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장남 임종윤 사장 “그룹 간 통합 고지·정보·자료 없었다”
차남 임종훈 사장·신동국 한양정밀 회장, 참전할까
왼쪽부터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과 장녀 임주연 사장, 장남 임종훈 사장. /한미약품 제공
왼쪽부터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과 장녀 임주연 사장, 장남 임종훈 사장. /한미약품 제공

[한스경제=변동진 기자] 한미약품그룹이 OCI그룹과의 통합을 추진하는 가운데, 고(故) 임성기 회장의 장남 임종윤 사장이 통합과 관련해 “어떤 고지나 정보·자료도 전달받은 적 없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차남 임종훈 사장과 개인 대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캐스팅보트로 떠올랐다.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임 사장은 1분기 중 경영권 방어와 관련해 입장을 낸다. 그는 한미약품그룹의 이미지를 생각해 경영권 분쟁은 피하고 싶었지만, 투자은행(IB) 업계에서 관심을 표명한 국내외 기관들이 있어 우호 지분 확보를 위한 행동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임 사장이 이같은 입장을 밝힌 배경은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 간 통합에 대해 반대 의견을 지속적으로 개진했지만, 어머니 송영숙 회장과 장녀 임주현 사장 주도로 이사회를 통과했기 때문이다.

두 그룹은 지난 12일 이사회를 열고 OCI그룹 지주사 OCI홀딩스와 한미약품그룹 지주사 한미사이언스 간 현물출자와 신주 발행 취득 등을 통해 그룹 간 통합 계약을 체결했다.

임 사장은 개인 회사인 ‘코리그룹’의 X(옛 트위터)를 통해 “한미약품 측이나 가족으로부터 어떠한 형태의 고지나 정보·자료도 전달받은 적이 없다”며 “현 상황에 대해 신중하고 종합적으로 파악한 후 공식적인 입장을 표명하겠다”고 밝혔다.

임 사장은 한미사이언스의 지분 9.91%를 보유하고 있다. 다만 이사회에 포함된 사내이사는 아니다. 2022년 3월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에서 물러나 현재 바이오헬스케어 기업 디엑스앤브이엑스(Dx&Vx) 최대주주이자 2007년 홍콩에 설립한 개인 회사인 코리그룹 회장으로 활동 중이다.

OCI와 한미약품 CI.
OCI와 한미약품 CI.

모녀가 주도한 합병…핵심은 ‘상속세·경영권’

통합 작업이 완료되면 한미약품그룹의 지배구조는 ‘송영숙 회장·임주현 사장→OCI홀딩스→한미사이언스→한미약품’으로 재편된다.

OCI홀딩스는 한미사이언스 지분 27%(2065만 1295주)를 7703억원에 취득해 최대주주에 오른다.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사장 모녀는 OCI홀딩스 지분(10.4%)를 사들여 최대주주가 되는 방식이다. OCI홀딩스는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이 지분 28.67%를 보유하고 있는데, 개인주주로는 이화영 씨가 가장 많은 7.41%을 보유 중이다.

통합의 핵심은 상속세 문제를 해결하고, 동시에 회사를 지키는 것이다. 신성장동력 사업을 모색해 온 OCI그룹과 신약 개발 자금이 필요한 한미약품그룹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결과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창업주인 고 임성기 회장은 한미사이언스 지분 2307만 6985주(34.29%)를 보유했는데 타계 이후 송영숙 회장에 698만 9887주를 상속해 지분율이 기존 1.26%에서 11.65%로 높아졌다. 임 사장, 임주현 사장, 임종훈 사장에는 각각 한미사이언스 주식 354만 5066주가 상속됐다. 상속세만 5000억원이 넘는다.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사장은 상속세를 마련하기 위해 사모펀드 운용사 라데팡스파트너스와 한미사이언스 지분 11.8%를 3200억원에 매각하는 계약을 맺었다.

그런데, 라데팡스에 투자하기로 한 새마을금고가 지난해 7월 부실 논란으로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을 겪으며 투자를 철회하면서 일이 어려워졌다.

경영권 분쟁…차남·신동국 역할 중요

임 사장이 경영권 분쟁에 뛰어든다면 주요 주주인 차남 임종훈 사장, 신동국 회장의 지지가 반드시 필요하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 한미사이언스 지분은 임종훈 사장과 신동국 회장이 각각 10.56%, 11.52%를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임 사장(9.91%)이 두 사람과 연대하면 31.99%에 달한다. 

임종훈 사장 역시 형인 임 사장과 마찬가지로 한미사이언스의 사내이사가 아니다. 따라서 형제가 힘을 합쳐 경영권 분쟁을 일으킬 가능성을 염두해야 한다.

반면 송영숙 회장(11.56%), 임주현(10.20%) 사장과 우호 지분인 가현문화재단(4.90%), 임성기재단(3.0%)을 더하면 29.66%다.

신동국 회장의 역할도 주목된다. 그는 고 임성기 회장이 나온 통진종합고등학교 후배로 특수관계인을 제외한 개인 중 최대 지분을 보유한 대주주다. 한미약품그룹 경영에 관심이 없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오너일가 간 싸움을 관전할지, 아니면 직접 참가할지 여부는 아직 알 수 없다. 

한편 한미약품그룹은 “이번 통합 절차는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구성원 만장일치로 결정된 사안”이라며 “임 사장은 한미사이언스 이사회에는 속해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임 사장이 대주주로서 이번 통합에 대해 의견을 표명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지속적으로 (임 사장과) 만나 이번 통합의 취지와 방향성에 대해 설명해 이번 통합이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변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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