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김호진 기자] 높이뛰기 간판 우상혁(26·국군체육부대)이 한국 육상 역사상 최초로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은메달을 차지하며 위상을 드높였다.

우상혁은 19일(이하 한국 시각) 미국 오리건주 유진 헤이워드 필드에서 열린 2022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높이뛰기 결선에서 2m35를 넘어 2위를 차지했다. 2m37을 1차 시기에 성공한 '현역 최강 점퍼' 무타즈 에사 바심(31·카타르)의 벽을 넘지 못했지만 세계 정상급 선수의 위상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이전까지 세계선수권 높이뛰기에서 한국이 거둔 가장 좋은 성적은 지난 1999년 대회에서 이진택(50)이 6위에 오른 것이다. 모든 종목을 통틀어 실외 선수권대회에서 메달을 획득한 한국 선수는 경보의 김현섭(37·동메달) 1명 뿐이었다. 김현섭은 2011년 대구 대회의 남자 20㎞ 경보에서 6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이후 도핑 재검사에서 금지약물성분이 검출된 선수가 대거 나오면서 2019년 뒤늦게 동메달을 받았다. 그러나 우상혁이 유쾌한 몸놀림으로 도달하지 못할 것처럼 느껴졌던 고지를 넘어서면서 한국에서도 세계선수권대회 은메달리스트의 탄생을 알렸다.

지난해 8월 막을 내린 2020 도쿄 하계올림픽에서 2m35의 한국 기록을 세우며 역대 한국 육상 트랙·필드 최고인 4위에 올라 전 세계에 '스마일 점퍼'로 이름을 알렸다. 그의 도전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그해 12월 미국으로 건너가 전지 훈련을 진행한 뒤 올해 1월 유럽으로 이동해 (2ｍ23·5위), 2월 6일 체코 후스토페체(2ｍ36·우승), 2월 16일 슬로바키아 반스카 비스트리차(2ｍ35·우승), 3월 20일 베오그라드 세계실내육상선수권(2ｍ34·우승) 등 실내 대회를 치렀다. 국내로 건너와 4월 대구 종별육상선수권(2m30)과 5월 나주 실업육상선수권(2m32) 등 실외 대회에서 컨디션을 점검한 뒤 카타르 도하 다이아몬드리그(2m33)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절정의 기량을 과시했다.

한국인 최고 세계실내대회, 다이아몬드리그 우승 등 각종 기록을 갈아치웠지만 그는 넘고 또 넘었다. 유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기 위해 다이어트까지 감행했다. 최적의 몸 상태를 만든 그는 출국에 앞서 "난 항상 타이틀을 원한다. 실내대회에서 우승했으니 실외대회에서도 우승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을 갖고 있다"며 "무거운 것(금메달)을 들고 돌아오겠다"고 포부를 밝힌 바 있다. 비록 목표했던 금메달 획득에는 실패했지만 그의 '은빛 점프'는 박수 받을 만하다. '렛츠 고 우(Let's go woo)' 한국 육상의 희망 우상혁의 비상은 계속된다.

한편, 대회 금메달을 목에 건 바심은 남자 높이뛰기 사상 최초로 세계선수권 3연패를 달성했다. 2m33을 넘은 안드리 프로첸코(34·우크라이나)가 동메달을 차지했다.

김호진 기자 hoo1006@sporbiz.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