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신세계, 인천시와 청라 사업 포괄적 협력 합의
구본무 LG 회장, 1997년 뚝섬에 'LG돔' 설립 추진
특혜논란ㆍ외환위기ㆍ수익성 등 문제로 철회
스타필드청라 돔구장, 기업이 주인인 첫 경기장

<산업계, 재계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일들을 개인적인 시각(獨)으로 이야기(說)해보고자 합니다.>

서울 고척스카이돔에 이은 두 번째 돔구장이 가시권에 들어왔습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24일 유정복 인천시장과 돔구장 건설을 비롯해 청라에 추진 중인 각종 사업에 대해 포괄적으로 협력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이에 따라 현재 신세계그룹이 청라 지역에 건립 중인 스타필드청라에 돔구장이 함께 들어설 것으로 보입니다.

국내 유일 고척스카이돔에 이은 두 번째 돔구장이 기대됩니다.

정용진(왼쪽)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유정복 인천시장은 돔구장 건설을 비롯해 청라에 추진 중인 각종 사업에 대해 포괄적으로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사진=신세계그룹)
정용진(왼쪽)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유정복 인천시장은 돔구장 건설을 비롯해 청라에 추진 중인 각종 사업에 대해 포괄적으로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사진=신세계그룹)

◆IMF에 좌절된 국내 최초 돔구장

그러나 우리나라 돔구장은 어쩌면 2000년쯤 태어날 뻔 했습니다.

1990년 MBC청룡을 인수해 LG트윈스를 출범시킨 LG그룹은 1994년 두 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을 달성한 후 돔구장 건립을 추진했습니다. 골수 야구팬인 고(故) 구본무 회장이 부친 구자경 명예회장이 이어 그룹 회장직에 오르면서 의욕적으로 밀어붙인 사업이었습니다.

LG그룹은 당시 경마장이 경기도 과천으로 이전해 공터가 된 서울 성동구 뚝섬 일대 골프장 부지 중 일부를 매입해 돔구장을 짓겠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이를 위해 LG돔㈜라는 회사까지 세웠습니다.

그리고 LG그룹은 서울시가 1997년 3만300여평의 뚝섬 부지를 입찰로 내놓자 995억300만원을 써내 대림산업(850억원)을 제치고 낙찰받았습니다.

LG그룹은 총 3000억원의 공사비를 투입해 6만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돔구장과 각종 스포츠시설과 놀이기구 등 레저시설은 물론 컨벤션센터, 생태공원 등이 포함된 대규모 체육공원 설립 계획안을 만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당시 국내에 돔구장에 대한 인식도 설계한 경험도 없었기 때문에 LG그룹은 미국 등 해외 기업에 돔구장 설계를 의뢰했습니다.

1998년 미국 NBBJ가 내놓은 뚝섬 돔구장 조감도.
1998년 미국 NBBJ가 내놓은 뚝섬 돔구장 조감도.

그러나 LG그룹의 돔구장 설립 계획은 결국 수포로 돌아갔습니다.

우선 대기업에 대한 특혜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서울시가 주변 부지보다 저렴한 가격에 뚝섬 부지를 LG그룹에 매각했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축구계가 반발했다는 얘기도 나왔습니다. 2002년 월드컵을 추진하고 있던 시절이었는데, 서울시는 월드컵 경기장 부지로 뚝섬을 선정했었습니다. 이 때문에 LG그룹은 야구장 목적으로 지을 돔구장을 축구경기를 함께 할 수 있도록 설계를 변경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아시다시피 뚝섬 돔구장에서 월드컵이 열리지 않았습니다. 돔구장이 지어졌어도 이곳에서 월드컵 경기를 할 수 없었습니다. 돔구장은 인조잔디를 깔아야 하는데, 월드컵은 천연잔디에서 시합을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무산된 가장 큰 이유는 1997년 말 발생한 IMF 외환위기입니다. 당시 LG그룹은 돔구장 건립에 30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었습니다. 서울시 도움 없이 돔구장을 지을 계획이었지만, 많은 기업이 도산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LG그룹도 마냥 안심할 수는 없었습니다. 돔구장이 완성되더라도 수익을 보장할 수 없는 상황에서 대규모 투입을 할 수 없었습니다.

