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초과생산 쌀 정부 의무매입 개정안
28일 국회 농해수위 표결 진행
농민들이 지난 8월 29일 오후 서울 용산구 남산트윈시티 앞에서 쌀값폭락 대책 마련 및 농가경영 불안해소를 촉구하는 농민총궐기 대회를 하고 있다. /김근현 기자 khkim@sporbiz.co.kr
농민들이 지난 8월 29일 오후 서울 용산구 남산트윈시티 앞에서 쌀값폭락 대책 마련 및 농가경영 불안해소를 촉구하는 농민총궐기 대회를 하고 있다. /김근현 기자 khkim@sporbiz.co.kr

[한스경제=김호진 기자] 여야가 초과 생산된 쌀을 정부에서 의무적으로 사들이는 ‘시장격리 의무화’가 담긴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두고 첨예한 대립을 이어가고 있다. 쌀값 하락 방지와 벼 재배면적 감축, 논 타작물 재배 지원 등 일부분 합의를 이끌어냈으나 아직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에 계류 중이다.

민주당은 쌀값 안정을 위해 쌀 초과 생산량이 생산량의 3% 이상이거나 수확기 쌀값이 평년대비 5%이상 하락할 경우 정부가 의무적으로 쌀을 매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앞서 이 개정안은 지난 10월 19일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에서 야당 단독으로 처리돼 법사위로 넘어갔으나 60일이 지나도록 심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국회법 86조에 따르면, 법사위에 회부된 법률안에 대해 60일 이내에 심사를 마치지 않을 경우 소관 상임위의 위원장이 재적위원 5분의3 이상의 의결로 국회의장에게 볍률안의 본회의 부의를 요구할 수 있다. 국회 농해수위는 오는 28일 전체회의를 열어 양곡법 개정안의 본회의 부의를 위한 표결을 진행한다.

민주당이 강하게 밀고 있는 양곡법 개정안의 핵심은 시장격리 요건 충족 시 “할 수 있다”는 임의 규정을 “해야 한다”라는 의무 규정으로 바꾸자는 것이다. 임의 규정 탓에 수천억 원의 예산이 투입돼도 쌀값 폭락을 막지 못한다는 주장이다.

신정훈(58) 민주당 의원은 지난 9월 열린 농해수위 법안심사소위에서 “정부는 시장격리를 요청하는 현장의 요구에 응답하지 않았다”며 “생산 조정을 기본으로 쌀 시장의 수급균형을 맞추고, 작황 등 일시적인 과잉 공급의 경우 시장격리 의무화를 통해 해결하면 올해 8000억 원 가까이 쓴 예산의 10분의 1만으로도 얼마든지 이 정책을 수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야당이 양곡법 개정안을 반대하는 이유는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 때문이다”라고 판단했다. 쌀 소비는 해를 거듭할수록 감소하는데 쌀 생산 감소폭이 그에 미치지 못하면서 공급 과잉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쌀 소비량은 56.9kg으로 2020년(57.7kg)보다 0.8kg, 10년 전인 2011년(71.2kg) 보다 14.3kg 감소했다. 정부는 지난 9월 쌀 45만 톤을 매입하기로 했다. 이는 지난 2005년 공공비축제 도입 이후 최대 수량이다. 이 외에도 공공비축미 45만 톤도 추가 구매하기로 했다. 공급량을 줄여 쌀값 폭락을 막겠다는 의도가 포함됐지만, 쌀값은 여전히 하락세다.

정부는 논활용직불제를 개편한 전략작물직불제와 가루쌀 산업 활성화 등을 통해 수요와 공급을 맞추겠다고 설명했다. 전략작물직불제는 벼 대신 밀·콩 등을 재배할 경우 ha(헥타르)당 최대 250만 원의 직불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정황근(62) 농림축산부 장관 취임 이후 본격 추진되고 있는 가루쌀 재배 확대도 벼 재배면적 감축을 유도하기 위한 정책의 일환이다.

정부는 양곡법 개정안으로 인해 시장격리가 의무화될 경우 타작물 재배 지원을 유도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매년 초과 생산된 쌀을 정부가 매입하게 되면 쌀값 폭락에 대한 위험도가 어느 정도 해결되고 이것이 궁극적으로 농민들에게 벼 농사를 계속하라는 신호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양곡관리법 개정 효과분석’ 결과에 따르면, 쌀 시장격리가 의무화되면 논 타작물 재배 지원사업을 병행하더라도 초과 생산량이 연평균 43만2000톤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관측했다. 반면, 재정 부담은 커져 2030년 1조4000억 원, 타작물 재배 지원을 병행하면 2027년부터 재정 소요액이 오히려 더 커질 것으로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여야 간의 시장격리 의무화를 두고 대치하면서 쌀값과 농민 소득의 안정에 대한 근복적인 대책에 대한 논의가 실종됐다고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종인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가 추진했던 시장격리가 일정 부분 쌀값의 진폭을 줄여준 역할을 한 건 맞다. 그러나 여야가 잘못됐던 부분에 대한 개선 방안을 적극적으로 수립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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