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제약산업 100년 역사상 가장 큰 사건"
"두 기업의 시너지, 제약산업에 긍정적 영향"
OCI, 한미그룹 전경. /각 사 제공
OCI, 한미그룹 전경. /각 사 제공

[한스경제=양미정 기자] 제약·바이오 기업 한미그룹과 에너지·화학 기업 OCI의 전대미문 대규모 통합에, 전문가들은 '이례적이지만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합병을 '제약산업 100년 역사상 가장 큰 사건'이라고 언급하며 두 기업의 시너지가 제약산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내다봤다. 각각 다른 사업을 벌이던 두 이종 기업의 합병이 국내에선 유례가 없지만, 이번 통합을 계기로 다른 제약업계의 합병도 이어질 것이란 기대도 나오고 있다.

OCI그룹 지주사인 OCI홀딩스는 한미그룹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 지분 27%를 7703억원에 인수했고 임주현 사장 등 한미사이언스 주요 주주는 OCI홀딩스 지분 10.4%를 취득했다. 경영은 지금처럼 각자대표 형태로 이우현 OCI 회장이 첨단소재와 신재생에너지를, 임 사장이 제약·바이오 사업을 맡는다. 

OCI는 현금 창출 능력을 기반으로 신약 개발에 드는 막대한 R&D 비용을 지원할 예정이다. 실제로 OCI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지난 2022년 2740억원이었으며, 2027년 5710억원이 목표다. 또 전 세계에 포진된 OCI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10% 미만의 한미그룹 해외 매출 비중을 대폭 끌어올리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석유화학업체 출신 바이엘이 화학업체 아벤티스와 론풀랑크와 인수합병을 통해 아스피린이라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의약품을 개발하고 글로벌 제약바이오사가 된 것처럼 OCI는 에너지·화학 등을 아우르는 화학 중간 지주사를 설립하겠다는 목표다.

이 과정에서 OCI홀딩스가 통합 지주사가 되고, 한미사이언스는 제약·바이오 자회사를 거느리는 중간 지주사가 된다. 양 사는 두 지주사의 가교 역할을 하는 소재·화학 분야의 지주사를 세우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새로운 사명 등 브랜드 통합 작업에 관해선 이르면 내년 3월쯤 발표될 전망이다.

한미그룹은 이번 통합으로 한미가 OCI에 매각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부각하고 있다. 한 기업이 다른 기업을 종속시키는 것이 아니라 양 그룹이 하나가 되는 것이며 한국 산업계에서 볼 수 없었던 통합과 상생의 기업 모델이라는 입장이다. 인위적인 구조조정에 대한 우려도 불식하겠다고 강조했다.

박재경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한미그룹은 OCI의 현금 창출 능력을 기반으로 시간과 자금이 지속적으로 투입돼야 하는 부담을 줄여 유망 파이프라인 개발에 집중할 수 있다"며 "또한 신약 출시 후에는 OCI의 해외 네트워크를 활용하면 한미그룹의 수출 비중을 확대할 수 있다는 점도 기대 요인"이라고 밝혔다.

또 전유진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OCI가 금번 거래로 한미그룹의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 최대 주주로 자리 잡으면서 주요 계열사 한미그룹, JVM 등까지 편입할 수 있어 제약·바이오 부문에서 종횡의 의미 있는 확장 발판을 마련했다"며 "향후 실적 연결 반영을 통한 동사 실적의 외형성장 가능하다는 점도 긍정적인 부분"이라고 판단했다.

김현욱 현앤파트너스코리아 대표는 합병 후 ▲한미그룹의 2세 경영 안정화 ▲전문 경영에 대한 철저한 준비 ▲OCI의 충분한 지원과 ▲꼼꼼한 미래 성장 전략이 선행된다면 두 기업이 충분한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바이엘과 다케다 제약이 여러 제약사와 인수합병을 통해 글로벌 기업이 된 것처럼 이번 합병이 글로벌 진출의 초석이 되려면 통합 후에도 한미그룹의 DNA 살리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김 대표는 "매출 1조원 이상인 한미그룹과 국내 1위 태양광 폴리실리콘 업체 OCI의 합병은 대한민국 제약산업 100년 역사상 가장 큰 사건"이라며 "한미그룹이 신약 개발과 영업에 두루 능력을 갖춘 회사인 만큼, 이번 합병이 성공적인 선례로 남아 앞으로 다른 M&A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양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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