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사용후핵연료 처리방안 논의 감감 무소식…원전 안전사고 우려도 
기업 자발적 감량 강조한 '계도형 일회용품 규제' 비판 잇따라
삼척 석탄발전소 최초점화…시민단체들 "사실상 정부가 방치"  

[한스경제=김동용 기자] 윤석열정부가 출범한지 8개월여의 시간이 지났다. 짧은 기간이지만 다양한 분야에서 정책기조 변화가 이뤄지면서 과도기적 진통이 있었다. 그 중에서도 특히 환경분야 정책은 환경단체와 시민단체들의 거센 반발을 불러 일으켰고 내년에도 적지 않은 마찰이 예상된다. 올 한해 정부와 환경단체간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지게 한 환경분야 정책들을 살펴봤다. <편집자주> 

지난 10월 24일 탈핵부산시민연대 등 6개 시민단체가 서울시청 앞에서 '고준위핵폐기물 책임 촉구를 위한 기자회견'을 개최한 모습. / 환경운동연합 제공 
지난 10월 24일 탈핵부산시민연대 등 6개 시민단체가 서울시청 앞에서 '고준위핵폐기물 책임 촉구를 위한 기자회견'을 개최한 모습. / 환경운동연합 제공 

◆ 다시 확대되는 원전…사용후핵연료 처리방안은? 

윤석열정부의 에너지정책은 원전 확대에 방점이 찍혀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탄소중립 목표는 원전과 수소에너지의 연계를 통해 달성한다는 방침이다. 그만큼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축소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전(前) 정부의 에너지전환(탈원전) 정책 폐기로 원전 정책이 "정상화됐다"고 평가하며 원전 생태계 복원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원전업계를 위해 올해 1조원 이상을 긴급 지원했다"며 "내년에는 그 규모를 2조원 이상으로 더욱 확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차세대한국형 원전'인 신한울1호기는 지난 7일부터 상업운전을 시작했다. 신한울1호기는 원자로냉각재펌프(RCP)·원전계측제어시스템(MMIS) 등 핵심 기자재를 국산화한 최초의 원전이다. 정부는 국정과제인 '2030년까지 10기 원전 수출' 목표 달성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산업부는 신한울 3·4호기의 인허가 절차를 효율화해 내년 중 전원개발실시계획 승인을 완료하는 등 2024년 착공을 목표로 건설 재개를 추진 중이다. 

원전생태계 복원을 강조하는 윤석열정부의 에너지정책은 출범 한 달 전인 지난 4월부터 환경단체들의 거센 반발을 샀다. 당시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기후위기를 우려하는 국제사회 흐름을 고려해 '2050 탄소중립' 목표 자체는 유지하되, 재생에너지 목표 비중을 낮추고 원전을 확대한다고 밝혔다. 불과 3개월여 전 발표된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도 원자력에너지를 포함하는 방향으로 재정비를 공언했다. 환경단체들 사이에서는 "이명박정부 원전정책 복사판"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환경운동연합은 "무늬는 탄소중립을 표방하면서 결국 원전만 외치는 꼴"이라고 했고, 에너지전환포럼은 "MB(이명박 전 대통령) 원전정책 복사판"이라고 표현했다. 

대통령 소속 2050 탄소중립 녹색성장 위원회(탄중위)가 발표한 '탄소중립 녹색성장 추진전략'도 도마 위에 올랐다. 녹색연합은 지난 10월 성명을 통해 "(바뀐 것은) 원전 만능론이 더 악화됐다는 점 뿐"이라며 "사고 위험과 다량의 핵폐기물을 발생시키는 위험한 수단인 핵발전을 기후위기 주요 대응책으로 삼는 어리석은 관점"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8일에는 시민사회와 정당 등 각계 각층에서 70여 명이 참여하는 '핵발전소 폐쇄 서명운동본부' 발족식이 열렸다. 서명운동본부는 △핵발전소 수명연장 금지 △신규핵발전소 건설 반대 △고준위핵폐기물 임시저장 반대 △후쿠시마 방사성 오염수 방류 저지 △핵발전소 피해주민 이주대책 법 개정 등 5가지 요구안을 발표했다. 서명운동본부는 2024년 3월 11일까지 100만명 서명을 목표로 한다.  

