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게임 산업 발전 저해·해외 게임사 역차별
게임산업법 개정안 재논의 결정… 이르면 내년 1월
시민들이 지난달 17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지스타2022(G-STAR)에서 페이탈 밤 게임을 체험하고 있다. /김근현 기자 khkim@sporbiz.co.kr
시민들이 지난달 17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지스타2022(G-STAR)에서 페이탈 밤 게임을 체험하고 있다. /김근현 기자 khkim@sporbiz.co.kr

[한스경제=김호진 기자] 확률형 아이템 시스템의 일종인 일명 ‘컴플리트 가챠(수집형 뽑기)’ 규제를 다룬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하 게임산업법)이 국회 상임위원회 통과가 불발됐다. “규제보다는 다른 대안”을 주장한 게임사와 “불공정한 시스템 개선”을 요구한 게임 이용자 양쪽의 입맛을 충족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 20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이하 문체위) 문화예술법안심사소위원회(이하 법안소위)는 게임산업법 개정안을 심사했으나 가결하지 못했다.

현재 법안소위에 오른 게임법 개정안은 총 11건이다. 확률형 아이템은 게임사가 정한 확률에 따라 게임 이용자가 지불한 가치보다 등급이 높거나 낮은 가치의 아이템이 나오는 것을 뜻한다. 문제는 이용자가 원하는 아이템이 나올 때까지 횟수에 제한 없이 반복해서 구매해야 하는 탓에 사행성을 조장한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게임사들은 2015년부터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를 도입해 운영 중이다. 그러나 법적 구속력이 없어 게임사마다 공시 방식이 조금씩 다르다.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공시한 확률에 오류가 있더라도 법적으로 제재할 방법이 없어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일부 게임사들이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을 조작했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이용자들의 거센 반발을 샀다. 이에 불만을 품은 이용자들이 트럭 시위를 비롯해 불매 운동을 벌였고, 이는 곧 게임사들의 실적 감소로 나타났다. 사면초가에 몰린 게임사는 자율규제 강화 카드를 내놓았지만 불신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 당시 게임 4대 공약을 통해 확률형 아이템 정보 ‘완전 공개’를 내세우며 불공정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정과제 구체화 과정에서 이 공약을 삭제했다. 반면, 야당인 이상헌·유동수·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게임산업법 개정안을 제출해 아이템 확률 정보공개 의무화를 골자로 하는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여당인 국민의힘 역시 규제의 필요성에 대해 어느 정도 공감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상헌 의원은 “그간의 자율 규제 실태를 보면 게임사가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을 공개하더라도 게이머들이 온전히 신뢰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라며 “사행성 문제도 불거진 만큼 등재는 당연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은 “게이머들의 불이익, 게임사들의 자율 규제에 대한 불신·조작 등을 감안할 때 확률형 아이템은 개방돼야 한다”면서 “소비자 보호 측면에서 당연히 필요하다”고 힘줬다.

게임업계는 이 같은 여야의 의견에 대해 우려와 난색을 표하고 있다. 21일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GSOK)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1월 기준 온라인·모바일 국내 자율규제 준수율은 97.2%로 나타났고, 해외는 52.8%에 불과했다. 게임사들의 공통된 의견은 규제보단 자율규제를 유지하는 편이 낫다는 시각이다.

한 대형 게임사 관계자는 “자체적으로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과거와는 달리 설문조사와 커뮤니티 등을 통해 이용자와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영점을 조정하고 있다”며 “법으로 정하는 것보다 다른 대안 정도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른 게임사는 해외 게임사들의 사례를 들어 반대의 목소리를 냈다. 관계자는 “자율규제가 잘 작동하고 있다. 이는 국내 게임사의 역차별이라고 생각한다. 해외 게임사들은 국내 게임사만큼 자율규제를 지키지도 않는다. 게임사의 자유에 맡긴다”고 전했다.

여기에 게임산업협회는 “확률 공개는 영업 비밀에 해당한다. 자율규제 강령을 토대로 자정 능력을 강화하는 게 우선이다”라고 게임사를 옹호했다.

국내 게임사들이 반발하는 또다른 이유는 미국·중국 등 해외 게임사와의 역차별이 아니냐는 주장이다. 국내법으로는 해외 법인을 규제한다는 게 현실적으로 어려운 탓에서다. 국내 게임사만 규제를 적용한다면 국내 게임 산업 전반이 위축될 것이라는 불안감을 드러내고 있다.

반면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은 성명서를 통해 “확률형 아이템 모델은 소위 IP 우려먹기와 결합돼 한국 게임 산업의 보수화를 가속화시키고 있다”며 “돈벌기 쉬운 방식에 안주해 혁신은커녕, 퇴행화, 사행화를 촉진하고 있다. 확률 공개는 게임의 사행화를 막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법안 처리가 물건너가면서 활률형 아이템 규제는 내년으로 미뤄지게 됐다. 문체위는 다음 법안소위에서 게임법 개정안을 최우선으로 재논의 하겠다는 방침이다.

김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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