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기업은행 소비자 구제 노력으로 경징계...징계 수위 경감 시 피해자 강력 반발할 듯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왼쪽)과 진옥동 신한은행장의 징계 수위가 경감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각사 제공

[한스경제=김형일 기자]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과 진옥동 신한은행장의 징계 수위 경감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도진 전 IBK기업은행장이 소비자 구제 노력을 앞세워 경징계로 수위를 낮췄기 때문이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 3일 손 회장에게 직무정지, 진 행장에게 문책 경고를 내렸다. 금감원 징계 수위는 주의, 주의적 경고, 문책 경고, 직무정지, 해임권고 5가지로 문책 경고 이상은 중징계로 분류된다. 문책 경고는 향후 3~5년간 금융사 취업이 제한된다. 

이들이 중징계를 받은 이유는 1조6000억원대 환매 중단 사태로 물의를 일으킨 라임자산운용 펀드 판매 과정에서 불완전판매 책임이 인정됐기 때문이다.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은 라임펀드를 각각 3577억원, 2769억원 팔았다. 손 회장은 당시 우리은행장이었다. 

불완전판매는 고객에게 금융상품을 판매할 때 상품에 대한 기본 내용 및 투자 위험성 등에 대한 안내 없이 판매한 것을 뜻한다. 

그러나 지난 5일 금감원 기업은행 디스커버리 제재심의위원회가 김도진 전 행장의 징계 수위를 중징계에 해당하는 문책 경고에서 경징계에 속하는 주의적 경고로 징계 수위를 낮추면서 손 회장과 진 행장의 징계 수위도 낮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김 전 행장은 소비자 구제 노력을 인정받아 경징계로 징계 수위를 낮췄다. 기업은행은 제재심에서 소비자 구제 노력을 적극 소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기업은행은 디스커버리펀드 피해자들에게 투자금 원금 50%를 선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우리은행과 신한은행도 지난해 라임펀드 선지급 방안을 마련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6월 라임자산운용 플루토·테티스 펀드 투자자에게 투자원금의 최대 51%를 지급하기로 했다. 또 지난해 8월 금감원 분쟁조정안을 수용해 무역금융펀드(플루토 TF-1호) 투자자에게 원금 100%를 배상하기로 했다. 

신한은행도 지난해 6월 라임자산운용 CI무역금융펀드에 가입한 고객을 대상으로 가입 금액의 50%에 해당하는 금액을 선지급하기로 했다. 라임자산운용 CI무역금융펀드 가입금액의 50%를 선지급하고 향후 펀드 자산회수와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 결정에 따른 보상비율로 사후 정산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라임펀드 피해자들의 강력 반발이 예상된다. 지난 8일 기업은행 디스커버리펀드 사기피해대책위원회는 “금융사에 반성과 혁신보다 발등의 불만 끄고 보자는 분위기가 확산할 것”이라며 “재발할 수 있는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에서 금융당국이 경고성 메시지를 줄 수 있겠나”라고 비판했다.  

여기에 일각에선 중징계를 확정 지어도 임기를 지키는 데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면서 법적 절차를 통해 제재의 효력을 지연시킨다면 주어진 임기를 마치는 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손 회장의 임기는 오는 2023년 3월이다. 진 행장은 내년 12월까지다.

앞서 손 회장은 지난해 초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로 문책 경고를 받았다. 당시 손 회장은 법원에 징계 효력을 정지시켜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냈고 법원이 인용 결정을 내리면서 손 회장은 연임에 성공했다.   

금감원이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에 중징계를 내리자 라임펀드를 판매한 여타 은행도 긴장하고 있다.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 징계 수위가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을 제외하고 하나은행은 871억원, 부산은행은 527억원, 경남은행은 276억원, NH농협은행은 89억원, IBK기업은행은 72억원, KDB산업은행은 37억원을 판매했다. 

한편 금감원이 현직 은행권 최고경영자(CEO)에게 직무정지를 결정한 것은 지난 2014년 임영록 전 KB금융그룹 회장 이후 처음이다. 국민은행 주전산기 교체를 둘러싸고 내홍을 빚은 임 전 회장은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금융당국의 고강도 사퇴 압박으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김형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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