지난달 28일 기후위기비상행동 등 11개 시민사회환경 연대가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원전과 확석연료발전 비중이 늘어났다"며 정부의 제10차 전력수급기본게획 초안 전면 수정을 요구하고 있는 모습. / 환경운동연합 제공 
지난달 28일 기후위기비상행동 등 11개 시민사회환경 연대가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원전과 확석연료발전 비중이 늘어났다"며 정부의 제10차 전력수급기본게획 초안 전면 수정을 요구하고 있는 모습. / 환경운동연합 제공 

실제 원전 확대를 위해 필수적인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와 관련된 국회 차원의 논의는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지난 15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가 산업통상자원특허소위원회를 열고 고준위 방폐물 관련 특별법안을 안건으로 올렸지만, 본격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현행 방사성폐기물관리법은 고준위 방폐물 관리시설 부지 선정 절차 등에 대한 근거를 담고 있지 않아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견해가 적지 않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원전 안전 문제가 대두되던 지난 9월 8일에는 신월성2호기의 제어봉에 전원을 공급하는 설비 고장으로 제어봉이 낙하해 원자로가 자동정지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당시 환경단체들은 원전 안전 사고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음에도 정부가 "무책임한 원전 확대"만 외치는 실정이라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환경운동연합은 '최근 6년(2017~2022년) 동안 발생한 원전 고장·사고는 총 57건으로 매년 9.5회의 원전 고장·사고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라며 "2018년 유독 많은 고장·사고(14회)가 발생했고 그 이후로도 발생 건수가 줄어들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환경운동연합은 "폭우·태풍 등 점점 더 예측하기 어려워지는 기후 재난이 발생하는 기후위기 시대에 원전은 결코 안전하지 않다. 태풍 힌남노로 인해 신고리 1호기의 터빈 발전기가 정지된 사례도 있다"며 "윤석열정부는 원전의 기본적인 안전 관리 실태를 점검하고 안전 대책을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난 2일 녹색연합, 여성환경연대, 환경운동연합, 이제석광고연구소가 서울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1회용컵 보증금제의 전국 시행'을 요구하는 정크아트 퍼포먼스를 진행하는 모습. / 녹색연합 제공 
지난 2일 녹색연합, 여성환경연대, 환경운동연합, 이제석광고연구소가 서울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1회용컵 보증금제의 전국 시행'을 요구하는 정크아트 퍼포먼스를 진행하는 모습. / 녹색연합 제공 

◆ 당초 계획보다 후퇴한 '계도형 일회용품 규제'

일회용품 사용 규제 정책도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환경단체들은 지난해 말 관련 법 시행령이 개정됐지만 규제 대신 계도를 택한 정부에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녹색연합은 "사실상 일회용품 규제를 포기하고 시장의 자발적 감량과 규제의 책임을 지자체에 떠넘긴다는 것"이라며 "환경부는 본연의 역할을 저버린 것에 머물지 않고 행정부의 존재까지 스스로 부정한 것"이라고 질타했다. 

환경부는 지난 11월 24일부터 일회용품 사용제한을 확대한다고 밝혔다. 2019년 대형매장에서 비닐봉투 사용이 금지된 이후 첫 확대 조치로 중소형 매장에서도 비닐봉투 사용이 금지되고 종이컵·플라스틱 빨대 등이 제한 품목에 추가됐다. 

환경부는 당초 계도기간 없이 즉각 시행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이해관계자들의 적응 기간이 필요하다는 인식에 계도기간(1년)을 두기로 했다. 환경부는 올해 6월부터 시행 예정이었던 일회용컵 보증금제 시행도 12월로 미루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녹색연합은 "참여형 계도, 자율감량 등을 내세운 환경부는 정책 시행 주체로서 역할을 포기했다"며 "시장에 맡긴 규제라는 이행의 책임이 없는 정책방향을 제시했고, 규제의 역할을 '지자체 여건에 따라 실효적으로 집행하라'며 당당히 지자체에 책임을 전가했다"고 반발했다. 특히, '사업장 상황으로 인한 부득이한 경우를 제외하고 금지사항을 반드시 준수해야 한다'는 환경부 방침에 대해서는 "(기업들이) 제도를 이행하지 않아도 되도록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었다"고 봤다. 

