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2023년 담당 업무 전환...유력 후보군 선행 학습
사진 왼쪽부터 양종희 부회장, 허인 부회장, 이동철 부회장 /KB금융
사진 왼쪽부터 양종희 부회장, 허인 부회장, 이동철 부회장 /KB금융

[한스경제=박종훈 기자] 2023년을 맞아 KB금융지주가 부회장 3인의 담당 업무를 맞바꿨다. 이는 올해로 임기를 다하는 윤종규 KB금융 회장의 후임으로 가장 유력한 세 명의 부회장들에게 다양한 업무 경험을 쌓게 하려는 포석이다.

KB금융지주는 양종희 부회장이 개인고객·자산관리(WM)·중소상공인(SME) 부문장을, 허인 부회장이 글로벌·보험 부문장을, 이동철 부회장이 디지털·정보기술(IT) 부문장을 맡도록 업무를 조정했다. 기존의 양종희(디지털·IT), 허인(개인고객·WM·SME), 이동철(글로벌·보험) 3인 부회장의 업무를 서로 건네받은 셈이다.

이들 세 명의 부회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차기 KB금융그룹 회장 후보다. 3연임을 한 윤종규 회장의 임기가 올해 11월까지임을 고려하면, KB금융은 올 하반기 본격적인 차기 회장 인선 작업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KB금융 관계자도 "부회장 3인은 유력한 차기 회장 후보군이기에 다양한 그룹 업무를 경험하는 차원에서 순환시킨 것이다"고 말했다.

3인의 부회장은 모두 1961년생이다. 따라서 특정 후보가 세대교체의 바람을 몰고 오는 등의 영향은 적어보인다.

또한 세 명의 부회장 모두 그동안 각자 맡은 분야에서 뚜렷한 성과와 실적을 쌓아왔으며 지금의 부회장직까지 올라왔다.

KB금융은 지난 2021년 KB손보 대표를 지낸 양종희 보험부문장을 가장 먼저 부회장으로 승진시켰다. 이는 과거 강정원 전 KB국민은행장 겸 부회장 이후 10년 만에 부회장직이 부활한 것이다.

양 부회장은 지난 2016년부터 KB손해보험을 이끌면서 LIG손보의 인수합병을 성공적으로 완수하는 등, 조직 확장과 안정화에 공로한 바가 크다. 주택은행 출신인 양 부회장은 KB손보로 자리를 옮기기 전 지주 재무, IR, HR 총괄 부사장을 지내기도 했다.

그룹 내 최대 계열사인 KB국민은행장을 지낸 허인 부회장은 장기신용은행 출신이다. KB국민은행 여신심사본부 상무, 경영기획그룹 전무, 영업그룹 부행장 등을 거친 이력은 윤종규 회장의 궤적과 가장 흡사하다. 이에 윤 회장으로부터 바통을 이어받아 신한은행과의 리딩뱅크 경쟁에서 수년 만에 우위를 점하는 등의 성과를 쌓았다.

KB국민은행 출신인 이동철 부회장도 양종희 부회장과 마찬가지로 KB국민카드 대표를 3연임(2+1+1)했다. 또한 KB생명보험 경영관리 부사장, KB금융지주 전략, 시너지총괄 전무, 전략총괄 부사장, 개인고객부문장 등을 지낸 바 있다.

윤종규 회장은 올해 경영전략 방향에서 디지털 역량 강화를 반복 강조하기도 했다. 비금융 테크기업과의 투자와 협업 확대는 물론, 콘텐츠와 사용자경험 등 디지털 경쟁력을 제고해 트래픽, 타임셰어링, 트랜잭션 등 디지털 점유율도 장악해 나갈 것이라는 복안이다. 따라서 올해 디지털 업무를 담당하게 될 이동철 부회장의 역할이 중요한 시점이다.

KB금융그룹의 올해 행보는 늘 비교될 수밖에 없는 경쟁자인 신한금융그룹과는 사뭇 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신한금융은 조용병 회장에서 진옥동 회장으로 교체가 진행된만큼, 당초 예상과 달리 부회장직 신설 등의 움직임을 보이진 않고 있다. 그러나 KB금융의 3인 부회장과 마찬가지로 1961년생인 진옥동 회장의 지휘 아래 신한금융은 올해 '꾸준한' 쇄신을 진행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그에 반해 KB금융은 올 한해를 안정과 내실을 다지며 차기 수장을 반복 검증하는 시간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박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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