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17일 행정 전산망 '올스톱'에 국민 대혼란
올해만 벌써 3번째… 野 "습관성 행정망 먹통"
지방자치단체 행정 전산망에 장애가 발생한 17일 오전 서울의 한 구청 종합민원실 내 통합민원발급기에 네트워크 장애 안내문이 붙어있다. /연합뉴스
지방자치단체 행정 전산망에 장애가 발생한 17일 오전 서울의 한 구청 종합민원실 내 통합민원발급기에 네트워크 장애 안내문이 붙어있다. /연합뉴스

[한스경제=김호진 기자] 지난 17일 발생한 시·도 지방행정정보시스템(이하 새올)과 정부의 온라인 민원 서비스인 '정부24' 서비스 중단 사태가 마비된 지 56시간 만에 정상화됐다. 대한민국 전자정부가 멈춘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사태의 원인은 정부 인증시스템상의 네트워크 장비 오류로 밝혀졌다. 하지만, 정부는 장비 고장의 구체적인 원인과 백업시스템이 미작동한 이유에 대해선 속시원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정부 행정전산망 장애가 이틀째 이어지면서 그동안 전 세계에서 쌓아온 디지털 정부의 명성에도 큰 오점을 남기게 됐다.

◆ 지방행정정보시스템·정부24 올스톱에 국민 대혼란

해당 사건은 지난 17일 오전 발생했다. 공무원 전용 전산망인 새올의 사용자 인증과정에 장애가 생기며 공무원 접속이 중단됐다. 새올을 활용한 민원 서류발급이 중단되자 동 주민센터나 구청 민원실에서 증명서를 발급받지 못하는 민원인들이 속출했다. 설상가상으로 오후부터는 정부24마저 중단되며 온·오프라인 민원 서비스가 모두 ‘올스톱’ 됐다.

행정안전부는 즉각 “전산 장애로 국민들이 불이익을 받는 일 없도록 납부 기한 연장과 소급 적용 등의 조치를 취하겠다”면서 지방행정전산 서비스 장애 대책본부를 꾸렸다. 다음 날인 18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미국 샌프란시스코를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은 정부 합동 태스크포스(TF) 가동 지시를 내렸고, 한덕수 국무총리는 관계부처 회의를 소집해 대책 마련에 나섰다.

정부는 장애 원인도 파악하지 못한 채 “네트워크 장애”라고 밝힐 정도로 우왕좌왕했다. 정부24는 장애 하루 만인 18일 오전 임시 재개됐지만 새올은 17일 오전 8시 40분부터 19일 오후 5시까지 50여시간 동안 정상작동이 어려웠다.

행안부는 19일 오후 보도자료를 내어 "행정전자서명 인증시스템에 들어가는 장비 오류가 원인이었으며, 장비 교체 후 정상 작동하고 있다"고 발표하면서, 사태는 나흘만에 정리됐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늑장 진상파악, 부실한 정부 시스템 등을 부각시키며 정부의 ‘무능’을 질타했다.

강선우 민주당 대변인은 같은 날 브리핑에서 “정부 행정 전산망 사태가 계속되며 끝이 보이질 않는다. ‘디지털 플랫폼 정부’가 국정과제라더니, 완전히 포기했나. 아니면 전자정부를 석기시대로 돌려놓는 것이 진짜 국정과제인가”라며 “윤석열 정부는 지난 정부들이 쌓아온 ‘세계 최고’ 디지털 정부의 명성에 지울 수 없는 오점을 남긴 데 대해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여기에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오는 23일 전체회의를 열고 행안부를 상대로 국가 행정전산망 마비 사태와 관련한 현안질의를 할 예정이다.

정부 행정전산망 마비 사태에 대해 국민의힘은 20일 “집권 여당으로서 송구한 마음이다”라면서 “국정을 정부와 함께 책임지고 있는 집권 여당으로서 먼저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관리 체계, 유사시 대응 시스템 등을 확고하게 구축해 나가는데 관련 법적, 제도적 사항들을 면밀히 살피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 '세계 최고' 디지털 정부 명성에 '오점'… "지난해 카카오 사태 떠올리게 해"

한국은 2019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디지털정부 평가에서 종합 1위를 차지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디지털 플랫폼 정부를 자부해온 우리나라의 위상이 속절없이 추락했다.

위험을 예방해야 할 국가가 위험 생산을 초래했다는 점에서 명백한 '행정 재난'이었다. 여기에 사태를 수습하는 정부의 대처도 미흡했다.

정부의 이런 태도는 지난해 10월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 사고로 카카오톡 등 카카오의 서비스 전반에 장애가 발생했을 당시와 대비된다. 당시 윤 대통령은 "민간 기업이 운영하는 망이지만, 국민 입장에선 국가 기간통신망과 다름 없다"며 "국가가 필요한 대응을 해야 한다"고 질타했다. 이 사태로 김범수 창업자는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대국민 사과와 함께 5000억원대 피해 보상안을 내놓았다.

더 큰 문제는 국가가 관리하는 행정망 마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올해 들어 3월 법원 전산망 마비, 6월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오류에 이어 세 번째라는 점이다.

정부는 1년 전 카카오 사고를 겪은 후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연이어 정부 행정망 먹통 사고가 발생하면서 국민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정부는) 서비스 장애가 나면 언제까지 복구되는지 공시하라고 하더니 자기네 장애가 났을 때는 하나도 언급하지 않는다”, “카카오톡이나 네이버는 무료 서비스라도 되는데 세금받고 운영하는 정부는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나”, “금요일 주민센터를 방문하니 먹통이었고, 온라인으로도 안 돼서 아까운 연차만 날렸다”는 등의 반응이 주를 이었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20일 지방행정전산서비스 장애 대책본부 회의 모두발언에서 "이번 장애의 원인을 면밀히 분석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함으로써 이 같은 일이 또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대비하겠다”며 “또 이번 서비스 장애로 인해 국민들이 겪은 불편에 대해서도 소홀히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김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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