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외국인들, 9월 국내 증시서 1조 8016억원 순매도
FOMC 이후 외국인 코스피 시총 비중 30%대 무너질 수도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들의 셀코리아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오는 21일 FOMC 이후에도 외국인들의 이탈이 멈추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당분간 국내 증시의 하락세는 불가피해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들의 셀코리아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오는 21일 FOMC 이후에도 외국인들의 이탈이 멈추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당분간 국내 증시의 하락세는 불가피해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한스경제=최용재 기자] 외국인들의 ‘셀코리아’ 분위기가 더욱 확산되고 있다. 지난 7월과 8월, 연속 순매수세를 이어가던 외국인 투자자들은 9월 태세를 전환, 순매도에 나서고 있다. 이달 1일부터 19일까지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에 순매도한 금액은 무려 1조 8016억원에 달하고 있다. 그 중 코스피의 대장주라 할 수 있는 삼성전자의 주식은 무려 1조 1779억원이나 팔았다.  

이 같은 셀코리아의 흐름으로 인해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보유한 시가총액(시총)의 비율은 급격히 하락하고 있다. 지난 15일 기준으로, 코스피 전체 시총(1892조원)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보유한 시총은 575조원으로, 30.39%에 달할 뿐이다. 이는 2009년 7월 27일(30.37%) 이후 13년 2개월 만의 최저치다. 

이처럼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를 빠져나가는 여러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얽혀있다. 가장 큰 이유를 꼽는다면 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고강도 긴축 정책의 영향이다. 미 연준은 지난 6월과 7월 연속으로 기준 금리를 한 번에 0.75%P씩 인상하는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했다. 이 같은 연준의 강력한 긴축 정책은 세계 경제에 ‘킹달러(달러 초강세)’ 현상을 만들었다. 이에 투자자들이 위험자산인 국내 증시에서 빠져나가고 있는 것이다. 

킹달러 여파로 인해 원·달러 환율은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은 1390원대를 돌파하며 13년 5개월여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이제 1400원 돌파도 시간문제라고 보고 있다. 또한 일부에선 연내 1450원까지 오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원화가치가 떨어지면 외국인 투자자들의 이탈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외국인들 입장에서는 달러를 갖고 있는게 원화 갖고 있는 것보다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한국과 미국의 금리 역전 현상도 예고되고 있다. 미 연준이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통해 기준 금리를 0.75%P 인상한다면 미국의 금리는 지금의 연 2.25~2.5%에서 3.0~3.25%로 오르게 된다. 따라서 미국의 기준금리 상단이 우리의 기준금리(2.5%)보다 0.75% 높게 된다. 이처럼 한국과 미국의 금리가 역전된다면 외국인들의 자본 유출은 더욱더 빨라질 것이며 환율도 더 오를 수밖에 없다. 

사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무역수지 적자가 6개월째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수출과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 경제 특성상 무역수지를 통해 우리 경제를 평가하는 외국인들은 미래의 시장상황을 고려해 증시에서 주식을 팔고 떠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무역수지는 지난 4월부터 8월까지 5개월 연속 적자를 이어가고 있으며 9월에는 적자 폭이 더욱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달 1일부터 10일까지 무역수지는 24억 4300만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외환위기인 1997년 이후 25년 만의 일이며 시간이 지날수록 그 폭이 더욱 확대되고 있다. 

이런 악재들이 쌓이며 외국인들의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이다. 국내 증시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외국인들의 이탈은 결국 하락장을 이끌 수밖에 없다. 이에 국내 증시에 위기감이 팽배해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미국이 9월 FOMC를 통해 금리 인상에 나선다면 국내 증시의 침체는 당분간 이어질 수밖에 없다. 20일 기준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준이 9월 금리를 0.75%P 인상할 가능성은 82%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일각에서는 1.0%P 인상하는 ‘울트라스텝’의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하지만 이는 너무 과하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한국시간으로 오는 22일 오전 3시 30분 기자회견을 열고 회의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시장이 예상하고 있는 자이언트 스텝이 단행된다면 증시는 어느 정도 안도감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 이상의 호재를 기대하긴 힘들다고 본다. 자이언트 스텝도 고강도 정책이고, 글로벌 경제 흐름을 봤을 때 빠른 시일 내 추세가 전환되긴 어렵기 때문이다. 

대신증권은 “0.75%P 인상 시 시장이 잠시 안도할 수 있겠지만 고강도 긴축과 경기 불확실성 확대, 무역수지 적자 등의 삼중곡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금융시장의 불안정한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며 “코스피의 중장기 추세 역시 하락 추세가 지속될 것아며 긴축과 경기 악화 중 하나라도 방향이 바뀌어야 변화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FOMC 이후에도 외국인의 이탈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으며 코스피의 외국인 시총 비중이 30% 아래로 내려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렇게 된다면 지난 2009년 7월 13일(29.92%) 이후 처음으로 30%대가 무너지는 것이다. 여기에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돌파하면 외국인 이탈 속도를 더욱 빠르게 할 것이다. 

이는 국내 증시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 여파는 우리나라 경제 전체를 흔들 수 있는 힘을 지녔다. 원·달러 환율이 더 오르면서 원자재 수입 물가는 고공 행진을 이어갈 것이고, 수출 의존형 국내 산업의 수익성은 악화될 것이다.

이달 10일 기준으로 올해 누적 무역수지 적자는 275억 5000만달러까지 늘었다. 또한 고물가에 따른 소비 위축으로 경기는 더 가라앉을 가능성이 크다. 

때문에 한국은행(한은)이 기준금리 인상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한은은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 금리를 0.5%P 인상하는 ‘빅스텝’을 단행한 후, 당분간 금리를 0.25%P씩 인상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이 환율 급등‧한미 금리 역‧무역수지 적자 등 경제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10월에도 빅스텝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KB증권은 “9월 FOMC 결과에 따라 한은의 추가 금리인상 전망이 제기된다. 10월 빅스텝 가능성도 있다”며 “한미 금리차가 급격히 확대된다면 한은이 금리인상을 통해 원화 약세를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최용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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