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배달업 호황 이면 아래 감춰진 라이더의 열악한 노동 환경
배달에 나선 김배달(가명) 씨가 오토바이를 타고 골목을 달리고 있다. /김근현 기자
배달에 나선 김배달(가명) 씨가 오토바이를 타고 골목을 달리고 있다. /김근현 기자

[한스경제=김근현 기자]  9살 아이를 키우는 32살 김배달(가명) 씨는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쉬지 않고 오토바이를 탄다. 꼬박 12시간을 일한다. 어쩌다 하루가 아니다. 일요일 딱 하루만 쉰다. 산술적 계산으로, 주 6일 72시간을 일하는 셈이다.

월 1000만 원을 버는 배달 라이더에 대한 보도가 쏟아지면서 너도 나도 배달 라이더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의사보다 많이 버는 직업이라는 기사까지 나왔다. 한 업체는 유튜버까지 섭외해 2분 만에 4000원을 벌었다는 광고를 하며 이른바 "쉽게 돈 버는 일"로 포장해 라이더 모으기에 열중하고 있다. 사실일까?

하루 종일 김배달 씨를 따라다녔다. 그가 배달하는 12시간 동안 오토바이를 타고 동행하며 '배달 일상'을 취재했다.

오전 8시. 김배달 씨가 자신의 헬멧에 부착된 헬멧캠을 점검하고 있다. /김근현 기자
오전 8시. 김배달 씨가 자신의 헬멧에 부착된 헬멧캠을 점검하고 있다. /김근현 기자

오전 8시 정각. 김배달 씨는 아침 이른 시간에 오토바이 점검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헬멧캠을 살펴본다. 고객과 사소한 시비를 비롯해 배달하면서 생기는 교통사고와 음식에 발생하는 문제들을 모두 녹화해 본인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를 한다. 교통사고부터 배달에 발생하는 사고(도난, 고객 시비 등)를 오로지 라이더 혼자서 책임지는 기형적인 구조에 따른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다. 대형 배달서비스 업체들이 배달 사고와 관련해 책임지지 않고 라이더에게 떠넘긴다는 지적이 여기저기서 나온다.

모든 점검을 마친 김배달 씨가 자신의 헬멧을 착용하고 있다. /김근현 기자
모든 점검을 마친 김배달 씨가 자신의 헬멧을 착용하고 있다. /김근현 기자
김배달 씨가 집을 나서고 있다. /김근현 기자
김배달 씨가 집을 나서고 있다. /김근현 기자

서울시 영등포구 당산동에 사는 김배달 씨는 항상 마포구로 출근한다. 본인이 사는 영등포구는 이른바 '돈이 안 되는 지역'이다. 배달 플랫폼들은 '지역 쪼개기'로 각 지역의 라이더에게 지급하는 배달료를 다르게 책정하고 있다. 배달료의 수준에 따라서 동네마다 배달 서비스의 품질(속도 등) 자체가 달라진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배달료가 낮은 지역은 같은 시간대 음식을 시키더라도 라이더를 배차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단건 배달임에도 소비자들이 음식을 늦게 받는 이상한 구조가 생겼다. 반면에 배달료가 높은 지역의 이용자들은 상대적으로 빠른 속도로 음식을 배달받을 수 있다.

라이더들도 같은 시간 같은 노동을 하는데 벌어들이는 수익의 차이가 크니 지역을 이동할 수밖에 없다. 배달 플랫폼들이 광고하는 "동네에서 바로 일할 수 있다"는 이야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로 여겨진다.

김배달 씨가 주로 일하는 마포구 신촌로터리에 도착했다. /김근현 기자
김배달 씨가 주로 일하는 마포구 신촌로터리에 도착했다. /김근현 기자

A 배달서비스 업체 기본형 요금제의 중개수수료는 음식값의 6.8%, 배달비는 6000원이다. B 업체 일반형은 중개수수료가 음식값 9.8%, 배달비는 5400원이다. 또, 두 플랫폼 공통적으로 직선거리 3km가 넘어갈 경우 고객에게 3000원의 배달비를 추가로 부과한다. 라이더에게 배달비가 전부 돌아가지 않는다.

소비자들은 전국 어디서든 주문하면 같은 비용을 지불한다. 하지만 지불한 비용 가치의 서비스를 온전히 못 받는 경우가 적지 않다. 대다수의 시민들은 자신이 한 건의 주문을 했을 때 내는 배달비가 온전히 라이더에게 지급되는 줄 알고 믿고 결제한다. 그러나 사실과 다르다.  B 업체 최저 기본 배달료는 2500원이다. 건당 최소 5400원에서 최대 8400원의 배달비를 걷지만 라이더에게는 일부만 돌아간다.

