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허구연 KBO 총재와 오세훈 서울시장 잠실구장서 비공개 회담
잠실 돔구장의 구체화까진 시간 더 필요
오세훈 서울시장(오른쪽)과 허구연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가 24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잠실 스포츠·마이스(MICE) 복합공간 조성사업 중 하나인 신축 구장 건립 관련 간담회를 가진 뒤 프로야구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를 관람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오른쪽)과 허구연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가 24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잠실 스포츠·마이스(MICE) 복합공간 조성사업 중 하나인 신축 구장 건립 관련 간담회를 가진 뒤 프로야구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를 관람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스경제=김호진 기자] 허구연(71)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와 오세훈(61) 서울시장이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만났다. 서울시가 잠실종합운동장 일대에 스포츠 문화시설과 호텔, 상업 시설을 조성하는 잠실 스포츠·마이스(MICE) 복합공간 조성사업을 추진 중인다. 신축 구장 건립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허 총재와 오 시장이 이야기를 나눴다. 차갑게 식은 야구 인기 부흥 숙제를 떠안은 허 총재와 사상 최초 최장기 4선 서울시장 도전을 원하는 오 시장은 '잠실 돔구장'을 앞세워 공공의 이득을 취할 수 있을까.

허 총재와 오 시장은 24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분간 비공개 회동을 했다. 당초 이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잠실 돔구장 건립 방향 등을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더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한 뒤 간담회를 여는 것이 맞다는 판단을 내려 기자회견을 취소하고 비공개 회동으로 전환했다.

서울시의 잠실 스포츠·마이스(MICE) 복합공간 조성사업은 잠실종합운동장 부지에 민간 자본을 활용해 호텔과 야구장 등 스포츠, 문화, 상업 등의 복합시설을 짓는 사업이다. 복합 시설 기준으로 국내 최대 규모의 민간 투자사업이다. 우선협상대상자는 한화컨소시엄으로 선정했으며, 서울시는 도시계획과 건축, 야구계 등 관련 전문가들로 협상단을 꾸려 협상 중이다. 허 총재는 지난달 말 KBO 총재로 취임하기 직전 오 시장에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등 국제경기 유치, 비와 눈, 미세먼지 등 날씨와 관계없이 야구가 가능한 돔구장 신축 검토를 건의했다.

오 시장에게 야구계의 요청은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지난 2007년 오 시장의 첫 서울시장 임기 당시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건설을 위해 동대문야구장을 철거하고 대체구장 7곳을 짓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고척스카이돔이 그 중 하나다. 그러나 고척돔을 두고도 말이 많다. 원래 아마추어 전용 구장으로 건설할 목적이었으나, 주변 소음 민원으로 지붕의 일부만 덮는 하프돔 형태로 변경됐다. 하지만 2년 만인 2009년 전면 돔 형태로 짓겠다고 말을 바꿨다. 게다가 주차장 부족, 교통 혼잡 등 문제가 터지고 문화예술 공연시설 등이 추가되면서 당초 400억 원대로 예상됐던 사업비는 2400억 원으로 불었다. 사업비는 눈덩이처럼 불었지만, 기대보다 활용도가 낮고 규모가 1만6000석이라 한국의 대표 돔구장이라고 하기엔 규모가 작다는 평가다.

가장 큰 문제는 사업비다. 당초 서울시가 책정한 총 사업비는 2조1672억 원이다. 그러나 잠실구장을 돔구장으로 짓기 위해선 2000억 원이 더 필요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업비를 부담해야 하는 한화컨소시엄 입장에선 반가울 리 없다. 서울시와 한화컨소시엄이 긴밀한 대화를 주고받고 있지만, 향후 구장을 사용하는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 구단의 구장 대여료나 입장료 등이 오르는 것은 피할 수 없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야구 팬들에게 가중된다.

 

오세훈 서울시장(오른쪽)과 허구연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가 24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잠실 스포츠·마이스(MICE) 복합공간 조성사업 중 하나인 신축 구장 건립 관련 간담회를 가졌다. /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오른쪽)과 허구연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가 24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잠실 스포츠·마이스(MICE) 복합공간 조성사업 중 하나인 신축 구장 건립 관련 간담회를 가졌다. /연합뉴스

 

잠실 돔구장 관련 논의는 아직 걸음마 단계에 머물러 있지만 언젠가는 풀어야 할 실타래다. 이미 방아쇠는 당겨졌다. 허 총재 역시 서울시와 해결해야 할 퍼즐이 있다. 수년간 되풀이한 광고비 문제다. 그간 서울시를 두고 "서울시가 스포츠에 관심이 없지만, 구장 광고수익만 관심이 있다"는 꼬리가 따라 붙었다. 허 총재는 취임사에서 "잠실구장은 광고 수익이 180억 원에 달하는데 LG와 두산은 도합 43억 원만 받고 있다.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LG와 두산이 없으면 광고도 들어오지 않는다. 합리적으로 생각해도 서울시, LG, 두산이 60억 원씩 나눠가져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서울시와 잠실 연고 구단간 광고수익 배분 문제를 어떻게 개선해 나갈지 주목된다.

허 총재는 지자체와 야구단의 상생, 그래서 자생력이 생긴 구단이 인프라를 확충하는 시대를 여는 게 목표다. 현재 KBO리그 구단은 모기업에 의존하는 형태다. 적자 구조 속에 모기업이 돈을 갚아주는 모습이다. 모기업의 입김이 구단에 고스란히 전해질 수밖에 없다. 만일 프로구단이 흑자를 달성하고, 모기업의 지원 없이 자생할 길이 생긴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돔구장 건설은 허 총재와 오 시장의 공공의 목표로 비친다. 오는 6월 1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서울시장 4선에 도전하는 오 시장의 대표적인 공약이 될 수 있. 허 총재 역시 야구계의 숙원을 풀 수 있는 절호의 찬스와 같다. 정치에 돔구장이 이용되는 건 다소 모양새가 좋지 않지만, 현 상황을 볼 때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방향성과 방식, 과정 등에 공정함이 필요한 상황이다.

김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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