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SK하이닉스, 최초 대규모 양산 시작…삼성전자·마이크론 추격
삼성전자, 전시장서 HBM3E 12H 제품 선보여
SK하이닉스 HBM3E./ SK하이닉스 제공
SK하이닉스 HBM3E./ SK하이닉스 제공

[한스경제=김정연 기자]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인 ‘HBM3E’를 둘러싼 글로벌 메모리 3사의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지난 19일 SK하이닉스가 세계 최초로 HBM3E 대규모 양산에 돌입하며 시장 주도권을 잡은 가운데 삼성전자와 마이크론도 HBM3E 양산을 준비하는 등 추격에 나섰다.

20일 SK하이닉스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초고성능 인공지능(AI)용 메모리 신제품인 24GB HBM3E 8단을 세계 최초로 양산해 이달 말 엔비디아에 납품한다. 지난해 8월 개발을 알린 지 7개월 만에 거둔 성과다.

AI 반도체의 핵심 부품으로 꼽히는 HBM은 여러 개의 D램 칩을 수직으로 쌓아 올려 데이터 처리 속도를 혁신적으로 끌어올린 고부가가치 제품을 말한다.

SK하이닉스에 따르면 자사의 HBM3E는 초당 최대 1.18TB의 데이터를 처리하며, 이는 FHD급 영화(5GB) 230편 분량이 넘는 데이터를 1초 만에 처리하는 수준이다. 효과적인 발열 제어를 위해 HBM3E에 어드밴스드(Advanced) MR-MUF 공정을 적용해 열 방출 성능을 이전 세대 대비 10% 향상시켰다. MR-MUF는 반도체 칩을 쌓아 올린 뒤 칩과 칩 사이 회로를 보호하기 위해 액체 형태의 보호재를 공간 사이에 주입하고 굳히는 공정이다.

HBM 시장에서 꾸준히 투자를 이어갔던 SK하이닉스는 HBM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았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SK하이닉스의 HBM 시장 점유율은 53%로 과반을 차지했다. 경쟁사인 삼성전자와 미국 마이크론의 점유율은 각각 38%, 9%다.

HBM 경쟁에서 SK하이닉스보다 한발 늦었다는 평가를 받는 삼성전자도 ‘적층 수’를 더 높인 HBM3E 개발에 성공했다며 반격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HBM3E를 올해 상반기 내 양산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18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엔비디아의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 ‘GTC 2024’에 36GB 12단 HBM3E를 전시했다. 34GB는 업계 최대 용량으로, 12단 개발에 성공한 건 삼성전자가 유일하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 제품은 기존 8단 HBM과 비교해 성능과 용량이 각각 50% 이상 향상됐고, 20% 이상 향상된 수직 집적도를 실현했다.

미국 마이크론은 지난 2월 엔비디아의 AI용 차세대 그래픽처리장치(GPU) H200에 적용되는 HBM3E 양산을 시작했다고 밝히며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양산 발표 시점은 마이크론이 가장 앞섰지만, 실질적인 양산은 SK하이닉스보다 늦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처럼 메모리 3사가 모두 HBM3E 경쟁에 나선 것은 차세대 엔비디아 AI 반도체에 HBM3E가 탑재되기 때문이다. 엔비디아는 세계 AI 반도체 점유율 80%로 사실상 시장을 독점하고 있어 HBM3E 수주 시 대량 납품이 가능해져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

주요 업체들의 양산 시작과 차세대 AI 칩 등장으로 HBM3E 시장이 본격적으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전체 D램 매출에서 HBM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 8.4%에서 올해 20.1%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정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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