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중고차 매매업의 생계형 업종 해제 이후 3년 만에 출시...중고차 시장 신뢰도 상승 기대
송선재 애널리스트, “현대차·기아의 진출, 부가서비스까지 더해진다면 시장규모는 더 커져”
서울 장안평 중고차매매시장에 차량들이 주차돼 있다. / 연합뉴스 제공
서울 장안평 중고차매매시장에 차량들이 주차돼 있다. / 연합뉴스 제공

[한스경제=김우정 기자] BMW, 벤츠, 아우디, 포르쉐, 렉서스 등 수입차 업체에서만 판매하던 ‘인증중고차’가 국내 완성차 브랜드인 현대차, 기아, KG모빌리티 등에서도 순차적으로 런칭될 예정이다. 국내 완성차 브랜드의 중고차 시장 진출로 기존 업계에 고질적인 문제였던 ‘신뢰도’가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는 10월 말에서 11월 중에 200여개 품질 검사를 통과한 중고차를 인증해 판매하는 ‘인증중고차(CPO, Certified Pre-Owned)’ 사업을 런칭할 예정이다. 현대차의 인증을 받은 차량은 5년&10만km 이내 자사 브랜드 차량으로, 신차수준의 상품화 과정을 거쳐 판매될 예정이다.

현대차는 총 3단계에 걸친 ‘중고차 품질검사 및 인증체계(매집점검-정밀진단-인증검사)’를 마련하고, ‘인증중고차 전용 허브기지(가칭)’를 구축할 계획이다. ‘인증중고차 전용 허브기지’에는 정밀한 차량진단과 정비가 이뤄질 수 있도록 최첨단 스마트 장비를 갖출 예정이며, 정밀진단 후 정비와 판금, 도장, 휠·타이어, 차량광택 등 내외관 개선을 전담하는 상품화 조직을 운영해 중고차의 상품성을 신차 수준으로 높일 계획이다.

이와 함께 고객이 타던 차량을 매입하고 신차 구매 시 할인을 제공하는 보상판매(Trade-in) 프로그램도 선보인다.

현대차는 고품질 인증중고차 공급과 적정가격의 중고차 매입이 지속되면 중고차에 대한 신뢰 증가로 이어져 잔존가치(residual value)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런칭에 앞서 현대차는 오는 19일 현대 인증중고차센터 양산에서 런칭행개최할 예정이다. 현대차는 지난 2019년 중고차 매매업의 생계형 업종 해제 이후 ’20년 ‘인증중고차 사업’의 진출을 선언했다. 3년 만에 이뤄진 런칭인 만큼 기존 업계의 우려와 소비자들의 기대감은 높아지고 있다.

한편 지난 9월 발표된 하나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한국 중고차 매매 시장은 2022년 등록대수 239만대, 매출액 29.2조원의 규모지만, 향후 신차 공급 확대에 이은 중고차 물량의 증가와 평균판매단가(ASP) 상승으로 연평균 5%가 성장해 2025년 기준 34.1조원으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중고차시장 내 ‘정보의 비대칭’ 해소될까?

그동안 중고차 시장은 대표적인 ‘레몬마켓’으로 손꼽였다. 지난 2020년 한국소비자원이 우리나라 중고차 시장 관련 인식 등을 설문 조사한 결과, 소비자와 사업자 모두 ‘허위·미끼 매물’ ‘불투명한 중고차 가격정보’ 등 중고차 시장의 문제점이 심각하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2월 열린 ‘제22회 자동차산업발전포럼’에서 자동차산업연합회 정만기 회장은 “우리 중고차 시장은 소비자와 판매자 간 정보 비대칭성이 확대돼 소비자의 신뢰가 낮고 피해가 만연한 시장”이라고 밝혔다.

국내 중고차 시장의 후진성의 원인으로 정 회장은 “신뢰할 수 있는 중고차의 매물이 부족하다”고 지적하며, ‘제조사의 시장 참여를 통한 경쟁시장 형성’을 극복방안으로 제시한 바 있다.

현대차 중고차 통합정보 포털 콘셉트 / 현대자동차그룹 제공
현대차 중고차 통합정보 포털 콘셉트 / 현대자동차그룹 제공

현대자동차는 정보의 비대칭 해소를 위해 중고차 정보서비스가 활성화돼 있는 미국 등의 해외시장을 참고해 다양한 출처의 중고차 관련 정보를 수집·분석한 후 종합해서 보여주는 ‘중고차 통합정보 포털(가칭 중고차 연구소)’을 구축할 계획이다.

‘중고차 통합정보 포털’에서는 △중고차 성능·상태 통합정보 △적정가격 산정 △허위·미끼 매물 스크리닝 등의 서비스와 함께 중고차시장의 현재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중고차 가치지수 △실거래 대수 통계 △모델별 시세 추이 △모델별 판매순위 등의 중고차시장 지표와 △트렌드 리포트 등을 제공한다.

현대자동차는 ‘중고차 통합정보 포털’을 자사 고객뿐 아니라 타사 고객과 기존 중고차 업계 등 모든 중고차시장 참여자들에게 공개해 정보의 독점을 해소하고 중고차 시장의 투명성을 높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존 중고차 업계와의 상생...현대차 시장점유율 ’24년 5.1%까지 자체 제한

현대차는 기존 중고차 매매업계와 동반 성장을 위해 △5년&10만km 이내의 자사 브랜드 중고차만 판매 △인증중고차 대상 이외 매입 물량은 경매 등을 통해 기존 매매업계에 공급 △연도별 시장점유율 제한 △중고차 통합정보 포털 공개 △중고차산업 종사자 교육 지원 등을 제시했다.

특히 시장점유율을 2023년 3.6%, 2024년 5.1%까지 자체적으로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자동차산업연합회(KAIA)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현대자동차를 포함해 국내 완성차업체 5개사가 중고차시장에 진출하더라도 자체 시장점유율 제한과 사업계획 등을 고려하면, 2026년이 되어서도 5개사 합계 시장점유율이 최대 12.9%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중고차 사업 자체가 현대차의 EPS에 미치는 영향은 2027년 기준 3%로 크지 않을 것이라 전망되고 있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전체적인 중고차 품질과 성능 수준을 향상시켜 시장 신뢰를 높이고, 중고차산업이 매매업 중심에서 벗어나 산업의 외연이 확장될 수 있도록 기존 중고차업계와 다양한 협력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송선재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완성차 브랜드의 중고차 매매업 진출이 신뢰성·편의성 제고와 함께 다양한 부가 서비스의 제공으로 시장규모 확대에 기여할 것이다. 특히 중고차 매매로서만의 규모가 아닌 추가적인 부가 서비스의 제공이라는 측면까지 더해진다면 시장규모는 더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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