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2026년부터 배터리 여권 제도 시행…EU 환경규제 부합하는 배터리만 거래될 듯 
독일·일본, 배터리 여권 도입 대비 중…중국은 이미 EU와 유사한 플랫폼 구축 
"'한국형 배터리 이력추적 관리시스템' 개발 필요…기업 ESG 현황도 점검해야" 
배터리 충전 중인 전기차. / 픽사베이
배터리 충전 중인 전기차. / 픽사베이

[한스경제=김동용 기자] 유럽연합(EU)이 '배터리 순환경제'를 실현하기 위해 2026년부터 배터리 여권 제도를 시행할 예정인 가운데, 우리나라도 '한국식 배터리 이력 추적관리 시스템' 구축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또한, EU가 도입할 배터리 여권에는 기업의 ESG 이행 여부를 수록하게 돼 있어, 관련 사항을 미리 점검하고 대비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24일 발표한 'EU 배터리 여권으로 살펴본 이력 추적 플랫폼의 필요성' 보고서에 따르면, EU는 배터리의 생산·이용·폐기·재사용·재활용 등 전주기 정보를 디지털화해 배터리의 안정성을 극대화하고, 책임있는 재활용을 보장하는 '배터리 여권(Battery Passport)' 제도를 2026년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배터리 여권은 가치사슬 내 모든 이해관계자가 배터리 정보와 이력을 공유해 안정성을 극대화하고, 수명주기 동안 배터리 사용을 최적화해 사용 연한 이후에도 실질적인 재활용이 보장되도록 하는 제도다. 

EU가 배터리 여권을 도입하면 결국 EU 환경규제에 부합하는 배터리만 EU 역내에서 거래되는 효과를 내게 된다. 때문에 EU 기업은 물론, 역외 외국기업 역시 배터리 이력추적 시스템에 대한 이해와 준비가 필요한 상황이다. 또한, EU는 순환경제 전략의 또 다른 축인 '에코디자인' 규제를 통해 모든 상품에 '디지털 상품 여권'을 도입할 움직임을 보이는 등 '디지털 이력 추적 시스템'의 대상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독일·중국·일본은 이미 EU 배터리 여권 제도에 직간접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독일은 EU 회원국 중 가장 먼저 배터리 여권 플랫폼 개발에 나섰으며, 중국은 '배터리 이력 추적 플랫폼'을 구축하고 배터리 정보를 축적하고 있다. 일본도 올해 4월 BASC(배터리 공급망 협회)가 '베터리 이력 추적관리 플랫폼' 구축 제안서를 공개한 바 있다. 

이들 국가의 주요 추진 현황을 살펴보면, 우선 독일은 정책과 자금 지원을 통해 배터리 여권 도입을 대비하고 있다. 제품 이력 정보를 클라우드 기반으로 인공지능(AI) 기술과 접목하는 프로젝트를 통해 EU의 디지털 상품 여권을 대비한 초석을 다지고 있으며, 관련 기술 전문가를 중심으로 배터리 여권의 구체적 활용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세계 최초로 배터리 여권 개발을 위해 지난 4월 820만 유로(약 109억원)를 지원하기도 했다. 

또한, BMW와 유미코어(Umicore) 등 11개 배터리 관련 업체는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배터리 정보의 수집·분유, 여타 공개정보 활용 프로젝트(Battery Pass)에 착수했다. 이 프로젝트는 배터리의 △탄소 배출량 계산 △유해 물질 제어 △수명주기 개선·비용절감에 초점을 맞춰 진행될 예정이다. 

중국은 정부 주도로 '신(新)에너지차 배터리 재활용 관리 잠정방법'에 의거해 2018년부터 전기차 배터리 관련 정보를 수집·관리하는 플랫폼을 운영 중이다. 배터리의 생산·판매·사용·폐기·회수·재사용 과정에서 요구되는 재활용 책임 이행 여부를 감독하기 위해 구축됐다. 많은 정보가 수집될 수 있도록 정보 제공 주체에게 보조금을 지급하거나, 정보의 기입을 의무화한다. 소비자는 보조금 수령을 위해 정보를 제공하고, 관련 기업은 의무적으로 이력 정보를 기입하는 구조다. 

'EU 배터리 여권으로 살펴본 이력 추적 플랫폼의 필요성' 보고서. /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EU 배터리 여권으로 살펴본 이력 추적 플랫폼의 필요성' 보고서. /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일본의 BASC는 지난 4월 '배터리 공급망 디지털 플랫폼'을 설계하고 제안했다. EU가 '가이아엑스(Gaia-X)'라는 클라우드 상에 '카테나 엑스(Catena-X)' 시스템을 이용해 배터리 여권을 구현한다는 전제로 EU 시스템과의 호환성과 확장성을 갖춘 플랫폼이다. 

이에 보고서는 "우리나라도 EU의 배터리 여권 제도를 예의주시하고 각국의 배터리 여권 대응 동향을 벤치마킹해 '한국식 배터리 이력 추적관리 시스템' 구축을 서둘러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이러한 노력이 국내 디지털 순환 경제 구축은 물론, 한국 전기차·배터리 기업의 해외 진출과 친환경·재활용·ESG 이행이 강조되는 글로벌 공급망 관리시스템 구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U는 지속 가능한 미래 성장전략인 '그린딜(European Green Deal)' 정책의 일환으로 순환경제 전략을 채택했다. EU 집행위는 지난 2020년12월 '순환경제 행동계획'에서 기존 배터리 지침을 개정한 '새로운 배터리 규제' 초안을 발표한 바 있다. 

초안에서 배터리 규제는 환경규제 대상을 확대하고 규제 내용도 강화됐다. 용량이  2kWh(킬로와트시) 이상인 모든 산업용·자동차용 배터리와 LMT(전기자전거·스쿠터 등 경량운송수단) 배터리로 대상을 넓혔으며, 배터리 여권 도입과 탄소발자국 공개·재활용 회수목표 설정·공급망 실사 의무 시행 등이 내용에 추가됐다. 

아울러 EU는 새로운 배터리 규제 초안에서 '배터리 여권' 도입을 통해 '배터리 순환경제'를 구축하고, EU 환경규제에 부합하는 배터리가 역내에서 유도할 계획이다. 

보고서는 "EU의 배터리 여권 제도에 대해 독일·일본이 대응하고 있고, 중국은 이미 EU와 유사한 제도를 추진하고 있어 우리나라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주요 제품의 생애주기 정보 및 이력추적 관리 플랫폼은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는 순환경제 생태계의 핵심 요소로서 공급망 관리 효율화와 ESG 역량 강황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배터리 이력 관리 시스템은 배터리뿐만 아니라, 향후 모든 물리적 제품에 확대될 EU의 여권제도에 대한 대응, 나아가 우리나라 공급망 관리 시스템의 초석이 될 수 있어, '한국식 배터리 이력 추적관리 시스템' 구축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며 "또한, 기업의 ESG 이행 여부가 여권에 수록되므로 관련 사항을 미리 점검하고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동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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