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 문동주. /한화 이글스 제공
한화 이글스 문동주. /한화 이글스 제공

[잠실=한스경제 이정인 기자] "와! 공 진짜 좋다."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열린 7일 오후 서울 잠실구장. 경기 전 3루 불펜에서 문동주(19ㆍ한화)의 불펜 투구를 지켜본 손혁(49) 한화 전력 강화 코디네이터가 연신 감탄사를 내뱉었다.

문동주는 이날 로사도(48) 한화 투수코치와 관계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불펜 투구를 소화했다. 주 무기인 포심 패스트볼과 슬라이더, 체인지업, 커브 등 변화구를 고루 섞어 던지며 구위를 점검했다. 포수 미트에 빨려 들어가는 시속 약 150km 패스트볼은 위력적이었다. 변화구 각도 역시 준수했다. 문동주의 투구를 지켜본 로사도 코치와 관계자들은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투수 전문가인 손혁 코디네이터는 "저도 저렇게 태어났더라면 어땠을까 싶다"고 웃으며 "문동주는 천부적인 재능을 갖췄다. 어린 선수답지 않게 멘털도 좋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광주진흥고를 졸업한 고졸 신인 문동주는 올해 1차 지명으로 한화에 입단했다. 프로 입단 전부터 '초고교급 투수'로 이름을 날렸다. 최고 시속 157㎞, 평균 시속 152㎞에 달하는 광속구를 던져 국가대표 에이스가 될 재목으로 평가 받는다.

5월 9일 1군에 올라온 그는 구원 투수로 뛰며 경험을 쌓았다. 프로 데뷔전인 5월 10일 LG 트윈스전에서 0.2이닝 4실점(4자책)으로 혹독한 신고식을 치렀으나 이후 5경기 연속 무실점 투구를 펼쳤다. 같은 달 26일 두산전(2이닝 4실점), 31일 NC 다이노스전(2이닝 1실점)에서 주춤했지만, 3일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2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한화 이글스 문동주. /이정인 기자
한화 이글스 문동주. /이정인 기자

고교 시절 속구, 스플리터, 커브를 던진 문동주는 프로에 입단한 뒤 신무기를 장착했다. 최원호(49) 2군 감독에게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을 배웠다. 지난달 초 1군에 올라온 뒤로는 로사도 코치의 권유로 서클체인지업 연습 비중을 높였다. 문동주는 "로사도 코치님이 '네가 앞으로 더 긴 이닝을 소화하려면 서드 피치(Third Pitchㆍ3번째 구종)가 꼭 필요하다'고 말씀하셔서 매 경기 체인지업을 던지겠다고 약속했다"며 "체인지업을 배운지 얼마 안 돼서 처음엔 자신이 없었는데 NC전부터 잘 들어갔다. 그때부턴 '어차피 배운지 얼마 안 돼서 못 던지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부담 없이 던졌는데 제구가 잘 됐다"고 말했다.

문동주는 3일 키움전에 등판해 2이닝 동안 삼진 3개를 잡았다. 7회 키움 간판타자 이정후(24)를 삼진 처리한 게 이날 경기의 백미였다. 문동주는 초구 시속 153㎞ 패스트볼로 스트라이크를 잡은 뒤 체인지업 3개를 연달아 던져 이정후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배운지 한 달도 채 안 된 변화구로 KBO리그 최고 타자 이정후를 삼진 처리했다. 문동주의 천재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카를로스 수베로(50) 한화 감독은 “얼마 전 로사도 투수코치에게 배운 체인지업을 실전에서 바로 썼다. 습득력이 굉장히 좋다.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큰 투수”라고 칭찬했다. 손 코디네이터는 "과거 류현진(35ㆍ토론토 블루제이스), 윤석민(36ㆍ은퇴)이 그랬던 것처럼 문동주도 구종 습득 능력이 정말 좋다. 손 감각을 타고난 것 같다"고 짚었다.

침착한 성격과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강철 멘털'도 문동주의 강점이다. 그는 26일 두산전에서 홈런을 3개나 맞았다. 공교롭게도 '프로의 쓴맛'을 알려준 두산을 상대로 9일 선발 데뷔전을 치른다. 문동주 "지난 두산전 상황은 이미 기억에서 지워버렸다. 안 좋은 기억은 빨리 잊으려 한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면 된다. 최대한 좋은 생각만 하려 한다"고 강조했다.

19살의 어린 선수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앞으로 문동주의 발전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구단은 물론 자신도 조급해하지 않는다. 그는 "전 외국 나이로 치면 18살이다. 마이너리그 선수들도 빨라야 20대 중반에 빅리그 문턱을 밟는다. 저에게도 아직 7~8년의 시간이 있다고 생각한다. 차근차근 배워나가면 될 것 같다"고 각오를 드러냈다.

개막 전 유력한 신인왕 후보로 꼽혔던 문동주는 이제 본격적으로 레이스에 뛰어들 예정이다. 김도영(19ㆍKIA 타이거즈), 이재현(19ㆍ삼성 라이온즈) 등 슈퍼 신인들간 선의의 경쟁이 기대된다. 아직 시즌 일정의 60%가 남은 만큼 성장하는 새내기들의 신인왕 레이스는 더 흥미로워질 전망이다. 문동주는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 팬들의 기대치에 한참 못 미친다. 신인왕을 욕심 낼 상황은 아닌 것 같다"면서도 "야구 잘하는 동기들이 많아서 좋다. 시너지 효과가 나는 것 같다. 서로 발전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선의의 경쟁을 보여드리겠다"고 입술을 깨물었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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