쿠팡이츠로 김배달 씨의 첫번째 콜이 잡혔다. /김근현 기자
쿠팡이츠로 김배달 씨의 첫번째 콜이 잡혔다. /김근현 기자
김배달 씨가 음식을 픽업하고 있다. /김근현 기자
김배달 씨가 음식을 픽업하고 있다. /김근현 기자
김배달 씨가 보온가방이 든 배달통에 배달할 음식을 넣고 있다. /김근현 기자
김배달 씨가 보온가방이 든 배달통에 배달할 음식을 넣고 있다. /김근현 기자
배달에 나선 김배달 씨가 골목을 달리고 있다. /김근현 기자
배달에 나선 김배달 씨가 골목을 달리고 있다. /김근현 기자
배달지에 도착한 김배달 씨가 음식을 배달하고 있다. /김근현 기자
배달지에 도착한 김배달 씨가 음식을 배달하고 있다. /김근현 기자
김배달 씨가 고객의 요청사항대로 음식을 비대면 배달하면서 인증 촬영을 하고 있다. /김근현 기자
김배달 씨가 고객의 요청사항대로 음식을 비대면 배달하면서 인증 촬영을 하고 있다. /김근현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배달 수요가 늘어나면서 소비자들은 이런 생각을 많이 한다. '중개수수료를 제외하고 배달비는 온전히 라이더들에게 돌아가지 않나.' 하지만 라이더들의 업무가 가중되면서 이득을 보는 쪽은 개인이 아닌 배달 서비스 업체라는 게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익명을 요구한 배달관계자는 "배달 서비스의 경우 지속 노동이 아니라 건별로 단일 용역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기 때문에 각 주문마다 받는 배달비 5400원, 6000원이 온전히 한 건의 배달료로 라이더들에게 지급돼야 한다. 그러나 업체들은 다른 주문의 배달료를 대체하는 금액으로 배분하면서 라이더들과 고객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점심 배달을 마친 김배달 씨가 잠시 짬을 내 편의점에서 삼각김밥과 바나나우유를 먹고 있다. /김근현 기자
점심 배달을 마친 김배달 씨가 잠시 짬을 내 편의점에서 삼각김밥과 바나나우유를 먹고 있다. /김근현 기자

정신없이 오전과 점심시간 배달을 마치고 잠깐의 짬을 낸 김배달 씨는 편의점에서 삼각김밥과 바나나우유를 샀다. 오늘의 점심을 해결했다. 10분이나 지났을까. 김배달 씨는 다시 오후 배달에 나섰다. 밥 먹는 시간이라도 줄여서 더 일을 해야 오늘의 목표금액을 맞출 수 있기 때문이다.

오후 배달에 나선 김배달 씨. 이번엔 배달의 민족으로 배달을 시작한다. 시시각각 변하는 단가를 보며 가장 높은 배달료를 제시한 플랫폼으로 갈아타며 일한다. /김근현 기자
오후 배달에 나선 김배달 씨. 이번엔 배달의 민족으로 배달을 시작한다. 시시각각 변하는 단가를 보며 가장 높은 배달료를 제시한 플랫폼으로 갈아타며 일한다. /김근현 기자
음식점에서 음식을 픽업하는 김배달 씨. /김근현 기자
음식점에서 음식을 픽업하는 김배달 씨. /김근현 기자
오후에도 고객들에게 빠른 배송을 하고 있는 김배달 씨. /김근현 기자
오후에도 고객들에게 빠른 배송을 하고 있는 김배달 씨. /김근현 기자
고된 노동에 피곤한 김배달 씨. /김근현 기자
고된 노동에 피곤한 김배달 씨. /김근현 기자
고객이 대면 배달 요청을 했지만, 배달지에 도착하자 고객이 비대면 배달을 요청했다. 갑자기 바뀐 수정사항은 헬멧캠으로 기록한다. /김근현 기자
고객이 대면 배달 요청을 했지만, 배달지에 도착하자 고객이 비대면 배달을 요청했다. 갑자기 바뀐 수정사항은 헬멧캠으로 기록한다. /김근현 기자

정신없이 일하다 보니 벌써 저녁 피크 시간이 지났다. 김배달 씨는 이제 집인 당산동으로 향하는 퇴근 콜을 잡았다. 마지막 배달을 끝마친 그는 녹초가 됐다. 12시간 동안 오토바이를 타고 아스팔트 노면의 굴곡을 받으며 일하다 보니 온몸에 근육통이 자리를 잡았다.

