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KBS 특별대담서 "반지성·거짓에 터 잡아선 민주주의 불가"
"어린이 아낀 따뜻한, 과학기술로 미래 준비한 대통령으로 기억되고 싶다"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KBS와 특별대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KBS와 특별대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스경제=김호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집권 3년차를 맞아 진행한 한국방송공사(KBS)와 특별대담에서 국정 운영 방향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10시 KBS 1TV에서 100분간 녹화 방송된 '특별대담 대통령실을 가다'에서 물가·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중대재해 처벌법)·저출산, 의대정원,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이하 총선), 배우자 김건희 여사 명품 가방 수수 논란 등 다양한 현안에 대해 직접 설명했다.

규제완화·공급정책 통한 물가관리 약속

최근 사과 등 과일 가격이 50%대로 급등하며 서민들의 장바구니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일각에서 세상에서 가장 비싼 사과가 미국의 애플 사과, 다음 비싼 사과를 한국 사과라고 언급한다.

윤 대통령은 "2%대로 물가를 관리하고 있다. 사과를 비롯한 과일들 물가 관리가 어렵다. 정부가 비축 물량을 시장에 많이 풀고 수입 과일들 관세를 인하해서 낮은 가격으로 시장에 많이 유입될 수 있도록 하겠다"며 "국민들의 실질 임금, 가처분소득이 물가가 오르면 줄어든다는 그런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기에 국민들의 생필품, 이런 생활물가에 대해서는 규제 완화와 공급 정책을 통해서 물가 관리를 좀 적극적으로 해나가려고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고(高)금리 대책에 대해선 정부 주도로 지난해부터 시작한 '온라인 대출 갈아타기 서비스' 성과를 소개하며 "금융소비자가 다양한 대출 조건 금리를 다 보고, 또 편리하게 갈아탈 수 있게 함으로써 과점체제에 있는 은행 간의 경쟁을 유도한 결과 금리가 한 1.6% 정도 내려왔다. (정부가) 보조금을 준다든가 하지 않고 공정한 경쟁을 유도함으로써 금융소비자에게 혜택이 돌아갔다"고 했다.

◆ 경제협력개발기구 기준 의사 수 최하위…"의료 개혁 추진할 때"

경제협력개발기구(이하 OECD) 보건통계 2022 등에 따르면 지난 2020년 기준 한국의 활동의사(한의사 포함) 수는 13만14명으로 OECD 31개 회원국 중에선 9번째로 많다. 하지만 인구 1000명당 활동의사 수는 2.51명에 불과해 OECD 평균(3.70명)보다 훨씬 낮을뿐더러 멕시코(2.41명)에 이어 두 번째로 적은 수준이다.

이에 윤 정부는 19년 만에 의대 정원 확대를 추진하기로 했다. 이번에 발표한 증원 규모는 연 2000명으로 문재인 정부 때의 연 400명의 5배 규모다.

윤 대통령은 의대 정원 증원 계획에 대해 "의료 인력을 확대하면서 의사의 법적 리스크를 많이 좀 줄여주고, 보상 체계를 좀 공정하게 만들어주는 한편 소아과, 산부인과, 응급의료, 외과, 흉부외과 이러한 필수 진료를 의사들이 지킬 수 있게 하는 정책, 지역 의사들이 전부 수도권으로만 가지 않고 지역 완결적 의료 체계가 만들어질 수 있는 방향으로 더는 지체할 수 없게 의료 개혁을 추진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과거 정부들이 너무 많이 선거를 의식을 하고 이 문제를 의료 소비자인 환자, 환자 가족과 또 의료진과의 이해 갈등 문제로만 봤다"며 "제가 볼 때는 환자와 환자 가족, 그리고 의료진 입장에서도 다 같이 상생할 수 있는 그런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 초고령 사회의 저출산 문제, 최우선 국정과제

윤석열 정부의 저출산 정책 차별화 부분에 대해 '구조적인 접근'과 함께 '휴머니즘'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좋은 정책을 쓴다고 해서 출산율이 꼭 느는 게 아니었다는 경험을 얻었다. 좀 더 구조적인 문제, 우리 사회가 과도하고, 불필요한 경쟁에 너무 많이 휘말려 있는 것이 아니냐 조금 더 가정을 중시하고, 휴머니즘에 입각한 가치를 가지고 살 수 있어야 된다는 관점에서 접근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초등학교에서 8시까지 학생을 봐주는 '늘봄학교' 제도에 대한 교사들의 반대가 높다는 지적에 "국가든 교육당국이든, 지방정부, 사회단체 모두가 힘을 합쳐서 아이들이 방과 후에 방치되지 않고 안전하면서도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해야 되는 것은 저희가 가야 할 불가피한 방향"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옛날 같은 대가족 제도가 아니고, 핵가족 상황에 부부가 전부 사회활동, 직장생활을 전부 하고 있기 때문에 돌봄을 하지 않는다면 어린 아이들을 방과 후에 방치하는 게 된다"며 "그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교육 일선에 종사하는 분들 입장에서는 본인들의 부담이 가중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점에 대해서는 가급적이면 외부 교사를 많이 채용하고, 교사들에 합당한 보상책을 마련해야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갈등이나 이해대립이 있더라도 어떻게든 조정을 해나가면서 반드시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없이 추진해야 될 제도"라고 거듭 강조했다.

