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WKBL 최고 스타 박지수 창간 9주년 인터뷰
KB 정규리그 우승 비결 중 하나는 ‘호칭 파괴’
타고난 스포츠 선수 DNA
청주 KB 박지수가 지난달 27일 오후 충남 천안 국민은행 연수원 챔피언스파크에서 한국스포츠경제 창간 9주년 인터뷰를 진행한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최대성 기자
청주 KB 박지수가 지난달 27일 오후 충남 천안 국민은행 연수원 챔피언스파크에서 한국스포츠경제 창간 9주년 인터뷰를 진행한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최대성 기자

[천안=한스경제 박종민 기자] 3~4년 전 전화 인터뷰에서 “평소 낯을 많이 가린다”며 수줍어했던 박지수(26·청주 KB 스타즈)가 달라졌다. 보다 시원시원한 성격으로 바뀌었고 제법 여유도 있어 보였다. 창간 9주년을 맞은 한국스포츠경제는 힘든 상황을 극복하고 다시 여자프로농구 최정상에 오른 박지수를 천안에서 만났다.

박지수는 훈련 도중 발을 다쳐 컨디션이 좋지 않았지만, 해맑은 미소로 반겨줬다. 공황장애와 손가락 부상 등으로 2022-2023시즌을 사실상 날리다시피 했던 그는 “지난해 4월 7일부터 지금까지 거의 1년째 농구하고 있다. 남들보다 빠르게 훈련을 시작해 몸이 잘 만들어지니 성적도 따라온 것 같다”고 털어놨다.

돌아온 박지수는 ‘천하무적’이었다. WKBL 1~5라운드 최우수선수(MVP) 수상을 싹쓸이했다. 리그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소속팀 청주 KB는 리그 역대 최초로 단일 시즌 홈 경기 전승(15승)을 이뤄냈고 정규리그 우승(27승 3패)까지 확정했다.

◆우승 비결 중 하나는 ‘호칭 파괴’

박지수는 “아프기 전까진 남을 먼저 생각하고 배려했다. 눈치도 많이 봤다”며 “아프고 난 후부턴 저를 먼저 생각하게 됐다. 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건 저이고 제가 주체가 돼야 인생을 행복하게 꾸려갈 수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화법부터 달라졌다. 예전엔 어떤 말을 들으면 상대방 표정을 살피며 저를 탓했지만 지금은 불편한 감정이 들면 바로 말한다. 눈치를 보지 않는 쪽으로 바뀌었다. 어찌 보면 살려고 깨우친 것이다. 그러다 보니 좋아하는 농구도 잘되고 행복도 느낄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신적으로 힘들었을 때 체중이 약 10kg나 빠졌다가 지금은 적정선을 찾았다.

‘최강’ KB의 훈련 시스템은 남다르다. 흔히 타 구단들은 월요일부터 수요일 오전까지 훈련하고 수요일 오후에 쉬며 목요일부터 토요일 오전까지 다시 훈련을 이어간다. 하지만 KB는 이틀 훈련하고 쉬고, 또 이틀 훈련하고 쉬는 식으로 훈련해왔다. 박지수는 “쉬는 날을 더 가져가되, 운동은 더 타이트하게 체력훈련으로 했다. 말할 수 없을 만큼 힘들다. 기능성 웨이트 프로그램으로 하루는 파워, 하루는 스피드를 올리는 식으로 했다”고 전했다.

KB 박지수가 한국스포츠경제 창간 9주년을 축하하고 있다. /최대성 기자
KB 박지수가 한국스포츠경제 창간 9주년을 축하하고 있다. /최대성 기자

KB의 강점 중 하나는 공과 사 구분이 확실하면서도 끈끈한 분위기다. 가족 같은 분위기이지만 코트 위에선 서로 반말을 하는데 스스럼이 없다. 거스 히딩크(78) 감독이 2002년 한국 축구 대표팀을 지도하면서 강조했던 ‘호칭 파괴’가 농구에 적용된 셈이다. 박지수는 “코트에선 (허)예은(23)이도 저에게 ‘지수야’ 그런다. 빠르게 소통해야 하기 때문이다. 타 구단 선수들한테선 잘 못 들어봤는데 저희 팀만의 재미있는 포인트인 것 같다”고 웃었다.

