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 캐롯 점퍼스 창단식 모습. /연합뉴스
고양 캐롯 점퍼스 창단식 모습. /연합뉴스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프로농구 '고양 캐롯 점퍼스'는 대우조선해양건설을 모기업으로 하는 데이원자산운용의 자회사 데이원스포츠가 지난 시즌까지 프로농구에서 활동한 고양 오리온을 인수해 창단한 구단이다.

국내 최초의 디지털 손해보험회사인 캐롯손해보험을 네이밍 스폰서로 유치해 '고양 캐롯 점퍼스'라는 이름으로 새 출발 했다. 지난달 25일에는 3억 원의 거금을 들여 성대한 창단식을 열고 화려한 출발을 알렸다. 허재(57) 데이원스포츠 대표는 창단식 당시 신생 구단을 향한 불안한 시선을 인식한 듯 "많은 걱정과 우려는 감사하게 생각하지만, 너무 우려 않으셔도 된다"며 "고양시에 새바람을 일으키는 구단이 되겠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실상은 달랐다. 한국스포츠경제 취재 결과 데이원스포츠의 농구단 부실 운영을 의심할 만한 정황이 여럿 드러났다.

데이원스포츠는 농구단의 전 주인인 오리온에 아직까지 인수 비용을 완납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데이원스포츠 농구단 사정에 정통한 농구계 관계자 A씨는 "데이원스포츠가 농구단 인수 비용의 10%만 납부했다. 오리온과 5월 말까지 잔금을 치르기로 약속했지만, 아직까지도 인수 비용을 납부하지 않고 있다"며 "데이원스포츠 측에서 대금 지급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인내심에 한계를 느낀 오리온 측이 대응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임금 체불까지 일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데이원스포츠 농구단 선수들과 사무국 직원들은 제때 월급을 받지 못했다. 농구계 관계자 A씨는 "선수들도 이런 일을 처음 겪다 보니 적잖게 황당해했다"고 전했다.

데이원스포츠 농구단 창단 기자 간담회 모습. /연합뉴스
데이원스포츠 농구단 창단 기자 간담회 모습. /연합뉴스

데이원스포츠 농구단의 재정난을 의심할 만한 정황은 더 있다. 일반적으로 프로농구 팀들은 선수단 버스를 특수 제작한다. ‘거구’인 농구 선수들이 일반 버스를 탄다면 좌석이 좁아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어서다. 하지만 데이원스포츠 농구단은 다른 구단들과 달리 일반 관광 버스를 렌트해 선수단 버스로 사용하고 있다.

데이원스포츠의 모기업 대우조선해양건설은 최근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엘크루 프로 셀러브리티 2022' 대회를 개막 9일을 앞두고 돌연 취소하면서 논란을 빚었다. 대우조선해양건설은 1일 보도자료를 내고 "대회 개최 1주일 남짓 남은 기간 내 프로 골프대회를 치르기에는 골프장의 준비 상황이 미흡했지만 골프장 측이 임대료 전액과 식·음료 사전 예치금까지 사전 입금을 요구했다"며 "소통을 통해 해결하려 노력했지만 결국 골프장 임대 계약이 취소됐고, 대회가 연기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회 스폰서인 대우조선해양건설이 골프장 사용료와 보증금 등 5억 원을 약속한 날짜에 입금하지 못해 대회가 취소됐다는 것이 골프계의 정설이다. 전국건설기업노동조합 대우조선해양건설지부는 1일 "회사 자금이 없어 건설 현장 직원들은 매일 빚쟁이에게 쫓기는 일상을 겪고 있다. 많은 직원이 회사의 미래가 없다고 판단하고 이직을 선택하고 있는 중이다. 김용빈 회장은 상황이 이런데도 대한컬링연맹 회장을 하면서 고양 캐롯 점퍼스 농구단을 창단한다는 등 자기과시용 언론 홍보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데이원스포츠는 프로농구 판에 들어올 때부터 여러 뒷말을 낳았다. 다른 구단들과 달리 모기업 지원에 의존하지 않고, 네이밍 스폰서를 유치해 구단 운영비를 조달하겠다고 했지만, 장기적으로 구단 운영을 위한 충분한 자금 조달 능력이 있는지 불확실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한국프로농구연맹(KBL) 이사회에서 구단 운영 자금에 대한 계획이 모호해 신규 가입 승인이 유보되기도 했다.

'에어컨리그'에선 슈터 전성현(31)을 영입했지만, 팀의 핵심인 이승현(30)을 놓쳤다. 데이원스포츠는 이승현을 영입한 KCC로부터 보상 선수 대신 현금 12억 원을 받았다. 또 국가대표 가드 이대성(32)을 현금 6억 원을 받고 한국가스공사로 보냈다. 일부 농구계 관계자들과 팬들은‘데이원스포츠가 선수를 팔아 구단 운영 자금을 마련하려는 게 아니냐’며 미심쩍어 했다.

데이원스포츠에 제기된 우려들은 그저 기우가 아니었다. 프로농구 막내 구단을 향한 의심의 눈초리가 커지고 있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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