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황영기 초록우산어린이재단 회장 인터뷰
금융 외길 인생 걷다 아동 복지에도 시선
아이들이 운동하고 뛰어 노는 건 굉장히 중요
황영기 초록우산어린이재단 회장이 18일 오전 서울 중구 초록우산어린이재단에서 한국스포츠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근현 기자
황영기 초록우산어린이재단 회장이 18일 오전 서울 중구 초록우산어린이재단에서 한국스포츠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근현 기자

[어린이재단빌딩(서울 무교동)=한스경제 박종민 기자] 말쑥한 진녹색 정장 차림에 옆으로 가지런히 넘긴 헤어스타일, 부드러운 인상에선 ‘성공한 회장님’의 여유가 묻어난다. 그러나 눈빛만큼은 ‘검투사’의 눈빛처럼 강렬하다. 2000년대 초반 삼성증권 사장 시절 “영화 ‘글래디에이터’ 속 검투사의 자세로 일하겠다”고 말한 뒤 ‘검투사’는 그를 나타내는 하나의 수식어가 됐다. 황영기(70)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신임 회장을 두고 하는 말이다.

황영기 회장은 세련된 매너와 신뢰감 있는 언행, 남다른 추진력과 인적 네트워크로 그동안 ‘금융통’으로 불렸다. 서울대 무역학과를 나와 1975년 삼성물산에 입사하면서 사회 첫 발을 내디뎠다. 영국 런던대 정치경제대학원 유학 후엔 외국계 은행 뱅커스트러스트를 거쳐 다시 삼성으로 복귀했다.

삼성그룹 회장비서실 국제금융팀장 및 인사팀장, 삼성전자 자금팀장, 삼성생명 전략기획실장 등을 지냈고 2000년대 초반엔 삼성투자신탁운용, 삼성증권 사장을 잇따라 역임했다. 그 뒤엔 우리금융과 KB금융지주 회장직에 올랐다. 2015년 2월 제3대 금융투자협회 회장으로 취임했으며, 한미협회장(2020~2021년)을 거쳐 이달 초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수장직을 맡게 됐다. 재계 요직을 거치며 성공한 금융인으로 평가 받는 그가 새로운 도전으로 아동옹호 대표기관인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을 택한 이유가 궁금했다. 다음은 최근 서울 중구 무교동 초록우산어린이재단 회장실에서 만난 황영기 회장과 일문일답.

황영기 초록우산어린이재단 회장이 18일 오전 서울 중구 초록우산어린이재단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근현 기자
황영기 초록우산어린이재단 회장이 18일 오전 서울 중구 초록우산어린이재단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근현 기자

- 금융인의 길을 걷다가 아동권리에 관심을 갖고 재단 회장을 맡게 된 계기는.

“사회에 봉사할 수 있는 기회라 판단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은 투명성 등 측면에서 최고의 기관이란 생각이 들었다. 경제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룬 사람이 사회복지단체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사례가 많이 생기면 좋겠다.”

- 최근 상영된 영화 ‘브로커’는 아기가 베이비박스에 보호되는 등 실태도 담았다. 대한민국 아동복지 정책의 현실과 개선점은.

“다른 분야에 비해 아동 분야가 특별히 낙후됐다고 볼 순 없다. 다만 노인 및 장애인 문제는 유권자들의 문제라 아동 문제에 비해 사회적으로 주목을 받을 수 있다. 아동 문제는 재단과 같은 단체가 아이들의 입장을 옹호하지 않으면 관심을 받을 수 없다. 재단을 비롯해 아동복지단체의 활동이 중요한 이유다.”

- 경제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각종 금융 규제를 비롯해 현재 자본 시장의 흐름에 대해선 어떻게 보고 있는지.

“대한민국은 지난 60년간 성장 일변도였다. 하지만 과거와 달리 지난 5~10년 동안 국민은 성장에 대한 회의감과 의구심이 생겼다. 국민은 성장 끝에 행복이 아닌 ‘불평등’이 있음을 깨달았다. 자본소득(R)이 노동소득(G)보다 높다라는 것 때문에 불평등이 심화되는 현상이 발생했다. 성장의 결과물이 불평등이라는 인식이 늘어났다. 정부와 기업, 단체 모두 이 인식을 기반으로 활동을 이어나가야 한다. 패러다임이 달라진 것이다. 성장 일변도에서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는 성장으로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성장은 하되, 평등을 염두에 두고 불평등을 줄이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 보다 현실적인 부분에 대한 얘기도 듣고 싶다. 자산 인플레이션이 심했던 지난 몇 년간 ‘금융 문맹’이라는 표현이 많이 나왔다. 대한민국 교과 과정 중 금융 교육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어린이 금융 교육과 관련해 조언을 한다면.

황영기 초록우산어린이재단 회장이 18일 오전 서울 중구 초록우산어린이재단에서 한국스포츠경제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근현 기자
황영기 초록우산어린이재단 회장이 18일 오전 서울 중구 초록우산어린이재단에서 한국스포츠경제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근현 기자

“금융도 금융이지만, 투자를 어떻게 해야 하느냐가 중요하다. 복리, 투자 기본 원칙 등을 교과 과정에 포함했으나, 비중이 너무 적고 내용이 뒤쪽에 자리 잡고 있는 탓에 아이들에 대한 금융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정식 교과 과정에 금융 교육을 포함하는 게 중요하다. 재단 역시 부산지역본부 등에서 관련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성과를 보고 향후 확산해나가고자 한다.”

- 금융 교육에서 부모의 역할도 중요할 것 같다.

“부모는 아이들이 가계부를 쓰게 하고, 용돈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게 해야 한다. 아이들이 소액이라도 주식을 꾸준히 사두는 것도 중요하다. 이후 자녀가 성장했을 때 그와 관련해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하나의 교육이 될 수 있다.”

- 진정한 아동의 권리 보호, 아동 인권 신장은 어떤 것이라 생각하나.

“아동은 행복할 권리가 있다. 물론 행복할 권리를 누리고 있는가는 다른 문제다. 아동이 처한 문제는 기후, 저출산, 교육, 빈곤으로 그 범위가 매우 넓다. 아동 지원과 아동 옹호의 균형을 잘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이 아동의 4대 기본 권리를 누리며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로 재단과 같은 아동복지단체들이 해야 하는 일이다.”

황영기 초록우산어린이재단 회장이 18일 오전 서울 중구 초록우산어린이재단에서 한국스포츠경제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김근현 기자
황영기 초록우산어린이재단 회장이 18일 오전 서울 중구 초록우산어린이재단에서 한국스포츠경제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김근현 기자

- 스포츠계에선 유소년 스포츠가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스포츠경제도 매년 유소년 야구 대회와 유소년 골프 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유소년 스포츠 활성화도 아동의 행복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 같다.

“운동은 혼자 하는 게 아니라 팀을 이뤄서 하고, 룰을 지키면서 건전하게 함께 어울리는 것이다. 미국에선 럭비 팀 주장이라고 하면 그 자체로 리더십이 증명된다. 우리나라 아이들의 운동량이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아동 행복 차원에서도 아이들이 운동하고 뛰어 노는 건 굉장히 중요하며, 재단이 해야 할 과업 중 하나라 생각한다. 유소년 스포츠 행사들이 많아져야 한다고 본다. 한국스포츠경제 유소년 골프 대회를 비롯한 양질의 유소년 스포츠 이벤트들이 많아져 아이들이 더 건강하게 자라가길 기원한다.”

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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