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국제연료 가격 급등해 요금 인상 불가피…동결 시 한전 추가 손실 16조원 분석도 
5월 새정부 출범 앞두고 '공약 不이행' 이미지 부담…연쇄적 물가상승 영향도 우려 
인수위, 전기요금 논의 개입 안해…한전 '요금 인상' 추진 가능성 커져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열린 인수위 간사단 회의에서 자료를 보고 있다. / 국회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열린 인수위 간사단 회의에서 자료를 보고 있다. / 국회사진기자단

[한스경제=김동용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가 '전기요금 인상 전면 백지화' 공약으로 딜레마에 빠진 형국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영향으로 최근 국제 연료가격이 급등한데다, 전기요금이 동결되면 법적 문제도 발생할 수 있어서다. 이 같은 여론을 의식해 전기요금을 인상할 경우에는 물가 상승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어, 이 또한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새 정부 출범 전부터 공약을 지키지 않는 이미지로 비춰질 수 있는 부분도 부담이다. 

최근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는 윤 당선인의 국정공약을 이행하기 위해서는 임기가 끝나는 2027년까지 추가 비용 266조원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에 일부 경제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선심성 지출 공약을 지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올해 나라빛 규모(1074조4000억원)가 국내총생산(GDP)의 절반을 넘겨 증세 논의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윤 당선인의 '지출 공약' 중 특히, 전기요금 인상 백지화 공약은 대선기간부터 이미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지난해 한국전력공사는 5조8601억원의 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했다. 증권가 일각에선 올해는 최대 20조원에 달하는 적자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전기요금을 인상하면 소비자 부담이 늘고, 반대의 경우에는 한전의 어려움이 가중될 처지다. 

선거 기간 윤 당선인은 탈원전 정책 폐기와 전기요금 인상 백지화를 연계해 문재인정부를 비판한 바 있다. "탈원전으로 발생한 한전의 적자와 부채의 책임을 회피하고 전기료 인상의 짐을 국민에 떠넘기려 한다"는 주장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말 올해 4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전기 요금을 인상하겠다고 발표한 상황이었다. 

전기요금 인상 여부를 두고 고민한 흔적은 현(現)정부에서도 찾을 수 있다. 국제유가가 크게 상승했던 지난해에도 정부는 '국민 생활 안정'을 이유로 2·3분기 전기료 인상을 유보했다. 이에 한전을 비롯해 에너지업계에서는 4분기 전기요금만큼은 반드시 인상돼야 한다는 기류가 형성됐다. 요금을 원가와 연동시키는 '전기요금 원가연동제'가 단 한 번도 작동하지 않은데 대한 불만도 있었다. 

하지만 당시 기획재정부의 입장은 전기요금 동결에 가까웠다. 전기요금이 인상될 경우 연쇄적으로 물가가 상승할 수 있다는 우려때문이었다. 이는 "한국 소비자물가는 기저효과 등으로 한국은행의 물가안정목표제인 2%를 초과한 후 계속 상승세", "연료비 연동제로 소비자물가는 더욱 상승할 수 있다" 등 국회입법조사처의 '2021 국정감사 이슈 분석 보고서'에도 담겨 있는 시각이다. 

지난해 통합재정수지가 30조원대 적자를 기록한 부분도 윤 당선인 측으로서는 부담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어, 올해 재정 여건도 낙관적이진 않다. 지출 구조조정만으로는 재정소요를 감당하기 어려워 적자 국채발행 가능성을 언급하는 경제전문가들도 있다. 

만약, 윤 당선인의 공약대로 전기요금이 동결된다면 단순히 경제적 영향을 떠나 법적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원가 상승을 반영하지 못한 요금으로 한전의 실적 개선이 이뤄지지 않으면 주주 등에 배임 혐의로 고소를 당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전의 적자 폭이 계속 확대되고 주가가 하락하면 주주 손실에 대한 보상 요구가 정부로 향할 수도 있다. 실제 일부 소액주주들은 정부와 한전 경영진을 상대로 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2일 일부 언론에 보도된 한전 내부자료에 따르면, 전기료 구성 항목인 연료비 조정단가는 2분기 ㎾h당 '+30원 이상'인 것으로 파악됐다. 전기요금을 30원 이상 올려야 손실을 메울 수 있다는 의미다. ±3원 상하한 제한(kWh당)에 따라 2분기 전기요금을 3원 올린다고 해도 kWh당 27원 이상 손해를 보게 된다. 올해 전력 판매량이 지난해(53만3431GWh)와 같다고 가정하면 요금 동결로 인한 한전의 추가 손실은 16조원대로 불어나게 된다. 

윤 당선인이 전기요금 동결 방안으로 제시한 '원전 이용률 상향'은 당장 올해 4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예정된 요금 인상을 번복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는 가동되기까지 이르면 2030년, 늦으면 차차기 정부에서 효과를 볼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인수위 간사단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국회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인수위 간사단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국회사진기자단

전기요금이 동결될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현 정부 입장에서 5월부터 임기가 시작되는 윤 당선인의 공약과 반대 방향으로 정책을 결정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앞서 한전은 올해 1분기 요금도 3원 인상안을 정부에 제출했으나 동결된 바 있다. 

다만 정부로서는 전기료 인상안을 뒤집을 수단이 마땅치 않다. 한전이 이사회를 통해 요금 인상 계획을 철회하는 방법은 경영진이 배임죄로 법적 책임을 지게 될 수 있다. 산업부 장관이 약관 변경을 명령하는 방법은 전기 사업자들이 금지행위를 한 경우로 국한돼 있어 쉽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21일 예정됐던 2분기 연료비 조정단가 발표 일정은 하루 전 돌연 연기됐다. 한전은 20일 "2분기 전기요금 연료비 조정단가 산정내역과 관련해 관계부처 협의 등이 진행 중"이라며 "추후 그 결과를 회신받은 후 2분기 연료비 조정단가를 확정하는 것으로 통보 받았다"고 밝혔다. 현 정부가 윤 당선인의 공약에 부담을 느껴 의사결정을 미룬 모양새였다. 

윤 당선인 측은 전기요금 조정 논의에서 발을 빼는 모습이다. 

원일희 인수위 수석부대변인은 23일 정례브리핑에서 전기요금에 관련된 질문에 "전기요금은 현 정부의 산업통상자원부가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조만간 결정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여기까지가 답변"이라고 선을 그었다. 인수위는 전기요금 논의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인수위가 전기요금 논의에서 발을 빼면서 한전의 전기요금 인상 추진 가능성이 커졌다. 산업부는 24일 인수위 보고에서 전기요금과 관련한 별도의 요청이 없을 경우, 기재부와 요금 인상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4월 중 요금을 인상하려면 이달 중 발표해야 한다. 

김동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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