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26일 한동훈 장관, 한국형 제시카법 보고
자칫하면 '서울 보호법'으로 변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이르면 올해 상반기 중 도입
한동훈(왼쪽) 법무부 장관이 2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새해 업무보고 내용을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동훈(왼쪽) 법무부 장관이 2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새해 업무보고 내용을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스경제=김호진 기자] 법무부가 고위험성 성범죄자들이 어린이집과 유치원, 초중고교 주변 500m 안에 살수 없게 하는 일명 ‘한국형 제시카 법’을 올해 안에 도입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직 구체적인 기준은 나오지 않았지만, 도입이 확정될 경우 고위험성 성범죄자들이 국내 사정상 큰 도시에서 살 수 없게 돼 지방으로 몰리게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법무부는 지난 26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2023년 5대 핵심 추진과제’를 윤석열(62)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재범 우려가 있는 고위험성 성범죄자가 출소하면 어린이집, 유치원 등 미성년자 교육 시설 500m 안에 거주하지 못하도록 하는 ‘전자장치부착법’ 개정안을 오는 5월 국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이는 조두순, 박병화, 김근식 등 고위험 성범죄자들이 출소할 때마다 나타나는 사회적 논란과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다만, 이들에 대한 거주 이전의 자유 등 헌법상 기본권을 고려해 범행을 2회 이상 반복했거나 13세 미만 아동을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지른 경우에만 적용하기로 했다.

이번 법 개정의 모델이 된 제시카 법은 2005년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벌어진 아동 성폭행 살해 사건 피해자의 이름을 따 만들어졌다. 현재 미국 50개 주(州) 중 42개 주에서 시행 중으로, 성범죄 전과자가 학교와 공원의 약 600m 안에 거주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도입을 추진하는 ‘한국형 제시카 법’은 국내 실정에 맞게 거주 제한 반경을 500m 상한으로 정한다는 방침이다.

한동훈(49) 법무부 장관은 “미국은 땅이 굉장히 넓지만 우리나라는 좁고 도시 밀집형으로 돼 있다. 그런 상황을 감안해야 하는 게 분명하다”며 “(거주 제한 반경이) 500m를 넘어서는 정도까지 된다면 거주 이전의 자유 문제에서 잘못하다간 섬 밖에 갈 데가 없는 상황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법이 실제로 시행되면 한 장관의 언급처럼 인구가 밀집한 서울·경기 등 수도권은 사실상 고위험성 성범죄자가 거주할 수 없게 된다. 지난해 기준 서울 시내 어린이집, 유치원, 초중고 수는 약 8000곳으로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평균 간격은 약 300m(반경 약 150m)다. 거주 가능한 공간이 사실상 거의 없는 탓에 관악산이나 북한산에서 거주해야 서울에 머물 수 있다.

이미 출소해 경기도 안산과 의정부에 각각 거주 중인 조두순이나, 김근식 등이 한국형 제시카 법 대상자들로 거주지를 옮겨야 한다. 이 때문에 한국형 제시카 법이 ‘서울 보호법’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 법안으로 인해 성범죄자들이 지방으로 몰리게 되면 그 지역 주민들의 불안은 커지는 것은 물론, 기대했던 재범 방지 효과가 오히려 떨어질 수도 있다는 의견도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형 제시카 법 외에도 법무보호복지공단 같은 별도의 정부시설에서 거주하도록 유도하는 방법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거리 제한 여부와 거리 등은 법원이 최종 결정한다. 이를 두고 적잖은 진통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김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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