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일부 건설사, 정비사업장에서 확정공사비 제안
공사비 오르는 현재로선 조합에 나쁘지 않은 조건
공사비 인하 요인 발생 시 조합-시공사 갈등 발생할 수도
서울의 아파트 건설현장. / 연합뉴스
서울의 아파트 건설현장. / 연합뉴스

[한스경제=서동영 기자] 최근 공사비가 오르다보니 일부 건설사가 도시정비사업 입찰 시 확정공사비를 제안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정비사업 조합원들로선 끌리면서도 고민스럽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 2월 경기 안양 관양현대아파트 재건축과 서울 노원구 월계동신아파트 재건축을 따내 주목을 끌었다. 지난 1월 광주 화정동 붕괴사고 직후임에도 수주에 성공한 것이다. 건설업계에선 확정공사비를 비롯해 여러 파격적인 조건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확정공사비란 나중에 공사비 인상 요인이 있어도 조합원에게 추가 부담없이 정해진 공사비대로 건물을 짓겠다는 것이다.

최근 정비사업장에선 자잿값, 인건비 등 인상요인으로 인해 시공사가 입찰 당시보다 공사비를 올리려다 조합 등 발주처의 반발로 갈등을 겪는 경우가 나오고 있다. 갈등이 극대화되면 서울 강동 둔촌주공처럼 공사가 중단되거나 조합이 건설사와의 시공 계약을 해지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조합으로서도 시간과 법적 분쟁에 드는 비용 등 상당한 소모를 각오해야 한다.

이런 시기에 건설사에서 공사비를 추가로 올려받지 않겠다는 확정공사비를 제안하니 조합원들로선 지금처럼 공사비가 솟구치는 상황에서 충분히 고려해볼 만하다.

확정공사비가 단점이 없는 건 아니다. 자잿값 등 인상 시기에는 유리할 수 있지만, 가격 인하 시에는 인하분을 반영될 수 없다는 점이다.

박철한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조합원 입장에선 비용이 고정되니깐 솔깃할 수 있다. 요즘 같은 시기에 건설사가 불확실성을 안고 가겠다는 것 아닌가"라면서도 "나중에 건설자잿값 등이 크게 떨어졌을 때 조합과 건설사간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비사업은 완공까지 긴 시간이 걸린다. 막상 건설자재, 인건비 등이 계약 당시보다 크게 인하된다면 확정공사비가 손해라고 생각한 조합이 시공사에 공사비 인하를 요구,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확정공사비는 건설사가 손해를 보지 않으려고 장래 위험부담을 고려해 일반적인 공사비보다 높게 잡기 마련이다. 너무 차이가 크면 조합으로선 이를 선택할 매력이 떨어진다.

지난 6월 부산 부곡2구역 재개발사업에서 포스코건설은 확정공사비를 내세웠지만 조합원들은 GS건설을 선택했다. 포스코건설의 확정공사비는 7425억원으로 GS건설 입찰가보다 986억원 더 많은 액수였다. 업계에선 아무리 확정공사비라지만 포스코건설이 GS건설보다 15%나 더 높은 액수를 책정한 것이 패인이라고 분석했다. GS건설이 내건 공사비가 추후 물가상승률만큼 올라간다 하더라도 포스코건설 공사비보다 더 낮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부 건설사가 수주 전략 중 하나로 확정공사비를 내세우는 것이라 대세가 되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동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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