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정치권 앞다퉈 스크린 통한 '이념전쟁'…"영화가 지지층 결집의 도구로"
尹 "역사 올바르게 알 기회"…野 "독재와 부패, 부정선거"
영화 '길위에 김대중'(왼쪽)과 '건국전쟁' 포스터. /명필름·시네마6411, 다큐스토리 제공
영화 '길위에 김대중'(왼쪽)과 '건국전쟁' 포스터. /명필름·시네마6411, 다큐스토리 제공

[한스경제=김호진 기자] 이승만 초대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이 오는 4·10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이하 총선)를 50여일 앞두고 정치권의 이념전쟁 한가운데로 소환됐다. 이승만 대통령의 업적을 다룬 영화 '건국전쟁'과 김대중 대통령의 삶의 궤적을 조명한 '길위에 김대중'을 통해서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두 영화를 관람하거나 후기를 남기며 지지층 결집에 열을 올리는 모습이다. 하지만 이를 두고 정치적 양극화 현상이 우리 사회의 자화상을 보여준다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 영화에 대해 "역사를 올바르게 알 수 있는 기회다"라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2022년 미국 뉴욕에서 열린 동포 간담회 때 "이승만 전 대통령을 비롯한 민족 선각자들이 국권 회복을 위한 독립운동을 전개했다"고 밝혔으며, 지난해 1월 스위스에서 "이승만 대통령은 1933년 제네바에서 국제사회를 대상으로 대한독립을 탄원했다"고 언급한 것에 힘을 싣는 발언으로 풀이된다. 또 윤 대통령은 이승만 대통령기념관 건립 사업에 500만원을 기부하기도 했다.

정진석과 안철수, 박수영, 김미애, 김영식 등 여당 현역 의원을 비롯해 나경원 전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박민식 전 국가보훈부 장관,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이 극장가를 찾아 영화를 관람한 뒤 후기를 남기고 있다.

특히,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12일 "한미상호방위조약과 농지개혁이 없었다면 대한민국은 지금과 많이 달랐을 것이다. 대한민국이 여기까지 오게 되는 데 굉장히 결정적인, 중요한 결정을 적시에 제대로 하신 분이다"라고 평가했다.

반면, 야권은 '건국전쟁'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전하면서 이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만들어진 '길위에 김대중'을 내세웠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지난해 12월 시사회에 김부겸 전 국무총리와 나란히 참석했고, 문재인 전 대통령도 지난달 지역 예비후보들과 함께 영화를 관람하기도 했다.

한민수 민주당 대변인은 서면브리핑에서 "독재와 부패, 부정선거로 쫓겨난 이 전 대통령이 대한민국을 번영의 길로 들어서게 했다는 황당무계한 주장에 현직 대통령이 동참한 것은 충격적이다"라고 질타했다.

국가보훈부가 지난달 만 전 대통령을 '이달의 독립운동가'로 선정하자 철회를 요구했던 진성준 민주당 의원은 "여야가 민생으로 경쟁해도 모자랄 판에 독재자 이승만을 미화하다니, 참으로 한심하고 기가 막히다"라고 꼬집기도 했다.

정치권에서 불어오는 이 같은 열기가 실제 선전 효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정치적인 의도가 과도하게 도드라질 경우 역풍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이 지지층을 결집하는 도구로 사용하면서 '정치 양극화' '정치 혐오' 등으로 빠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부 누리꾼은 "'길위에 김대중'이 벌써 10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건국전쟁'의 예매에 동참해달라"고 호소했고, 또 다른 누리꾼은 "'길위에 김대중'을 더 많은 사람들이 봤으면 한다. 민주주의를 위해 거리로 나오는 정치인과 국민들, 이런 게 애국 영화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SNS에 "영화가 지지층을 결집하는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영화는 사실을 반영하기는 하지만, 제작진의 편견이 들어갈 수밖에 없는 한계를 가진다"며 "오히려 중도층의 반감과 이탈을 불러올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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