자원순환사회연대도 "정책 후퇴"로 규정하고 환경부에 유감을 표했다. 연대는 성명서를 통해 "계도라는 명칭으로 정책이 후퇴한 것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며 "지난 1월 '일회용품 사용규제 제외대상' 개정 고시 후, 정부와 기업체는 10개월간 충분히 준비시간이 있었지만 시간을 버렸다"고 지적했다. 또 '피크타임에는 일회용품을 제공 가능하다'는 방침에 대해서도 "업체가 보는 피크타임은 언제인가"라며 "일회용품을 제공해도 된다고 업체에 신호를 주는 정책처럼 보인다"고 꼬집었다. 

지난 10월 6일 '탈석탄법 제정을 위한 시민사회연대'가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국민동의청원을 거쳐 국회에 회부된 '탈석탄법' 제정을 위한 논의를 시급히 시작하라고 국회에 촉구하고 있다. / 환경운동연합 제공 
지난 10월 6일 '탈석탄법 제정을 위한 시민사회연대'가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국민동의청원을 거쳐 국회에 회부된 '탈석탄법' 제정을 위한 논의를 시급히 시작하라고 국회에 촉구하고 있다. / 환경운동연합 제공 

◆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중단 촉구 목소리 

강릉·삼척에 건설하는 신규 석탄화력발전소는 윤석열정부 공식 출범 전부터 논란이 됐다. 지역주민들과 환경단체·시민단체 등에서는 건설을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셌지만, 당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중단할 수 없다"고 답해 '내로남불'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줄곧 "문재인정부에서 원전은 감소했지만, 석탄발전이 소폭 증가했다"고 강조해왔기 때문이다. 

2018년 3월 착공한 삼척화력발전소는 지난달 30일 1호기의 '최초점화'가 이뤄졌다. 최초점화는 연소·배출 계통을 점검하기 위해 보일러 버너에 처음 불을 붙이는 것을 말한다. 통상 최초점화 이후에는 상업운전 전 본격적인 시운전 단계에 들어가게 된다. 

탈석탄법 제정을 위한 시민사회연대가 지난 9월 23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삼척 석탄발전소 최초 점화를 중단하고 탈석탄법 제정을 서두를 것을 국회에 촉구하는 모습. 이날 회견에는 두 명의 어린이들이 직접 참여해 정치권 및 기성 세대의 책임과 역할을 호소했다. / 환경운동연합 제공 
탈석탄법 제정을 위한 시민사회연대가 지난 9월 23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삼척 석탄발전소 최초 점화를 중단하고 탈석탄법 제정을 서두를 것을 국회에 촉구하는 모습. 이날 회견에는 두 명의 어린이들이 직접 참여해 정치권 및 기성 세대의 책임과 역할을 호소했다. / 환경운동연합 제공 

탈석탄법 제정을 위한 시민사회연대와 삼척석탄화력발전소반대투쟁위원회는 지난달 30일 기자회견을 갖고 "2023년 10월 1호기 완공, 2024년 4월 2호기 완공 시 배출될 것으로 예상되는 온실가스는 연간 1300만톤(t)에 이른다'며 "내연기관차 500만대, 국가 전체 배출량의 1.8%에 해당하는 막대한 양"이라고 우려했다. 

이들은 "그간 정부는 적법한 절차에 의해 추진된 발전사업이므로 어쩔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며 민간사업자 포스코가 진행하는 신규석탄 사업을 방치해왔다"며 "정부가 손놓고 있는 사이 5만명의 시민들은 신규석탄발전소 철회를 위한 탈석탄법을 제정하라는 국회동의청원을 성사시켰다"고도 했다. 

앞서 시민사회연대는 국회 국민동의청원 누리집에 '신규 석탄발전소 철회를 위한 탈석탄법 제정에 관한 청원'을 냈다. 9월 24일 5000명이 모인 '924 기후정의행진' 이후 청원 참여 인원은 빠르게 늘어 10월 29일 정족수인 5만명의 동의를 얻었다. 이에 탈석탄법 제정 청원은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인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 10월 30일 회부됐다. 

김동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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