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보험업계 "금소법 시행령 과태료 너무 높다"
금융소비자 '모르쇠' 일관하면 속수무책,
불법민원대행업체 사익 우선될 수도 있어
보험업권이 내년 3월25일 금소법 시행을 앞두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연합뉴스

[한스경제=조성진 기자] 금융소비자에 관한 법률(금소법) 시행령 제정안이 내년 3월25일 시행을 앞둔 가운데 ‘6대 판매 규제’ 중 설명의무를 위반한 보험사 법인과 보험설계사에게 수천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업계는 ‘금융소비자의 민원을 불법으로 대행하는 업체의 난립이 우려된다’는 입장이다.

제정안에 따르면, 설명의무 사항의 핵심은 판매업자가 상품내용을 충분히 이해하고 설명해야 한다는 점이다. 또 ▲판매업자 상품숙지의무 및 이해 부족 사람에게 금융상품 권유 금지 ▲예금성 상품 제외한 금융상품 권유시 소비자에게 핵심설명서 제공 등이 추가된다. 이를 위반한 ▲법인보험대리점은 7000만원 ▲개인보험대리점 3500만원 ▲보험설계사 35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보험사 법인과 보험설계사에게 각각 7000만원과 35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이는 ▲법인보험대리점 700만원 ▲개인보험대리점 350만원 ▲보험설계사 35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현행제도 과징금의 10배 수준이다.

보험업권은 설명의무 위반시 과태료 수준이 너무 높다는 반응이다. 금융소비자가 보험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할 경우 ‘보험상품 하나 잘못 팔았다가 수천만원의 벌금을 물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법인보험대리점 10개사의 보험모집행위 위반에 따른 과태료는 기관당 평균 3431만원 수준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를 금소법 시행령에 적용하면 3억4313만원이 된다. 업계는 ‘금융소비자 보호라는 취지는 이해가 가지만, 차후 불법 민원대행업체의 난립이 우려된다’는 입장이다.

생명·손해보험협회는 앞선 7월23일 불법 민원대행업체 A사 등을 형사고발 한 결과, 법원이 불법적인 영업행태에 대해 변호사법 위반으로 벌금형을 약식명령했다고 밝혔다.

A사 등은 유튜브 방송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 민원컨설팅 명목으로 민원인을 모집한 뒤, 착수금 10만원과 환급 성공 보수를 명목으로 환급금의 10% 수준을 받으며 영업을 지속했다.

A사 등 불법 민원대행업체는 ‘보험 해약환급금이 기납입보험료보다 적은 보험상품의 특징을 악용해 기납입보험료를 전액 환급받을 수 있다’고 소비자를 현혹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소비자 보호 목적이 아닌 불법민원대행업체의 사익이 추구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금융소비자 중 약관 내용을 들었지만, ‘모른다’는 식으로 불완전판매 신고를 많이 한다”며 “이런 상황을 이용하는 불법 민원대행업체가 지금도 판을 치는데 10배를 배상해야 한다고 하니 더 난립할 것 같아 걱정이 매우 큰 실정이다”고 말했다.

또 시행령을 보면, 불완전판매 등 불공정 영업행위로 상품에 가입했을 경우 금융상품 유형과 관계없이 계약일로부터 5년, 위법사실을 인지한 날로부터 1년 이내에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데, ‘블랙 컨슈머’(Black Consumer)의 양산과 만연한 모럴해저드(Moral Hazard)가 우려된다. 블랙 컨슈머는 악성 소비자를, 모럴해저드는 도덕적 해이를 뜻한다.

보험상품은 다른 금융권의 상품에 비해 복잡하고 계약시 모호한 내용이 많아 민원건수와 분쟁이 잦다.

보험연구원이 3일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보험업권의 민원건수는 2011년 4만800건에서 2019년 5만1200건으로 1만400건 증가했다. 이는 은행·비은행권이 2011년 4만건으로 출발해 2019년 2만6600건(1만3400건 감소)을 기록한 것과 대조적이다.

국회에서는 향후 보험상품 약관 등의 가독성을 심사한다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됐다.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6일 글자 크기가 작고 분량도 많아 소비자가 이해하기 어려운 은행·보험사 약관에 대해 가독성을 심사하고 위반시 시정할 수 있도록하는 내용의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현행법은 사업자에게 표준화·체계화된 용어를 사용하고 명확하게 표시하도록 함으로써 소비자가 거래 내용을 충분히 인식하도록 작성하게 하는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그러나 보험상품 등 약관에 대한 가독성이 떨어지고 내용이 어려워 소비자가 어려움을 겪어왔다.

홍 의원은 “국정과제 목표 중 하나인 공정경제 실현을 위해 소비자 중심의 약관 개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생명·손해보험협회는 금소법 시행령에 대비, 보험사를 대상으로 의견수렴에 나섰다. 업계에선 투자성격의 금융상품 판매에 금소법 시행령을 적용하는 건 이해가 가지만, 예·적금 성격의 보험상품 판매에도 같은 수준으로 적용해야 한다는 게 과하다는 입장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사실 금융투자 부분에서 사기사건이 발생하는 것이지, 예·적금 성격의 보험판매에서 나진 않는다”며 ”소비자 보호도 좋지만, 보험산업 건전성과 발전에 상당히 저해가 되는 것 같고 영업위축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당국이 금소법 시행령에 보험사를 대상으로 강력한 징벌 내용을 넣은 배경으로 ‘보험업권의 불완전한 상품판매를 제재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생명·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앞선 상반기 ▲DGB생명의 불완전판매비율은 0.79%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밖에 ▲KDB생명 0.68% ▲KB생명 0.48% 등을 기록했다. 채널별로 보면 ▲법인대리점을 통한 대면모집 채널 ▲보험사가 직접 운영하는 직영조직의 불완전판매율이 각각 0.41%를 기록했다.

손해보험업계의 경우 ▲에이스손해보험 0.34% ▲AIG손해보험 0.17%를 제외한 나머지 보험사는 0.1% 미만을 기록했다. 손해보험업계 역시 법인대리점을 통한 텔레마케팅(TM) 채널이 0.15%로 가장 높았다.

조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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