아울러 박지수는 “팀 전체적으론 수비가 강해졌다. 김예진(27) 언니가 영입됐고, 염윤아(37) 언니도 보이지 않는 활약을 해주신다. 조화가 잘 맞다. 저와 강이슬(30) 언니, 예은이가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지만 다른 선수들이 궂은 일을 잘 해준 덕분이다. 부족한 부분을 서로 메워주고 있다”고 짚었다. 김완수(47) 감독에 대해선 “이성적이시고 섬세하시다. 소통을 많이 하시고 선수들의 의견을 잘 수렴해주신다”고 했다.

홈 팬들의 열광적인 응원도 KB 홈 전승과 우승의 원동력이다. 박지수는 “팬분들이 워낙 많이 경기장을 찾아주신다. 홈 경기 땐 안정감이 있다. 지고 있어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고 고마워했다.

키 196cm인 박지수. /최대성 기자
키 196cm인 박지수. /최대성 기자

◆타고난 스포츠 선수 DNA

박지수는 올 시즌 WKBL 29경기에 출전해 평균 30분5초를 뛰면서 20.3득점(1위) 15.2리바운드(1위) 5.4어시스트 1.8블록(1위)을 기록 중이다. 타고난 운동 DNA를 갖춘 선수다. 아버지 박상관(200cm)은 프로농구 선수 출신이고 어머니 이수경(180cm)도 배구 선수 출신이다. 오빠 박준혁(205cm)도 현재 우리카드 소속 프로배구 선수로 활약 중이다. 사촌 동생 선상혁(205cm)은 프로농구 서울 SK 나이츠에서 뛰고 있다. 키 196cm인 박지수는 “오빠는 운동 신경이 좋다. 농구에서 배구로 전향했는데 근성과 욕심이 있다. 사촌 동생은 슛 터치가 일품이다. 아버지도 근성만큼은 대단하셨다. 고등학교 때 농구를 시작해서 프로로 가신 게 대단하다. 선수로서 승부욕은 아버지를 닮은 것 같다”고 돌아봤다.

박지수는 당초 성격유형검사(MBTI)에서 ISFP였지만 아프고 난 후 ‘ISTP’로 보다 이성적으로 바뀌었다고 했다. 과거 부끄러움이 많았던 박지수는 이제 연애관에 대해서도 넉살 있게 얘기했다. 그는 “연애 생각은 있지만 혼자하는 게 아니다 보니 쉽지 않더라”고 고백했다. 이상형을 묻자 “제가 키가 크다 보니 상대도 190cm는 넘어야 할 것 같다. BTS 지민(29)과 정국(27)을 좋아하는 만큼 귀여운 외모의 분이면 좋을 것 같지만, 무엇보다 배울 수 있는 성숙한 사람이면 좋겠다”고 미소지었다.

박지수가 한국스포츠경제 창간 9주년 인터뷰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최대성 기자
박지수가 한국스포츠경제 창간 9주년 인터뷰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최대성 기자

박지수의 남은 시즌 목표는 당연히 여자프로농구 ‘통합 우승’이다. 그는 “체력을 낭비하지 않기 위해 지지 않고 빠르게 챔피언결정전에 오르고 싶다. 우리은행이 어려운 상대이긴 하지만 WKBL 통합 우승을 하고 싶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여건이 따라주면 해외진출을 하고 싶다”는 그는 인터뷰 초반과 같이 “농구 선수로서도 그렇지만 제 인생에선 제가 제일 중요하다”고 거듭 힘주었다.

“요즘 스스로를 알아가는 시간을 많이 갖고 있다. 쉬는 날이면 이것저것 해보면서 제가 뭘 좋아하는지, 뭘 할 때 가장 행복한지 찾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농구에서도, 인생에서도 후배 또는 저보다 어린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다. 스물 여섯 박지수는 그렇게 하루가 다르게 완성형의 선수이자 성숙한 사람이 돼가고 있었다.

박지수가 한국스포츠경제 창간 9주년 인터뷰 후 카메라를 바라보고 있다. /최대성 기자
박지수가 한국스포츠경제 창간 9주년 인터뷰 후 카메라를 바라보고 있다. /최대성 기자

 

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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