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지난달 北 무인기, 비행금지구역 북쪽 끝 침범
우리 軍 향한 위기의식 고조
국방부. /사진=연합뉴스
국방부. /사진=연합뉴스

[한스경제=김호진 기자] 지난해 12월 26일 우리 영공을 활보한 북한의 무인기 5대 중 1대가 서울 용산 대통령실 주변까지 접근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사건 당시 “서울 북부 지역만 비행했다”고 부인했던 군이 뒤늦게 입장을 바꿨다. 서울 중심 핵심지역까지 침범한 적기의 항적을 일부 파악하고도 북의 무인기 흔적을 확인하기까지 시일이 소요된 점에서 총체적 부실 대응을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전비태세검열실의 조사 결과 서울에 진입한 적 소형 무인기 1대로 추정되는 항적이 비행금지구역(P-73)의 북쪽 끝 일부를 지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P-73은 용산 대통령실을 중심으로 한 반경 3.7km 구역으로 북쪽으로 서울시청과 신촌, 을지로 일대를 포함한다. 이 구역은 안전·국방 등의 이유로 항공기의 비행을 금지한다. 군 당국은 북의 무인기 침투 사건 이후인 지난해 12월 31일 “적 무인기가 P-73를 비행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 철저하게 부인했지만, 이를 번복한 것이다.

합참 관계자는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안전에는 이상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며 “(북한의 무인기가 침투한 곳은) 용산 집무실의 안전을 위한 거리의 밖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거리와 고도, 적들의 능력을 볼 때 우리는 여전히 촬영할 수 없다고 본다”면서 “해당 능력을 갖췄을 때를 가정했을 때도, 유의미한 정보는 얻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군의 해명을 살펴보면 북의 무인기 침범 당시 서울 상공을 감시하는 레이더에는 무인기 항적이 일부 잡혔지만, 탐지와 소실을 반복하면서 항적이 선형이 아닌 점의 형태로 나타났고 이를 지켜 본 요원들은 이를 무인기라고 판단을 내리지 않았다. 이후 합참 전비태세검열 때 다시 분석한 결과 P-73 침범 가능성이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군당국의 대처를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나머지 무인기 4대가 강화도 일대를 휘젓고 다니자 공군의 KA-1 경공격기가 긴급 출동했지만 강원도 횡성에서 추락했고, 이튿날에는 철새 떼를 북한의 무인기로 착각해 전투기를 출격시키는 촌극을 빚었다. 추적과 타격 능력에 더해 군의 정보 평가와 판단력에도 문제가 있다는 사실까지 확인된 것이다. 가장 최근인 2017년 무인기 침범 이후 무슨 방비 태세를 구축했는지 의문이 들 정도다.

합참은 북한 무인기가 비행금지구역을 침범한 지점이나 침범한 거리 등의 정보는 국가안보 상의 이유로 공개하지 않았다. 군은 “비행금지구역을 스치고 지나간 수준이다”라고 밝혔다.

합참의 ‘말 바꾸기’에 대해 여야의 입장이 갈렸다. 더불어민주당 측은 윤석열(62)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를 요구한 반면, 국민의힘은 문재인 전 정권의 책임을 강조하며 맞섰다.

김영배(55) 민주당 의원은 “명백한 경호 작전 실패와 작전 실패, 위기관리 실패다. 이에 윤 대통령의 대국민 공개 사과를 강력히 요구한다”며 “국방부 및 합참에 대한 청문회와 국정조사를 추진해 이번 사건에 대한 책임을 명명백백히 따져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같은 당 김병주(60) 의원은 “분절적인 북한 무인기의 포착 지점을 단순히 연결한 지도를 보고, 비행금지구역을 침범했을 수도 있다고 의혹을 제기하는 것이 북한과의 내통을 통해서만 알 수 있을 만큼 대단한 의혹 제기인가. 출처 운운하기 전에, 누구나 의혹을 제기할 수 있는 지점에 대해 안일한 자세로 침범 가능성을 제기하지 않고 섣부르게 부인한 군 수뇌부를 질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주호영(62)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북한 위장 평화 전술에만 속아 군 훈련을 하지 않고 정신 무장을 해제한 문재인 정권 핵심인 사람이 큰 건 한 건 잡았다는 듯 국방 무능을 지적하는 건 제 얼굴에 침 뱉기다”라며 “군 당국은 무인기 탐지·추적·식별·격파·평가 모든 점에서 미흡하기 짝이 없고, 우리 군의 대응능력이 이 정도밖에 되지 않는가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대비에 문제가 있다면 대부분의 책임은 문재인 정권에서 소홀히 한 것에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로부터 무려 5년 이상의 세월이 지났다. 시스템을 구축하고 대응책을 마련하는 데 수년이 걸리는데, 이 시점에서 실패했다 하더라도 집권한 지 7~8개월밖에 되지 않는 정부가 대비할 방법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김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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