 통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며 “현재로선 단언하기에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임종윤·종훈 형제는 임주현 사장의 기자회견에 대해서는 “솔직히 부끄럽다. 우리나라 최고의 변호인단을 통해 서면과 구두변론으로 주장한 내용이 모두 허구였음을 자인한 꼴”이라며 “신주발행은 회사 경영상 꼭 필요하고 나머지 거래는 별개의 사안이며 상속세 문제는 부차적이라고 하더니, 이우현 OCI홀딩스 회장은 신주발행과 나머지 구주 매입 및 주식스왑은 ‘패키지 딜’이라고 못 박았고 임주현 사장은 회사를 위한 것이 아닌 상속세 문제 해결을 위한 것이었음을 자인했다”고 평가했다.

또한 “OCI와의 거래로 상속세 문제가 해결되면 오버행 이슈도 해결된다고 하는데, 그럼 경영권 박탈로 소액주주가 된 형제들이 주식을 팔게 된다면 그것은 오버행 이슈가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25일 한미사이언스와 한미약품 주식이 강하게 반등했다. 이는 대부분의 소액주주가 처음부터 합병에 반대하고 형제 쪽을 지지해왔기 때문”이라며 “한미사이언스 소액주주연대가 통합에 반대하는 탄원서를 수원지방법원에 제출한 사례가 이를 뒷받침한다”고 했다. 

법원에 의해 신주발행이 안될 경우 이 거래를 재고하겠다는 이우현 회장의 발언에 대해서는 “시총 7조원의 회사를 저렴하게 인수하려는 계획과 그것도 법원에 의해 신주발행에 브레이크가 걸리면 포기하겠다는 각오밖에 없는 파트너에게 한미그룹의 미래를 맡기겠다는 생각 자체를 이해할 수 없고 자존심이 상한다”고 일갈했다.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호소하지만 더 이상 집안싸움으로 선대회장과 회사의 명예를 실추시키지 말기 바란다”며 “주주총회를 통해 회사가 정상화되면 우리는 모든 가족과 신동국 회장의 힘을 모아 가족 내부의 문제를 깔끔히 해결하고 선대회장의 유지를 이어갈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계획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변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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