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무협 보고서…美 UFLPA 제재 범위, 배터리·車부품까지 확대
EU ‘강제노동 결부 상품 수입금지 규칙’ 제정...2026년 시행 계획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 황야의 송전 시설 / 연합뉴스 제공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 황야의 송전 시설 / 연합뉴스 제공

[한스경제=김우정 기자] 미국과 유럽연합(EU)이 글로벌 공급망 내 강제노동 단속에 나섰다. 글로벌 공급망 내 중국산 소재·핵심광물·부품 등의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제재 조치로 풀이된다. 만약 공급망 내 강제노동 사례가 발견될 시 공급망을 우회해야 할 가능성이 있어 국내 기업들의 선제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무역협회(KITA)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8일 ‘글로벌 공급망에 켜진 또 다른 경고등–강제 노동 규제 동향과 우리 기업 대응방안’ 보고서를 발간해 미국 위구르 강제 노동금지법(UFLPA)로 촉발된 강제노동 리스크에 대한 우려를 밝혔다.

미국은 2022년부터 6월부터 중국 신장위구르 자치구에서 채굴·생산·제조된 모든 제품을 강제노동 생산품으로 추정해 수입을 금지하고 있다. 다른 국가나 지역에서 최종 생산된 제품이라도 신장위구르에서 공수한 원료나 소재, 부품 등 일부라도 사용했다면 수입금지 대상이 되는 것이다.

'글로벌 공급망에 켜진 또 다른 경고등–강제 노동 규제 동향과 우리 기업 대응방안’ 보고서 내 발췌
'글로벌 공급망에 켜진 또 다른 경고등–강제 노동 규제 동향과 우리 기업 대응방안’ 보고서 내 발췌

미국 관세국경보호청(CBP)에 따르면 2022년 6월 UFLPA 시행 이후 22억500만달러(약 2조9240억원)에 달하는 수입품이 강제노동 생산품으로 의심돼 통관에서 보류됐다. 이중 전자 분야가 83.6%(2932건)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으며, 대부분이 태양광 패널이었다.

실제로 중국 신장위구르 지역은 핵심광물, 알루미늄, 철강 등 자동차 소재·부품의 주요 생산지로, 해당지역 내 리튬 생산이 확대되고 있는 만큼 전기차와 배터리 기업의 제재 위험성이 증가하고 있다.

최근 미국은 UFLPA 제재 품목을 전기차 배터리와 알루미늄, 철강, 타이어 등 자동차 부품까지 확대했다. 실제로 지난해 2월부터 10월까지 자동차·항공우주품목 총 58건이 통관 보류됐는데 이중 단 2건만 통관 보류가 해제됐다.

유럽연합(EU)도 올해 초 UFLPA와 유사한 ‘강제노동 결부 상품 수입 금지 규칙’을 입법 완료하는 등 강제노동 규제를 본격화할 모양새이다. 유럽의회는 이번달까지 제정을 마무리하고, 2026년부터 본격 시행할 계획이다.

EU 집행위원회가 제안한 규칙 초안은 소량의 부품이라도 강제노동과 결부된다면 EU로의 수입을 금지하는 것이다. UFLPA와 달리 EU 시장 내 출하‧판매뿐만 아니라 EU를 통한 역외 수출까지 금지한다.

‘강제노동 결부 상품 수입 금지 규칙’은 최근 강화되는 EU의 대중국 견제의 일환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EU는 중국산 태양광 패널과 전기차, 핵심광물 제재를 통해 EU 역내 제조 공급망을 강화할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 핵심 광물 분야의 대중국 의존도를 축소할 계획이다.

EU 집행위에 따르면, 중국산 전기차는 보조금의 영향으로 EU산 대비 20% 낮은 가격에 판매되고 있어 EU시장 내 점유율이 2022년 8%에서 2025년 15%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아름 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미국과 EU 수출기업은 공급업체와의 공조를 통해 원료·중간재·부품 등 전체 공급망에 걸친 도식화(Mapping)를 통해 강제노동 및 중국 신장위구르 지역 관련 리스크를 점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UFLPA 규제에도 불구하고 강제노동 생산품으로 추정되는 중국 신장위구르산 소재·부품에 대한 공급망 의존도가 여전히 높아 주의가 필요한 실정이다. 그러나 중국 당국이 안보를 명분으로 통제 정책을 시행하고 있어 중국 또는 신장위구르 협력 업체와 거래하는 기업이 자사 공급망에서 강제노동 결부 여부를 실사하는 데에 어려움이 있다.

한 수석연구원은 “국내에서도 공급망 실사 법제화 움직임이 있으나, 국내 중소·중견기업의 공급망 역량이 미흡한 실정을 고려해 규제보다는 실효성 있는 지원 정책을 우선적으로 도입해야 한다”며 “기업은 강제노동 방지 및 실사 정책을 수립해 공급업체와 관련 행동강령을 체결하되 자체적인 정책 수립이나 관리 시스템 구축이 어려운 경우 ‘책임감 있는 산업연합(RBA)’ 등 산업별 이니셔티브에서 제공하는 가이드라인이나 관리 도구를 활용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책임감 있는 산업연합’은 글로벌 공급망 안에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들의 협의체로, 삼성전자, LG전자, SK하이닉스, LG에너지솔루션 등이 가입돼있다.

그는 “만일 강제노동 위험이 발견돼 공급망을 재조정할 경우 대체 가능한 공급업체 발굴이 어렵거나 원가 상승, 원자재·부품의 품질 저하 문제가 수반될 수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와 함게 한아름 수석연구원은 “민간에서도 공급업체의 직·간접적인 강제노동 사용 근절에 대한 고객사 요구가 강화되고 있다”며 “공급망 내 강제노동 리스크를 관리하는 기업은 강제노동 위험이 낮은 제품에 대한 수요 확대와 가격 프리미엄 등으로 반사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사례로 중국산과 비 중국산 폴리실리콘 간 가격 격차가 확대된 태양광 폴리실리콘을 제시했다. 지난해 10월 기준 비 중국산 폴리실리콘의 평균 가격은 22.7달러/kg로, 중국산 대비 147% 높다.

김우정 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