현재와 같이 144경기 체제라 하더라도 홈 경기는 72경기에 불과합니다. 경기만 감안하면 1년 중 5분의 4는 비어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LG그룹도 당시 돔구장 건설하는 데 들어간 자금회수는 영원히 불가능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결국 LG그룹은 추진 연기가 아닌 완전 취소를 선택했습니다.

지난달 LG그룹이 잠실야구장을 돔구장으로 변경해 건설하기 위해 1000억원을 투입한다는 뉴스가 나왔습니다. 25년 전 3000억원을 투입한다고 했었는데, 이번에는 1000억원만(?) 투자하는 것은 경기장 주인 문제 때문입니다. 뚝섬 돔구장은 LG그룹이 단독으로 설립해 보유하겠다는 것이고, 잠실 돔구장은 서울시가 주인으로 해 자금을 지원한다는 의미입니다.

◆스타필드와 연계 1년 내내 북적될 돔구장

사실 신세계그룹이 돔구장을 지을 것이라는 기대는 지난해 2월 신세계그룹이 SK와이번스를 인수하면서부터 시작됐습니다. 당시 신세계그룹은 “장기적으로 돔구장을 포함한 다목적 시설 건립을 추진하는 등 인프라 확대에 적극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그 부지도 스타필드청라가 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스타필드청라 전체 부지는 16만3362㎡(약 4만9000평)에 달합니다. 이는 2019년에 개장한 창원NC파크(2만4057평)보다 2배나 넓습니다. 이곳에는 스타필드 외에 호텔과 테마파크 등도 들어설 예정인데 그 규모는 6만9396㎡입니다. 돔구장을 따로 지어도 될 만큼 공간은 충분합니다.

스타필드청라와 돔구장이 들어설 위치도. (사진=인천시)
스타필드청라와 돔구장이 들어설 위치도. (사진=인천시)

지난 2019년 신세계그룹은 스타필드청라를 판매, 운동, 문화 및 집회, 숙박 등 복합용도로 건립하겠다고 인천경제자유구역청에 제출해 승인 받았습니다. 물론 당시에는 돔구장을 짓겠다는 계획은 아니었지만 운동시설이 포함돼 있었기 때문에 용지 변경 등의 절차도 없이 돔구장 설립이 가능했습니다.

LG그룹은 1997년 당시 돔구장을 설립해도 수익성을 보장할 수 없다고 봤습니다. 하지만 신세계그룹이 짓겠다는 돔구장은 스타필드라는 대형 판매시설이 함께 하기 때문에 일본의 도쿄돔처럼 1년 내내 사람이 북적이며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에 K-POP 공연, 해외 유명 아티스트 공연, E-스포츠 국제 대회 및 각종 전시 등 다양하게 돔구장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스타필드청라는 2024년 개장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현재 SSG랜더스가 홈구장으로 사용하는 SSG랜더스필드는 2023년까지 계약이 돼있습니다. 돔구장을 조금 먼저 공사를 끝내 2024년 3월 초에 완공된다면 SSG랜더스 2024시즌부터 새 구장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돔구장을 먼저 완공하지 않더라도 2025시즌부터는 SSG랜더스는 돔구장에서 경기가 할 것으로 보입니다.

스포츠청라에 돔구장이 들어서면 국내 첫 번째 기록도 세우게 됩니다. 현재 우리나라 프로야구 10개구단이 사용하는 9개 구장은 모두 지방자치단체가 주인입니다. 하지만 스포츠청라 돔구장은 신세계그룹이라는 기업이 주인이 되는 첫 번째 경기장이 됩니다.

야구광으로 소문난 고 구본무 회장이 꿈꿨으나 실패했던 돔구장. 또 다른 야구 찐팬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대신 그 꿈을 완성할 것으로 보입니다. 또 잠실야구장도 돔구장으로 변신한다면 소유는 아니지만 LG그룹 야구단에 돔구장을 제공해 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야구에 진심인 신세계그룹과 LG그룹의 이 추진하는 두 번째 돔구장이 야구팬을 설레게 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우리나라 경제도 돔구장 건설로 다시 활기를 띌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김성욱 산업부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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