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전장연 "5분 이내 탑승 문구 삭제돼"...법원 2차 조정안 불수용 입장 밝혀
서울교통공사, 손해배상 청구액 3000만원서 5145만원으로 늘려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표가 지난 2일 오전 서울 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 승강장에서 5분이 표시된 시계를 들고 지하철 탑승을 시도하고 있다. / 연합뉴스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표가 지난 2일 오전 서울 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 승강장에서 5분이 표시된 시계를 들고 지하철 탑승을 시도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스경제=김정환 기자] 전국장애인철폐연대와 서울시가 한 치의 물러섬도 없는 첨예한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2021년부터 3년째 계속되는 전장연의 지하철 탑승 시위, 그리고 이에 대한 서울시의 강경한 대응. 이대로 상황이 지속된다면 남는 것은 서로에 대한 날 선 감정과 법정 다툼뿐이다. 

25일 박경석 전장연 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지하철 4호선 혜화역에서 268일차 선전전을 열고 "법원의 2차 조정안에 불수용하겠다는 입장을 전날(24일) 전달했다"며 "1차 조정문에서는 5분 이내에 탑승하도록 명시했지만 2차 조정문에는 '5분 이내'라는 문구가 삭제됐다"라고 밝혔다.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도 법원의 2차 조정안에 시큰둥한 반응이다. 시는 시위 방식 외 행위 관련 규정이 모호하다는 등의 문제를 지적했다. 법원에 의한 갈등 조정도 무산되면서 전장연과 서울시는 손해배상 여부를 놓고 치열한 법적 공방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공사는 전장연이 지난 2021년 1월 22일부터 11월 12일까지 7차례 벌인 지하철 불법 시위로 피해를 봤다며 3000만원 상당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민사소송을 걸었다. 이후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난해 12월 19일 전장연 시위로 지하철 운행이 '5분을 초과해' 지연될 경우, 1회당 공사에 500만원을 배상하라는 내용이 담긴 1차 강제조정안을 냈다. 전장연은 이를 수용하기로 했으나, 오세훈 서울시장과 서울교통공사가 거부 입장을 밝히자 법원은 지난 10일 지연 시간 조건을 뺀 2차 조정안을 제시했다. 

전장연과 공사 모두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지 않았고 공사는 다음날인 이달 11일 손해배상 청구액을 5145만원으로 올렸다. 이와 별개로 전장연은 지난 6일 전장연을 상대로 6억145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추가로 제기했다. 

서울시와 공사 측은 "전장연이 2021년 1월 22일부터 이달 3일까지 82회에 걸쳐 84시간 동안 지하철역에서 승하차 시위를 벌였다"며 이에 따른 사회적 손실 비용을 총 4450억원으로 추산했다.

전장연과 서울시의 갈등은 재작년 12월부터 3년째 계속되고 있다. 전장연은 지난 2021년부터 시위를 이어가며 정부와 국회에 장애인 이동권 보장, 장애인활동지원, 장애인권리예산 반영 등을 촉구하고 있으나 이들의 요구는 온전히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전장연은 올해 장애인 권리 예산을 1조3044억 원 늘려줄 것을 요구했으나, 기획재정부는 증액 요구분의 0.8% 수준인 106억 원만을 수용했고 전장연은 시위를 이어갔다. 

서울시와 공사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오 시장의 '무관용 원칙'에 따라 지하철 탑승 시위에 '무정차 통과'로 강경 대응하거나 소송을 이어가고 있으나, 전장연의 시위는 멈추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시위 과정에서 대치 상황이 길어지자 전장연 회원들과 교통공사 직원, 경찰들 간 몸싸움까지 벌어졌다. 

 전국장애인철폐연대 회원들이 지난 2일 지하철 탑승 시위 중 교통공사 직원, 경찰과 충돌했다. / 연합뉴스
 전국장애인철폐연대 회원들이 지난 2일 지하철 탑승 시위 중 교통공사 직원, 경찰과 충돌했다. / 연합뉴스
박경석 전장연 대표(왼)와 오세훈 서울시장. / 연합뉴스
박경석 전장연 대표(왼)와 오세훈 서울시장. / 연합뉴스

전장연과 오 시장은 계속되는 갈등에 지난 19일 면담을 가질 예정이었으나, 면담 방식을 두고 입장차를 좁히지 못해 결국 무산됐다. 전장연은 오 시장과의 단독면담을 요청했지만, 오 시장이 전장연을 포함한 다른 장애인 단체가 참여하는 비공개 합동면담을 방식을 고수하자 불참 의사를 전했다. 이후 전장연의 지하철 탑승 시위는 계속되고 있다. 

전장연과 서울시, 공사 모두 하루빨리 원만한 합의점을 찾는 데 집중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양측이 대화를 하며 서로 한 발자국 물러나야할 때다. 전장연 측은 다시 한번 오 시장에게 면담을 요청하며 갈들을 풀고자 한다. 박 대표는 "오 시장에게 다시 한번 사회적 대화를 요청한다"며 "모든 사람과 시민이 함께 참여하고 의견이 다를지라도 같이 참여해 공개적으로 문제를 풀 것을 촉구한다"라고 했다. 

아직까지 서울시는 이에 대한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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