퇴근 시간이 다가온 김배달 씨. 마포구에서 본인이 사는 당산동으로 향하는 배달을 퇴근 콜로 잡았다. 퇴근 콜을 수행한 후 당산역 사거리에 서있는 김배달 씨. /김근현 기자
퇴근 시간이 다가온 김배달 씨. 마포구에서 본인이 사는 당산동으로 향하는 배달을 퇴근 콜로 잡았다. 퇴근 콜을 수행한 후 당산역 사거리에 서있는 김배달 씨. /김근현 기자

아침, 점심, 저녁 세 번의 식사시간이 지나고 김배달 씨는 집으로 퇴근했다. 오늘 하루 김배달 씨가 먹은 음식은 삼각김밥과 바나나우유뿐이다. 여러 고객들의 세 끼를 배달했지만, 정작 그는 자신의 식사로 부실한 한 끼만 챙겼다. 이날 그는 약 20만 원의 수입을 챙겼다. 목표 수입을 간신히 넘었다. 갈수록 줄어드는 배달료가 생계를 압박하고 있다. 

김배달 씨는 1년에 유상운송 종합보험료 487만 원를 낸다. 1년에 약 300일을 근무한다고 가정하면, 하루 보험료는 약 1만6000원이다. 1년간 탈 오토바이 구매 비용 300만 원과 하루 주유비 1만 원, 오토바이 소모품 교체비용 등 하루 비용을 대략 계산했을 때, 보험료를 포함해 하루 4만2000원의 고정비용이 발생한다. 식비를 제외한 금액이다. 

20만 원의 수입에서 4만2000원을 뺀 15만8000원이 그의 하루 수입이다. 12시간 일한 그의 시급은 약 1만3000원이다. 여기에 추가적으로 1년에 한 번씩 종합소득세는 별도로 내야 하고, 배달 사고로 생긴 손실금액까지 포함하면 수입은 더 줄어든다. 

법정 근로시간 주 40시간 시대에 주 72시간 일한 그의 한 주 소득은 93만6000원이다. 한 달 수입은 약 400만 원 가량된다. 남들보다 약 두 배 더 많은 시간을 일해 돈을 벌었지만 결코 많지 않다. 시급으로 계산하면 중소기업 노동자의 임금과 별 차이가 없다.

해가 완전히 지고 아침, 점심, 저녁 세 번의 식사시간이 지나 퇴근한 김배달 씨. /김근현 기자
해가 완전히 지고 아침, 점심, 저녁 세 번의 식사시간이 지나 퇴근한 김배달 씨. /김근현 기자

배달 라이더들의 월 1000만 원 수입은 취재 결과 사실과 거리가 먼 것으로 드러났다. 취재하며 만난 라이더들의 한목소리로 말했다. "비가 왕창 오는 장마철이나 눈이 지속적으로 내리는 겨울철 잠깐을 제외하면 월 1000만 원은 힘들다." 그들은 "하루 15시간씩 하루도 쉬지 않고 여러 플랫폼을 넘나들며 일해야 '월 1000만 원 수입'이 가능할지도 모른다"고 귀띔했다. '월 1000만 원 수입'은 사실상 불가능한 소문에 불과하다는 이야기다. 

수입에 대한 오해만큼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고용 환경이다. 라이더들이 일하는 고용 환경은 그야말로 열악하기 짝이 없다. 장시간 노동에 노출된 라이더들의 건강상태는 최악이다. 식사를 제때 챙기지 못하고, 매일 정형외과나 한의원을 다니며 온몸으로 받아낸 아스팔트의 굴곡을 치료한다. 라이더들에게 허리디스크와 목디스크는 반갑지 않은 동반자다.

12시간의 고된 하루를 마치고 어두컴컴한 골목길에서 퇴근하는 김배달 씨. /김근현 기자
12시간의 고된 하루를 마치고 어두컴컴한 골목길에서 퇴근하는 김배달 씨. /김근현 기자

주 72시간 근무하는 라이더들의 배달 현장을 단 하루 취재하면서 엄청난 피로가 몰려왔다. 배달업 호황 이면 아래에 자리 잡은 라이더들의 열악한 노동 환경이 절실히 느껴졌다. 주 72시간 중노동에도 알려진 것과 다르게 수입이 적은 라이더의 생계와 건강을 압박하는 사회적 구조가 올바르게 바뀌어야 한다. 배달 플랫폼들이 앞으로 더 커져 갈 배달업 시장에서 책임감을 가지고 라이더들과 상생을 고민해야 할 때다. 

김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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