윤석열(왼쪽) 대통령이 지난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신년 대담 사전 녹화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왼쪽) 대통령이 지난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신년 대담 사전 녹화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 중대재해 처벌법 통한 규제 강화…"면밀한 검토 필요"

윤 대통령은 "산업현장 근로자 안전은 두말할 나위 없이 중요한 가치지만, 한편으로 기업 역시 근로자 경제 활동의 토대가 되는 일터다"라며 "기업과 근로자 사이 균형이 맞아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현재 중대재해처벌법은 처벌 수위가 높고 책임 범위가 확대되어 있어, 중소기업이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중소기업 경영이 악화되고, 그러면 임금 지불 역량도 감소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기업이 문을 닫는다면, 많은 근로자가 일터를 잃을 것이다. 사후 처벌 보다는 예방 강화 쪽으로 시간 주자는 것이다"라고 했다.

그는 "처벌 강화와 책임 범위를 확대한다고 해서 근로자 안전이 더 줄어드는지에 대해서는 현재까지 실증적 검증 결과가 없었다"며 "이걸 중소기업에 무리하게 확대하기 보다는, 유예를 두고 처벌을 강화하고 책임 범위를 넓이는 게 실제 사고를 줄이는 것과 어떤 관계에 있는지 등을 더 면밀히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 명품백 논란 "정치 공작"…제2부속실 설치나 특별감찰관 임명은 검토

이번 의혹은 지난해 11월 한 유튜브 채널이 2022년 9월 김 여사가 최 목사에게 명품 파우치를 받는 영상을 유튜브에 올리면서 불거졌다. 이 과정에서 최 목사가 해당 영상을 손목시계에 달린 카메라로 몰래 촬영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몰카 공작' 논란이 제기됐다.

윤 대통령은 명품백 의혹이 처음 제기된 뒤 두 달여 만에 처음으로 직접 해명과 함께 재발 방지를 밝혔다.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논란에 대해 "제 아내가 중학교 때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최 목사가) 아버지와 동향이라는 친분을 얘기하면서 왔고, 대통령이나 대통령 부인이 누구한테 박절하기 대하기는 참 어렵다. 자꾸 오겠다고 해서 그걸 매정하게 끊지 못한 것이 문제라면 문제고 아쉽지 않았나 생각이 된다"며 "저한테 만약 미리 이런 상황을 얘기했더라면 조금 더 단호하게 대했을 텐데, 제 아내 입장에서는 그런 여러 상황 때문에 물리치기가 어렵지 않았나 생각되고, 아쉬운 점은 있다"고 했다.

여당에서 김 여사에 대해 '정치 공작 희생자'라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 동의하냐는 질문에 "시계에 몰래카메라까지 설치해 이런 걸 했기 때문에 공작이다"라며 "선거(총선)를 앞둔 시점에 이렇게 터트리는 것 자체가 정치 공작이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정치 공작이라고 하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고 앞으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게 조금 더 분명하게 선을 그어서 처신하는 게 중요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강조했다.

제2부속실 설치 또는 특별감찰관 임명 등 김 여사의 제도적 보좌 계획과 대해선 "민정수석실이다, 감찰관이다, 제2부속실이다, 이런 얘기를 하는데 제2부속실은 우리 비서실에서 검토하고 있다. 이런 일을 예방하는 데는 도움이 안 되는 것 같다"며 "감찰관은 국회에서 선정해 보내고, 대통령실은 받는 것이다. 제가 사람을 뽑고 채용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한·일 관계 정상화 △북한 무력 도발에 따른 남북관계 문제 △정치 테러 △국정 지지율 △여소야대 국면 등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끝으로 윤 대통령은 "어떤 인상으로 기억하실지는 모르겠지만, 어린이를 많이 아낀 따뜻한 대통령, 과학기술 발전을 통해 미래를 준비한 대통령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신년 대담을 두고 새해 경제와 안보가 녹록지 않은 가운데 대통령이 직접 국민들에게 국정 운영에 대해 설명한 것 자체는 위기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그럼에도 '소통의 방식'에 아쉬움을 남겼다.

이날 대담 방송은 사흘 전 녹화해 편집을 마쳤다. 대통령실은 사전 질문을 요구하지 않고 즉문즉답으로 진행했다고 설명했지만 다양한 매체 기자들이 국민들을 대신해 껄끄러운 질문을 쏟아내는 기자회견과 비교해 소통의 깊이가 다를 수밖에 없다.

윤 대통령은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마지막으로 정식 기자회견을 열지 않았다. 도어스테핑(출근길 약식 회견)은 2022년 11월 이후 중단됐다. 지난해에도 신년 회견 대신 특정 신문사 인터뷰를 통해 정국 구상을 밝혔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특별대담을 두고 "대통령의 오만한 불통에 답답함을 누를 수 없다"고 비판했다.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이날 방송 직후 낸 논평에서 "끝내 대통령의 사과는 없었다. 국민께 사과하지 않은 대통령의 독선을 언제까지 지켜봐야 할지 암담하다"고 꼬집었다.

김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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