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2019~2020 '열린 관광지' 서귀포 치유의 숲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고살리숲길
서귀포 치유의 숲. 길을 걷다보면 자연스럽게 몸과 마음이 치유되는 듯하다. /제주=이수현 기자

[한스경제(제주)=이수현 기자]  누구나 한번은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떠나고 싶을 때가 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답답해진 일상은 '코로나 블루'라는 말처럼 큰 우울감과 무기력감을 느끼게 한다. 일상에서 받은 스트레스와 전염병에 대한 우려는 잠시 잊을 수 있는 장소로 '힐링 명소' 제주가 떠오른다. 치유의 숲부터 고살리숲길, 제주자연생태공원 등 여전히 제주의 자연은 우리를 환영한다. 그 속을 걷다 보면, 그동안 잊고 살았던 자신과 마주할 수 있다.

◆ 느림의 미학을 느끼다... 서귀포 치유의 숲

서귀포시 호근동에 있는 치유의 숲은 2019년과 2020년 문화체육관광부 선정 '열린 관광지'에 선정된 숨겨진 명소다. 열린 관광지는 관광 취약계층이 이동 제약 없이 편리하고 안전하게 여행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구축하고 체험 공간을 마련한 장소를 의미한다. 

치유의 숲 맨발치유길. /제주=이수현 기자
노고록 무장애나눔길. 길의 폭이 넓고 완만한 경사로 조성돼 누구나 걷기 좋다. /제주=이수현 기자

이 숲은 해발 320∼760m에 위치해 조록나무와 삼나무, 편백나무 등 다양한 나무가 자생하고 있다. 숲을 걷다 보면 맨발치유길과 무장애나눔길이 관광객을 반긴다. 맨발치유길은 말 그대로 맨발로 숲을 체험하는 곳이다. 시각이 아닌 촉각으로 숲을 느낄 수 있도록 마련돼 색다른 체험을 할 수 있다.

노고록 무장애나눔길 또한 매력적인 장소다. 노고록은 제주 방언으로 '여유로운'을 의미하고, 무장애나눔길은 장벽이 없는 길을 뜻한다. 노인과 임산부 등 보행 약자도 편하게 즐길 수 있는 길이다. 서귀포시는 2021년 길을 더욱더 폭넓고 완만한 경사로 재단장해 휠체어와 유모차도 문제없이 통행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족욕장을 비롯한 여러 체험장도 돋보인다. 

치유의 숲 곳곳에 보이는 쉼팡. 쉼팡에 잠시 앉아 있으면 자연의 소리가 절로 느껴진다. /제주=이수현 기자

길을 걷다 보면 곳곳에 쉼팡(제주 방언으로 쉬는 곳)이 눈에 띈다. 숲길은 빨리 걷는 게 능사가 아니라고 외치듯 자리 잡은 쉼팡에서 핸드폰은 잠시 집어넣고 자리에 앉아 있다 보면 새로운 감정을 느낄 수 있다. 바람 소리와 흔들리는 나무, 숲 사이에서 비추는 햇빛 등 걸을 때는 볼 수 없었던 풍경을 보노라면 마음이 한껏 평온해진다.

◆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 고살리숲길

서귀포시 남원읍 하례리에 위치한 고살리숲길에서는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아 자연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 고살리는 계곡에 샘을 이룬 터와 주변을 말하며 2013년 환경부 지정 자연생태우수 마을로 추가 지정된 하계 2리를 상징하는 관광지다. 한라산에서 발원한 효돈천을 따라 2.1km 길이로 숲길이 마련돼, 길을 걷다 보면 몸과 마음이 치유되는 듯하다. 

고살리숲길. /제주=이수현 기자

숲길은 입구를 찾는 것도 어려울 정도로 숨겨져 있고, 치유의 숲과 비교해 길이 거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형형색색 버섯을 비롯해 잘 보전된 자연환경과 생태는 불편을 감수하기에 충분하다. 또한 타 관광지보다 방문객이 적어 조용하고 여유로운 산책을 원하는 이들에게 최적의 장소다. 

