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I와 한미약품 CI. /각사 제공
OCI와 한미약품 CI. /각사 제공

[한스경제=변동진 기자] 국내 톱티어 수준의 대형 제약바이오 기업과 한미그룹과 에너지·화학 대기업 OCI그룹의 통합은 대한민국 산업 역사에 없었던 새로운 길을 걷는 사건이다.

이번 통합이 어떤 결말로 남을지 알 수 없지만, 흥미로운 대목은 특이한 딜 방식이다. 겉보기에 OCI홀딩스가 한미사이언스를 지배하는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한미그룹 측 인사가 통합지주사 단일 최대주주에 오르면서 지배구조 균형을 맞췄기 때문이다. 

가장 흥미를 끄는 대목도 바로 이번 통합이 기업 간 M&A(인수합병)이 아닌 ‘지분 스왑(Swap·교환)’이라는 점이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이번 계약 구조는 크게 세 가지다. ▲송영숙 한미그룹 회장과 임주현 한미약품 사장이 한미사이언스 주식 677만 6305주를 현물출자하는 대가로 OCI홀딩스가 신주 229만 1532주를 부여 ▲OCI홀딩스가 송영숙 회장 외 3인이 보유한 한미사이언스 주식 744만 674주(약 2775억원)를 매입 ▲한미사이언스가 실시한 2400억원 규모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OCI홀딩스가 참여하는 형태다.

거래 완료 후 OCI홀딩스가 한미사이언스를 지배하게 되지만, 단일 최대주주는 임주현 사장이 된다.

즉, 개인이 회사를 지배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두 집단이 각자 구역을 경영하게 되는, 그간 대한민국 산업 역사에 없던 새로운 형태의 경영이 도입되는 것이다. 

옥에 티도 있다. 시발점이 ‘상속세 재원’ 마련이라는 점이다. 이를 위해 한미그룹 오너일가는 회사를 매각해야 할 위기에 빠졌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이 시기 OCI그룹은 제약바이오 사업에 뛰어들었고, 역량 부족으로 고전했다. 사실상 상호 부족한 메워줄 최적의 파트너인 셈이다.

특히 OCI가 OCI금호(OCIM-금호피앤비화학), 피앤오케미칼(OCI-포스코퓨처엠) 등 다른 기업과 공동경영을 경험도 갖고 있다는 점도 큰 자산이다. 국내 최고 수준의 연구개발 역량을 보유한 한미그룹과 풍부한 자본력 및 네트워크를 보유한 OCI그룹이 어떤 시너지를 낼지 기대된다. 또 한강의 기적을 넘어 글로벌 No.1 제약바이오라는 새로운 신화를 작성하길 바란다.

아울러 한미그룹 창업주 고(故) 임성기 회장의 장남과 차남이 연일 이번 통합에 대해 반대, 소송도 불사할 것이라고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 가족 간 분쟁과 기업 결합 심사 등이 ‘이종 결합’이라는 새 역사를 막는 오점이 되지 않길 바란다.

변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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