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학생 옷자락에서 나온 소형 녹음기 / 특수교사노조 제공. 연합뉴스.
장애학생 옷자락에서 나온 소형 녹음기 / 특수교사노조 제공. 연합뉴스.

[한스경제=이현령 기자] 재판부가 장애 학생 학부모의 수업 중 특수교사 발언 녹음을 증거로 인정한 뒤 유사한 사례가 늘어났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7일 전국특수교사노조는 3월 개학을 맞이해 각급 학교 특수학급과 특수학교에서 학부모가 장애 학생의 옷 등에 몰래 녹음기를 넣어 보낸 불법 녹음 사례를 공개했다. 노조 측은 웹툰작가 주호민(42)이 자신의 아들을 가르친 특수교사를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한 사건 판결 이후 불법 녹음 사례가 증가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조에 따르면 지난 12일 충청 한 학교에서 장애 학생의 옷소매에 부착된 녹음기가 발견됐다. 지난 23일에는 수도권의 한 특수학교 학생의 가방에서 녹음기를 발견했다. 또 휴대전화나 스마트 워치 등에 있는 도청 앱을 통해 학부모가 실시간으로 수업 중 대화 내용을 듣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경우도 있었다.

노조 측은 불법 녹음이 학부모들의 특정 목적을 위해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조 측은 “불법 녹음은 보통 아동학대 정황이 있거나 학교와 소통할 수 없기 때문이 아니라 별개의 목적인 경우가 많다”며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을 발견할 때까지 학부모가 녹음을 반복한 후 짜깁기해 교육청에 민원을 넣거나 아동학대 신고 자료로 쓴다”고 말했다.

이어 “특수교사들은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당하고 있다는 생각에 수업과 생활지도가 점점 더 두려워진다”고 호소했다. 노조 측은 이런 상황에 일부 특수교사들은 사비로 녹음방지기까지 구입하고 있다고 전했다.

노조 측은 새로운 교육정책 마련을 호소했다. 노조 측은 “불신 가득한 현장이 아니라 서로 신뢰하는 교육 현장이 되도록 함께 노력해야 한다”며 “교육부와 교육청은 특수교육 시스템을 하루 속히 마련할 뿐만 아니라 현장을 반영한 현실적인 교육 정책을 마련해주길 촉구한다”라고 덧붙였다.

주호민은 지난 2022년 자신의 아들을 가르친 특수교사를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했다. 앞서 주호민 부부는 아들의 가방에 녹음기를 몰래 넣어 수업 중 교사의 발언을 녹음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며 해당 녹음기록 증거능력 인정 여부에 관해 관심이 모였다. 지난 2월 1일 1심 재판부는 녹음기록의 증거능력을 인정하고 특수교사에게 유죄 판결을 내렸다.

이현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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