고살리숲길 속괴. 바위 위에는 적송이 자리잡고 관광객을 맞이하고 있다. /제주=이수현 기자
고살리숲길의 명소 속괴. 사진 왼쪽에 불켜진 기도 터가 있어 신비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제주=이수현 기자

자연을 느끼며 길을 걷다 보면 속괴가 눈에 들어온다. 속괴는 비가 올 때만 물이 흐르는 건천(乾川)이지만, 특이하게도 사시사철 물이 고여 있다. 속괴의 좌측에는 불 켜진 기도 터는 때때로 토속신앙이 행해진다는 말이 쉽게 수긍 갈 정도로 신비스러운 기운을 더한다.

속괴는 맑은 날에 와도 좋지만 비가 오면 옆으로 폭포가 떨어져 장관을 이룬다. 또 바위 위에는 적송(황송)이라 불리는 소나무가 버티고 있어 하나의 예술작품 같은 풍경을 연출한다. 다만 비가 올 때는 바위가 미끄러우니 주의해야 한다.

◆ 야생동물의 쉼터, 인간의 쉼터... 제주자연생태공원‧궁대오름

제주자연생태공원은 곤충을 포함해 약 50종류의 동물을 보호하는 보호소 구실을 한다. 실제로 입장과 동시에 토끼와 노루, 독수리 등 다양한 동물이 산다. 반달곰까지 보호하는 공원에서는 노루 먹이 주기를 비롯해 여러 관련 프로그램을 상시 운영해 다양한 체험이 가능하다.

동물을 구경하며 길을 따라가면 궁대오름 탐방로가 보인다. 궁대악(弓帶岳)으로도 불리는 궁대오름은 오름의 모양새가 마치 활처럼 생기고, 오름 허리에 활(궁·弓)자 모양의 띠가 둘러져 있어 이름이 붙었다. 이곳은 경사가 완만하고 탐방로 길도 짧아 누구나 쉽게 오를 수 있다. 

궁대오름 탐방로. /제주=이수현 기자
탐방로를 걷다보면 풍력발전소부터 오름까지 여러 풍경이 한 눈에 들어온다. /제주=이수현 기자

궁대오름 탐방로의 핵심은 탁 트인 풍경이다. 멀리 보이는 풍력발전기와 함께 다랑쉬오름, 손지봉, 날이 맑을 때는 한라산까지 보이는 주변 풍경은 그간 쌓인 피로를 모두 잊을 정도로 눈부시다. 또한 길 한쪽에 자리 잡은 갈대숲 길은 가을에 어울리는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 제주의 숨겨진 보물, 진수내

젊은 세대가 많이 찾는 유명 카페는 언제나 인산인해를 이룬다. 카페 앞의 넓은 들판과 카페의 상징인 푸른 병이 어울리는 건물 디자인은 아주 아름답다. 하지만 카페 뒤를 조금만 걸어 보면, 제주의 숨겨진 보물 진수내가 펼쳐진다.

진수내는 '긴 개천'을 뜻하며, 제주의 가장 긴 하천인 진미천의 갈래 중 하나다. 이승만 전 대통령의 별장을 짓는 과정에서 댐을 지었다고 알려졌다. 그 자체만으로도 아름답지만, 개천 건너편 숲길은 외국에 왔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내 의미를 더한다. 

진수내. /제주=이수현 기자
진수내를 건너 안쪽 숲으로 들어오면 이국적인 숲길이 보인다. /제주=이수현 기자

카페에서 나온 플라스틱 컵을 들고 방문할 수 없다. 카페와 가깝다 보니 컵을 들고 찾아오는 관광객이 많은데, 아름다운 자연은 들고 온 컵의 존재마저 잊게 한다. 번거롭더라도 손에 든 쓰레기는 처리하고 숲 속 자연에 몸을 맡겨 보는 게 좋다. 제주의 자연은 이러한 수고를 감수할 정도로 아름답기 그지없다.

이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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